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fix 1/48] TSR.2
2013-04-14, HIT: 7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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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주
안녕하세요. 두원아빠 이석주입니다.
이번에는 에어픽스의 TSR.2를 작업해보았습니다. 지난 여름 톰캣 완성 이후로 반년 이상이 걸린 셈인데 중간마다 모형을 하지 못한 때도 잦았으니 실제 작업시간이야 당연히 그 정도가 안 되겠지만 킷 품질이 그다지 이어서 제작 시 난도가 좀 있는 편이었던지라 완성하는데 꽤 진땀 뺐습니다.
일단 실기는 이런 비행기가 있었나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그도 그럴 듯이 영국이 야심 차게 개발을 시작했다가 중도에 포기한 놈이라 시험기 몇 대만 제작하고는 실전 배치는 되지 않았기에 그다지 잘 알려진 기체는 아닙니다. 전술 핵폭격기의 필요성에 의해 당대 최고의 하이 스펙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었지만 여러 기술적인 난관들 탓에 개발이 계속 지연되었고 이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용을 감당 못하게 된 영국정부가 프로젝트 자체를 취소하게 되는 강수를 두게 되어 결국 개발이 중단되는 불운을 겪게 됩니다. 이는 당시 영국에서 꽤 큰 정치/경제 스캔들이 되었었고 이후 영국 항공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는데 사실 전후 영국 경제의 상황으로는 저런 고스펙의 기체를 독자 개발할 역량이 안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요. 어쨌거나 그 이유로 만약 스펙대로 개발되었으면 그 시대 폭격기의 판도를 바꿔 놓았지 않았을까라는 헛된 상상의 소재로나 가끔 회자될 뿐 ′비운의 폭격기′로서 잊혀진 기체가 되어 버립니다.
기체의 성능이나 배경이야 어떻게 되었든 모델러의 관점에서는 이 비행기가 ′멋있느냐’ 혹은 충분히 ′특색있게(괴상하게)′ 생겼느냐에 관심을 두면 될 터인데 그 시대 영국 개발 비행기로서는 아주 특이하게도 ′괴상하게′ 생기지 않고 오히려 전체적인 라인이 굉장히 세련되고 멋지게 생겼습니다. 어떻게 보면 SF적인 느낌도 살짝 들 정도인데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일본 애니의 주인공 기체로도 등장했다는데 그 선택에 수긍이 갑니다. 긴 목, 아래로 향한 주익 끝단, 그리고 흰색의 ′안티 플래시′ 도장이 어우러져 영락없이 한 마리 백조가 날아가는 듯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만, 이런 보도듣도 못한 멋진 비행기를 자국기라는 이유로 내어준 에어픽스의 결정에 찬사를 보냅니다만, 애석하게도 킷 품질은... 딱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옛날 ′에어픽스′ 그것 맞습니다. 요즘 나오는 환골탈태한 킷들과는 차원이 다르지요. 저질 플라스틱을 대량(!) 투입하여 부품이 황당하리만큼 두꺼우면서도 라인이라도 팔라치면 뚝뚝 뜯겨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패널라인은 사대강 수로에 맞먹을 정도지만 그나마도 긋다가 밥 먹으러 갔다 와서는 마저 긋는 것을 까먹었는지 군데군데 끊기고 엉뚱한 데로 파고들기도 하는 등 호작질 수준이며, 디테일을 논할 수 없는 부품들 와중에 그나마 볼만한 휠베이는 수정작업도 힘든 밀핀 자국이 한가득 이라 차라리 닫아버리는 것이 나을 것 같구요. 그래도 이 모든 것을 상쇄 시킬 만큼 완성 후 비행기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눈 질끔 감고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앞으로도 다른 메이커에서 이 기체가 나오는 것을 구경하리란 하늘의 별 따기일 것 같아서 말이지요. 에어픽스에서도 예전에 한정으로 잠깐 나왔다가 현재 48 스케일은 절판 중이기는 합니다만 과거의 제품을 활발히 리박싱하여 출시하는 요즘 에어픽스의 모습을 보자면 향후 몇 년 내에 재발매가 예상되기는 합니다.
킷 제작은 부족한 디테일을 보충하기 위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울프팩(콕핏, 에비오닉스, 휠)과 CMK(콕핏, 휠베이, 엔진, 플랩, 에어브레이크, 랜딩기어, 버큠폼 캐노피 등등)의 레진들을 총동원하여 겹치는 부품은 취사선택 하는 호사도 부리는 등 실기와 마찬가지로 ′럭셔리′ 컨셉으로 갔는데 실력을 생각하지 않은 의욕 과잉의 결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기 저하와 끝이 안 보이는 작업량 등의 부작용을 낳게 되었지요. ^^;
뭔가 반 년 동안의 작업을 하소연이라도 하려는 듯 자꾸 말이 길어지는데 어쨌든 완성도는 둘째치고 어려운 킷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 지었다는 것에 만족하려고 합니다. 모형 작업하시는 모든 아빠는 공감하시겠지만 사실 애 둘 키우는 아빠로서 자투리 시간 긁어모아 뭐든 하나 만들었다는 것이 대견한 것 아니겠습니까? ^^
봄 날씨치고는 꽤 날이 오락가락합니다. 다들 건강 유의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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