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난히 인형 페인팅에 강합니다. 소수 정예라는 말이 딱 들어맞듯이 유독 이 분야에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분들이 많고 또 관련 업체를 경영하며 유수의 메이커로 성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이상언 님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언 님은 유로 밀리터리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Life Miniature라는 인형 제조사를 운영하고 많은 분에게 알려졌는데요, 이번에는 정규 인형 강좌 교실을 열어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고 하여 인터뷰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강좌가 진행되는 곳. 파티션으로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다. 바로 앞 작은 테이블이 이상언님의 작업 테이블

인터뷰를 위해 도봉구에 위치한 라이프 미니어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처음 들어선 느낌은 깔끔하게 차려진 사무실을 방문한 느낌이었는데요, 사무실이 페인팅 강좌에 맞게 최적화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전 MMZ가 정기적인 모임을 할 때 뵌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모형을 시작하셨나요?

>> 그때가 아마 대학 초년생일 때일 겁니다. 대학교를 들어가고 일이 주가 지난 시점에 내가 이것을 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매우 불성실하게 다니면서 모형을 많이 만들었죠.

그 때는 어떤 모형을 만드셨나요?

>> 그때도 인형이었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인형과 캐릭터만을 좋아했습니다. 21살 때인가 2001년쯤으로 기억되는데요, 서점에 갔는데 원영진 님의 “배틀필드”란 책을 보고 흔한 말로 맛이 갔습니다.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참 신기한 것이 그때는 제가 대전에 살 때였고 동네에 정말 허름한 책방에서 그 책을 만나다니 일종의 운명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 책 때문에 저의 진로가 확실해졌으니까요. 이걸로 돈을 벌고 싶다 뭐 그런 구체적인 생각이 아니라 그냥 이걸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상생들을 위한 재료 테이블

 

그 이후 인형 페인팅은 어떻게 배웠나요?

>> 그 당시는 제가 지방에 살고 나이도 어리고 제한된 정보 속에서 이런 것을 가르쳐 주는 것도 없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혼자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MMZ 모임에 나오던 시절이었어요.

이 것을 업으로 선택한 것은 언제 부터였나요?

>> 세일 모형에 취업하면서 부터입니다. 그때 이후로 이쪽 업계에서 일을 하게 되었죠. 세일 모형 이후에는 구체관절인형 회사에 있다가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는 의뢰 작이나 박스 페인팅 등 일들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페인팅 기술이나 스타일이 업계에 들어가면서 변화가 있었나요?

>> 네 결정적이었습니다. 특히 아크릴을 접하게 되면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주로 에나멜과 유화를 이용해 칠했었는데 아크릴을 접하고 매우 많은 장점을 가진 도료라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라이프 미니어처를 창업한 계기가 있다면?

>> 이전에 말씀드렸다시피 프리랜서로 생활을 하면서 이런 생활은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초창기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도 괜찮아서 원만하게 시작할 수 있었는데 그 역시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이 전에 세일 모형에서 일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간 출시한 라이프 미니어처사의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메달들

 

초창기와 요즘 시장 상황을 비교한다면 어떤가요?

>> 초창기가 월등히 좋았습니다. 최근 2-3년간 급격히 안 좋아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시장 수요는 변하지 않는데 공급이 많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인형을 사 주는 소비자층에 새로운 유입이 거의 없다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겠고요. 사실 다른 모형 장르도 마찬가지지만 인형쪽도 소비자와 제조사가 같이 나이 들어가는 상황이라 경쟁은 더 심해지고 새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 어느 시점부터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만으로는 인형 인구를 늘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초보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제품과 강좌를 연동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비기너 시리즈”란 제품을 개발하게 되었는데, 이 제품은 기존 인형보다 조금 작게 제작되고 제품 안에 기본적인 페인팅 방법을 PDF로 제작하여 포함했습니다.
사실 이 제품에 설명된 페인팅 방법은 제가 하는 방법보다는 많이 단순화된 방법인데요, 이 방법을 기준으로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좌애 대해 소개해 주시죠.

>> 저희 강좌는 유료로 일주일에 이틀, 두달 코스로 진행됩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거의 하루 종일 강좌와 실습이 진행됩니다.다소 힘든 과정이지만 과정이 모두 끝났을 때 매우 만족하시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활동하는 피겨링 동호회등의 영향인지 젊은 층의 유입도 눈에 띠고 막연한 두려움에 시작을 못했던 분들이 인형 페인팅에 재미와 만족을 느끼고 계신 듯 합니다. 

요즘은 어떤 작업을 주로 하시나요?

>> 거의 원형 작업입니다. 가끔 의뢰 작도하는데 대부분 원형 일이고 1인 기업이다 보니 원형, 생산에서 박스 아트까지 모두 혼자 처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기업이 1인 기업이 아니고는 이윤을 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버스트만 제작했는데 앞으로는 1/16 전신 인형 라인업도 늘려 갈 생각입니다.

 

새로운 주력 라인이라고 밝힌 1/16 제품

인형 페인팅을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딱 한마디로 표현할 말이 있는데 말하면 욕먹을 것 같습니다. 그건 저희 “비기너 시리즈”로 시작하세요! ^^^^
일단 재료는 아크릴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인형의 크기는 1/10 스케 정도가 적당한데 그 이유는 그 정도 크기가 되어야 얼굴의 구조가 모두 표현되어 있고 그 구조를 익혀야 제대로 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튀어나온 곳은 밝고, 들어간 곳은 어둡다가 아니라 얼굴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인형의 크기도 중요한데요, 인형이 너무 크면 아크릴을 이용한 레이어 기법에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좋지 않습니다.

바쁜 시간 내 주신것 감사드리며 앞으로 국내 인형 페인터들을 위해 좋은 강좌 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