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2.SS 6중대의 세 번째 인형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친구를 처음 조형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몇 년 전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제야 완성하여 제품으로 소개해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를 짧게 애칭으로 "볼프"라고 부릅니다.
지난 블랙 프라이데이에 완성되었기 때문이지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친구 역시 해군용 가죽 유니폼을 위아래로 착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스타일대로 전차병 재킷 목 카라를 가죽 재킷 밖으로 꺼내입고 있습니다.
한 손은 주머니에 꽂은 채 느슨한 포즈로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며 조형을 했습니다.

처음 그를 계획하게 된 것은 이 한 장의 사진 때문입니다.
그는 카메라를 등진 채 서 있습니다.
아마도 그의 동료들처럼 식사 중의 모습이겠지요.

여기까진 그저 평범한 사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저의 시선을  강렬하게 붙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옷 주름이었습니다.
 
사진 속 그의 옷 주름은 동세를 타고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반대로 그의 동세는 그의 옷 주름에 방향성을 더해주고 있지요. 
주머니에 꽂아 넣은 왼손 때문에 재킷의 좌측 자락은 끌려 올라가고 양쪽 어께 라인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던 옷주름은 그 방향에 이끌리듯 커다란 유선형을 그리며 모여듭니다.
하지만 그 커다란 방향성 속에 흐름과는 상관없다는 듯 행동 방식에 따른 잔주름들은 옆으로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즉 동세와 옷 주름은 서로를 더욱 부각해주며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그 느낌이 전해지시나요?
 
마치 유동성을 가진 생명체처럼 살아있는 옷 주름을 조형하는 것이야말로 조형가에겐 가장 큰 도전이자 즐거움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인형의 감상 포인트는 정면이 아니라 후면일 것입니다.
모든 인형의 관상 포인트가 정면일 필요는 없겠지요.
특히나 이 친구처럼 등으로 동세를 보여줄 수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말이지요.

 
 
작업을 진행하며 가장 중요하게 확인해야 할 부분은 바로 측면의 전체적인 모습입니다.
이는 전체적으로 동세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점검 포인트가 되기도 하지요.
또한 정면과 후면을 연결해주는 고리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해부학적, 이론적 타당성을 가장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원형사들은 정면에서 그려지는 이미지만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측면에서 보이는 이론적 타당성이나 연결성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조형물이란 360도 모든 방향에서 관찰이 된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조형은 3D이고 이것이 2D와 가장 큰 차이점일 것입니다.
여러분이 손에 쥐고 있는 인형이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신다면 측면을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그 이유를 손쉽게 알게 될 것입니다.

그의 복장 상태와 정면 옷 주름의 큰 방향성은 뒷모습과 마찬가지로 실제 사진을 참고로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다만 그것이 후 측면과 정면 단 두 장의 사진만이 남아있기 때문에 둘 사이의 간극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일 또한 어려운 작업이지요.
앞서 언급한 측면의 중요성이 여기서도 또다시 연결되는군요.

또한 그의 얼굴 표정은 그의 동료들과 재미있는 담소를 나누는 얼굴로 조형하였습니다.
눈썹의 모양도, 각도도, 입꼬리의 위치도 모두 살짝 뒤틀린 채 한창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는 얼굴표정 말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의 정면 모습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좌측 세 번째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이 인형의 주인공입니다.
그의 뒷모습을 보고 상상했던 그의 얼굴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던지라 작업 중 급정지에 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가 어떤 유명 인물이라면 못생긴 것 또한 그의 캐릭터가 되겠지만 무명의 병사라면 역시나 잘생긴 쪽이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되겠지요.
역시나 이 인형은 제품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사진 속 얼굴 그대로 갈 것인가...아니면 그의 옆모습을 보고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로 갈 것인가...
간극이 워낙 컸던지라 오랜 시간 그 이미지만 두고 고민을 했습니다.
작업 전체를 중단한 채 말이지요.
결국은 그 중간선에서 타협을 보기로 했습니다.
얼굴 꼴과 모자의 착용 상태, 머리 스타일 등 전체적인 이미지는 사진 속 모습대로 진행하되 안면부만 약간 더 뚜렷하게 조형해 주었습니다.

인형이라고 모두가 잘생길 필요는 없겠지요.
또한 모두가 진지한 표정으로 서 있을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단순히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심각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주시하듯 서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단지 '인형'에 머물러 있을 뿐이겠지요.

물론 이것은 인형입니다.
다만 인형에 다양한 표정을 넣어줌으로써 조금이라도 생동감을 불어넣고 싶었습니다.
너무 거창한 욕심일까요?
 
 

이전에 발매된 두 친구와 함께 세워봅시다.
먼저 발매된 두 친구가 단순히 느슨한 분위기의 상황을 연출했다면 이번 세 번째 멤버가 추가됨으로써 그들은 어떤 주제를 두고 대화 중인 상황으로 발전 시킬 수가 있습니다.

처음 발매된 친구는 이야기의 주제가 되는 방향을 주시하고 두번째 친구는 구도상 빈 곳을 채워주며 그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 번째 친구는 그들의 분위기를 조성하며 의도한 구도의 마지막 조각을 맞춰주었습니다.

이 친구들을 제작하며 처음 머릿속에 그려본 배치도입니다.
그들은 전차 옆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며 대기 중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원래 사진처럼 기동 훈련 중인 상황일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특별한 작전을 앞둔 상황일수도 있겠지요.

제작의 베이스가 된 사진은 벨기에의 작은 마을에서 기동 훈련 중인 모습이지만 굳이 그 상황 연출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제작하고자 하는 배경에 따라 1944년 1월부터 대전 말까지 무리 없이 다양한 상황 연출이 가능합니다.
한겨울 동부전선을 시작으로 수풀이 우거진 노르망디 덤불 속, 진흙 길 위의 아르덴느 전선까지~ 연출의 폭은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겠지요.
 

1차적으로 의도한 그림은 우선 이렇게 일단락되었습니다.
다음 소개할 4번째, 5번째 6번째로 발매될 12SS 멤버들은 조금은 다른 상황을 연출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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