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Z People을 다시 시작하고 벌써 네 번째 주인공을 인터뷰합니다. 이번 주인공은 프라모델에서 액션 피겨 및 자작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 박중우님을 인터뷰하기 위해 오전부터 서둘렀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좀처럼 갈 일이 없는 자유로를 달려 거의 임진각 근처까지 달려 박중우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지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서인지 날씨가 제법 쌀쌀하네요.

박중우님은 MMZ에서 “KUMAKUMA”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하비페어에도 자주 참가하고 있어 많은 분이 이미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일란성 쌍둥이인 형제 모델러로, 부부 모델러로도 유명하시죠. 오늘은 박중우님을 만나 그의 작품 세계와 직업적인 모델러의 삶은 살짝 들여다봅니다.

작업실을 겸하고 있는 박중우님의 댁을 들어서자 정작 반갑게 맞아 주는 상대는 따라 있었으니 바로 “퍼티”양. 격한 반가움을 뒤로 하고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커피 한잔을 마신 후 작업실로 들어섰는데 작업실이 아담하고 잘 정돈된 느낌입니다.

 

현재 하시고 있는 일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일전에 페이스북에서 영화 “대부”의 주인공 역을 맞았던 “말론 브랜도” 액션 피겨 헤드를 멋지게 재도색하신 것을 봤는데 직업적으로 액션 피겨 색칠을 하고 계신가요?

> 12인치 헤드 도색은 직업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의뢰를 받았을 때 하고 있고요. 제가 하는 일은 일본 인형회사인 Culture Japan에서 smartdoll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스마트돌과 관련된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데요, 제가 일본어 소통이 가능하고 관련 일을 하다 보니 한국 내의 비즈니스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12인치 헤드 도색을 직업적으로 하시는건 아니군요?

> 네, 12인치 헤드는 개인 의뢰가 있으면 하고 있고 이것이 주된 직업은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12인치 헤드 자체를 제작하거나 피겨를 풀세트로 구성하여 판매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그런 경우는 아니고요.

 

 

12인치 헤드나 피겨에 관련된 일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 처음에는 프라모델을 직업이 아닌 취미로 즐기다가 2012년도에 인형 관련 회사를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6년간 관련 일을 하며 일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퇴사 후 제 일을 하게 되었고요. 회사에 다니는 동안 아내도 만났고 관련 일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6년의 기간은 결론적으로 저에게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현재하고 계신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일까요?

> 사실 저는 어렸을 때 아버님 때문에 모형을 시작했습니다. 아버님이 모형에 관심이 많으셨는데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못한 것이 아쉬우셨는지 어느 날 저희 형제에게 타미야 카탈로그를 주셨고 얼마 안 가 아버지 선배분이 경영하시던 은평구의 원 과학사에 데리고 가 키트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타미야 유니버설 캐리어였는데 그 키트를 만들면서 모형을 좋아하고 시작하게 되었지요.
이후 모형 쪽 일을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모형에 관련된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게 힘든 분위기라 미술 공부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미술을 선택하자니 미술 역시 먹고 사는 일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일본어를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후 대학 때부터 일본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 지진이 불안했던 부모님의 권유로 다시 한국에 들어왔고 마침 국내 회사에서 제의가 있어 이쪽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모형 쪽에서 일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네요.

이런 분야로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어떤 말씀을 해 주시겠어요?

> 취미를 직업으로 하지 말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약간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입니다만 그래도 하고 싶다면 한번은 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너무 빠져들지는 말고 위험이 크지 않은 범위에서 해 보고 판단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해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요?
사실 모형을 좋아하다 모형에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모형을 직업으로 삼아도 사회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직업을 갖고 사회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후 모형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을 고려하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피겨 헤드를 직접 조형도 하시고 아내분도 조형하시는 분으로 알고 있는데 3D 프린팅이 인형 조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 사실 12인치 인형 분야에서는 5-6년 전부터 3D 프린팅을 통한 제작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3D 프린팅으로 조형을 할 수 있게 되자 일반인들도 컴퓨터 기술만 있으면 조형을 할 수 있다 보니 이 분야에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제가 매회 참가하고 있는 원더 페스티벌에서도 약 30%는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제 아내와 저도 내년부터는 3D 프린팅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볼 생각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것보다는 원형사의 손맛이 들어간 제품이 선호되었지만, 이제는 컴퓨터가 손맛을 내는 수준까지 올라선 것 같습니다. 결국, 적응하지 못하는 원형사는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 바로 그 상황이 현재 상황입니다. 이미 이런 리얼 피겨를 제작하는 회사들은 절반 정도는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원형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 원형사와 페인터들을 알고 있는데 많은 분이 혼란을 느끼고 계신 것 같아요. 하지만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제품들이 많이 양산된다고 하더라도 숙련된 사람들의 손길로 마무리된 제품들과 차이는 계속 존재할 것 같습니다.

