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페어가 끝나면 한 일주일간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라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정리하고 올릴 생각을 못 합니다. 나이가 드니 이 기간이 더 길어져서 오늘도 종일 누워 있었습니다. ㅠㅠ 제 컨디션이 왜 이 모양인지는 밑에 설명을 읽어 주세요.

우선, 이번 하비페어는 작년 대비 약 20% 성장했습니다. 규모와 관람객 모두 약 20% 정도 늘었습니다. 일반 관람객 또한 증가한 것으로 보아 테크노마트보다 코리아 디자인 센터의 관람객 유입이 더 많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무래도 신도림은 평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라 주말 인구 유입이 적고 디자인 센터는 주거 밀집 지역에 있다 보니 주말에 주거 인구의 유입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우선 조명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대관 시설은 조명 자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코엑스나 킹텍스 같은 컨벤션홀이나 대관 시설은 기본적으로 작업이 가능한 조도를 제공하며 조명 자체는 부스 설치시 설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테크노마트는 대관 시설이 아니라 상가 미임대 영역을 임대한 것이라 상가 시설의 특성상 조명이 밝았습니다만, 디자인 센터는 전시 시설이므로 조명 자체를 저희가 설치해야 합니다. 최소 부스 하나당 100만원씩 받는 전시에서는 조명과 부스를 제공할 여력이 있겠으나 테이블 하나에 3-5만원 받는 행사에서 조명을 설치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들이 하비페어 대관이 힘든 이유중에 하나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디자인 센터는 조절 가능한 할로겐 조명이 있어서 그나마 상쇄할 수 있었습니다만 금요일 사전 설치일 이후에는 테이블이 들어온 관계로 개별 조절이 힘들었습니다. 또한, 테이블 위치가 유동적이다보니 전시 당사자가 적절하게 조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비페어는 행사를 치룰 수 있는 정도의 협찬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최근에 4-5년 동안은 한푼의 협찬도 받은적이 없이 말 그대로 자체 동력으로 진행된 행사입니다(자랑은 아닙니다만...). 항간에 하비페어가 모 업체에서 협찬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한 마디로 근거없는 루머입니다. 좀 받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 그리고 모르는 이야기 상상해서 소문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궁금하면 저에게 물어보세요.

제가 하비페어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협찬" 입니다. 협찬 받아 진행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누구에게 협찬을 받을까요? 그리고 그 협찬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어떤 의사 선생님은 학회 경비를 예로 들면서 저에게 협찬 받으라고 하더군요. 모형계의 현실을 너무나 모르시는듯 합니다.

하비페어 진행하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다소 부실한 면이 있어도 지속 가능한 행사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한두 번 큰 협찬을 받아 크게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진행했으면 아마 3-4회로 끝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맨 위에서 행사 끝나면 며칠 누워있었다고 이야기 한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공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비페어 기간중 저희 가족 총 동원했고 늘 도와 주는 몇명의 친구들이 행사를 움직이는 전부입니다. 시연 행사 이틀동안 동원한 영상 장비도 제가 쓰는 장비고 그걸 움직인 것도 제가 했습니다. 행사 스냅 사진, 동영상 스케치 제가 했습니다. 쓰레기 분리수거도 저와 친구들이 했습니다. 도와 주는 친구들은 9년동안 별다른 대가 없이 이틀동안 노력 봉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행사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쓰다 보니 넋두리에 공치사가 되어 버렸네요.

어제의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내일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내년 하비페어는 10주년입니다. 내년 하비페어는 올해 처음 시도했던 시연 행사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스케일 모형의 중흥(?)을 위해 콘테스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관 경비가 올해와 같은 수준이라면 대관을 좀 일찍 하여 준비 기간을 늘려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계획 또한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 늘 도와주는 관련 업체 그리고 가장 중요한 모델러들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아무쪼록 10주면 하비페어에서 더욱 즐겁게 인사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서없는 넋두리 마지막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