Admiral Togo Heihachiro
2009-03-24, HIT: 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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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호
개인적으론 전반생과 후반생의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인물중 하나가 일본의 토고 제독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 정점은 쓰시마 해전의 믿기 어려운(당시 입장에서는 거의 기적의) 대승리.
결국 이 사람은 과거에 너무나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50대까지는 그토록 냉정한 판단력이나 분석력 등이 있던 사람이 너무나 간단하게 훗날 함대파로 불리우는 완고한 대함거포주의자로 발전하게 되고, 결과적으론 메이지 천황 사후는 살아 있으면서도 군신 취급...물론 이후 현역에서 물러나 직접적인 권한은 없었다 해도 그가 말하는 것은 해군내에서는 아무도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것 자체가 그의 죄는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는 대함거포에 의존한 함대 결전이라는 그의 생각으로부터 이후의 해군 수뇌부 대다수가 한걸음도 진행되지 않은 채 태평양전쟁으로 돌입하게 되었다는 점이죠, 이런 아이러니컬한 비극의 단초(?)를 제공했다고는 볼 수 있겠습니다.
만년의 토고 제독의 권위는 거의 절대적이었는데, 원수 해군대장으로(*주*) 추서되어 원수부를 열고 천황 앞에서 원수봉의 대도가 허락된 이후는 관제상 권한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본해군에서 군령/군정상의 큰 일은 토고 원수의 의견을 먼저 듣는 것이 관례화되게 됩니다. 이게 나중으로 갈수록 문제가 되다 보니, 토고 제독의 만년에 해군성 내에서는 후시미노미야 히로야스(친왕, 즉 황족) 군령부 총장과 함께「전하와 신(神)」(...) 이라고 불리우며 자주 군정상의 장애로 간주되어지게 됩니다.
이에 대해 이노우에 시게요시 제독은「 토고 원수가 해군의 사안에 말참견하기 시작하면 언제나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 - 라고 술회했고 이 외에는 아주 유명한(...)「 인간을 신으로 취급해서는 안됩니다. 신은 비판할 수 없기 때문에 」- 라는 유명한 촌평도 남기고 있죠. 뭐 이 외에도 토고 원수 자체가 함대파의 상징과도 같다 보니 오카다 게이스케나 요나이 미츠마사,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이상 조약파) 등도 이런 토고의 신격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주 - 전전 일본의 관직체계상 원수 계급은 육해군 대원수인 천황에게만 허락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수로 임명된 구 일본 육해군의 장성들은 현역 계급 앞에 따로 원수라는 호칭이 붙습니다. 그래서 원수, 해군대장 토고 헤이하치로 이렇게 되는 것이지요.
마지막은 좀 재미있는(?) 일화인데, 하나 소개합니다. ㅋ
사쓰마 남자답게 일반적으로 과묵, 장중이라는 인상의 토고 제독인데 때로는 의외의 개그센스(?)를 보이는 일면도 있었습니다. 토고 원수가 만년에 학습원에 초대되어 강연 중에 있던 일화입니다.
「 학생은 장래에 무엇이 되고 싶은가?」
「 군인이 되고 싶습니다!!!」
「............군인이 되면 죽을거야. 」
「 ;;;;;;;;;;;;;;;;; (가....각하...아니 원수님......orz)」
「 하지만 정 그렇게 군인이 되고 싶다면 육군 말고 해군에 들어가도록, 해군이라면 허무하게 죽진 않으니까.」
...........라고 발언, 당시 학습원장이던 육군대장 노기 마레스케 원장을 낙담시켰다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뤼순 공방전시 무모한 총검 돌격으로 대량의 사상자를 낸(...) 노기 원장을 육군에 빗대 이야기한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후의 인간의 목숨을 포탄처럼 소모하는 특공전법을 시도한 후배들을 보면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