액션 피겨 쪽의 일을 하고 계신데요, 국내에서 관련 시장도 역시 크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 네, 크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관련 회사에서 근무할 때에도 국내 시장 규모는 크지 않았는데 그것을 좋아하는 분들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컬렉터들이 주로 구매를 했는데 요즘은 영화 등의 미디어가 개봉되면 일반인들도 많이 구매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전차 하나를 제대로 만들려면 들어가는 비용에 문제가 없더라도 그걸 만들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제품들은 그냥 구입하면 되니까 오히려 진입 장벽이 낮은 것 같습니다.
핫토이 제품 같은 경우 하나에 수십만원씩 하는 경우도 많지만, 요즘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서 그런지 수요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작업 하시는 커스텀 헤드 시장도 영향이 있겠네요?

> 네, 아무래도 구입하신 분들이 많다 보면 양산된 헤드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죠. 나만의 완성도 높은 제품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고 그것이 커스템 헤드를 원하는 게 된 것 같습니다.

액션 피겨 헤드는 일반적인 피겨 페인팅 기법과는 많이 다른것 같습니다.

> 아무래도 크다 보니까 일반적인 피겨 페인팅 기법과는 완전히 달라요. 히스토릭 인형은 빛을 임의로 설정하고 마치 그림을 그리듯 페인팅하는 기법이라면 12인치 쪽은 원형의 품질이 매우 중요해요. 제가 지금까지 4,000개 정도의 헤드를 칠했는데요, 페인팅보다 원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히스토릭 인형의 경우, 원형의 느낌도 중요하지만, 페인팅 실력에 따라 결과가 크게 좌지우지될 수 있는데요, 12인치의 경우는 원형이 좋지 않다면 아무리 페인팅을 잘해도 그 느낌을 살리기가 힘들어요.

그렇다면 마치 사람이 화장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 네, 맞습니다. 특히 여자 인형을 칠할 때가 특히 그래요.

 

 

실존하는 인물을 칠할 때는 더 힘들것 같습니다.

> 네, 실존하는 인물은 원래 그 사람과 가장 유사하게 칠해야 해서 시간이 많이 소요돼요. 마치 전차 모델러들이 실제 전차를 보고 고증을 맞추듯이 실제 사람의 사진을 보고 같은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칠해야 하는데 취미로 만드는 것이라면 오랜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겠지만 의뢰를 받은 것에 무한정 시간을 소비할 수는 없으니 일종의 절충을 해야 하는 것이 어려워요.

제가 보기에는 국내에 재주 있는 분들도 많은데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죄로 힘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네, 제 주위에도 그래서 고통받는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그래도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12인치 헤드 이외에 원래 시작은 스케일 모형이셨죠?

> 처음에는 밀리터리로 시작해서 한때는 건담과 오토 모형을 많이 만들었고 최근에는 AFV와 Ship을 주로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 사진을 보면서 만들다 보니 속도가 느려서 일 년에 2~4개 정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만드는 게 재미있어서 조립만 하고 도색은 잘 안 하고 있어요.

 

 

정말 다재다능한 모델러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있어 모형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앞으로의 목표도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 저와 모형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모형을 하면서 좋은 분들도 만났고, 직업도 생기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게 된 계기가 되었기에 저는 이 취미를 알려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모든 사람들이 보고 "작품이다" 라고 말씀해주시는 진정한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특히, 요즘 하고 계신 일에 대해 말씀해 주신 것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