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국내에 최초로 정식 수입된 칼더크래프트社의 HMS Agamemnon 입니다. 이전까지 국내에는 알테사니아나 오크레 정도만 수입되고 있었는데, 정작 해외의 목범선 커뮤니티에서 가장 사랑받는, 혹은 프리미엄 메이커인 Amati 아마티 빅토리, 사이렌, 그리고 칼더크래프트 같은 회사는 이렇게 대량으로 들어온 적 없습니다. 수입해오신 사장님께서 힘써주신 덕분에 아마티 빅토리 목범선도 같이 정식 출시되었고, 다른 프리미엄급 정통 목범선들도 속속들이 수입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식 수입 덕분에 이전과는 달리 무이자 할부로 지를 수 있는 거죠!

 

박스가 너무 커서 사진 찍으니 방 안이 다 보이더군요; 계속해서 모형 만드느라 방 안이 지저분해서 배경은 블러 처리했습니다.

박스 크기는 가로 105cm 세로 35cm 높이 15cm 정도이고 무게는 10~15 Kg 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포장 박스 안의 실제 박스입니다. 너무 무겁고 내용물도 민감한 나무 조각과 금속 조각이라 설마 이대로 배송하진 않으리라 믿습니다. 무조건 직수령입니다.

포장 디자인이 좀 난잡하죠? 이래보여도 영국에 위치한, 영국 해군청과 협력하여 만드는, 오직 영국배를 위한 목범선 제작사입니다. 특히, 넬슨 시리즈는 한 제품을 제외하고 모두 1:64 똑같은 스케일로 유명하죠. 목범선 중에서도 특이한 1:64 스케일을 쓴 이유는 해당 제품 모두 한 명의 제작자가 감독한, 그의 시그니쳐 같은 스케일이기 때문입니다. Chris Watton 이라는 목범선 업계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명제작자가 메인으로 참여한 배는 대부분 이렇게 1:64 스케일로 나옵니다.

현재는 Vanguard Models 라는 자신만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Chris Watton 은 20년전 칼더크래프트에서 근무하며 1:64 넬슨 함대 시리즈 배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유독 HMS Victory 라는 제일 유명한 넬슨의 기함 만큼은 1:72 이라는 다른 스케일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칼더크래프트를 나온 Chris Watton 이 입사한 Amati 에서 1:64 HMS Victory 를 설계했음이 밝혀지면서 비로소 넬슨 함대의 화룡점정을 찍게 되었다고 하죠. 다만, 아직 출시되지는 않았고, 현재 아마티에서 Chris 의 도면을 토대로 상품화를 위해 패키징 중인데, 칼더의 1:72 빅토리보다 더 크고 디테일이 엄청난 관계로 그 이상의 가격으로 분할판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략 21년이나 22년 출시라고 합니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칼더크래프트 HMS 아가멤논은 Chris Watton 의 1:64 넬슨 제독 함대 중 빅토리 다음으로 큰 3등급 64문 전열함 입니다. 아직 넬슨 함대를 구성한다는 꿈은 없습니다만, 언젠가 빅토리를 만들 생각이니 그 전단계로 아가멤논을 발디딤돌로 삼을 겁니다.

 

 

박스를 여니까 여느 목범선 키트처럼 목봉과 우드 스트립이 맞이해주는 군요. 목봉 길이가 1미터라 완성된 목범선의 위용을 짐작케 해줍니다. 저런 1미터 짜리 돛대가 3개나 박히는 겁니다. 그런데 스트립의 상태가...?

 

와우... 진짜 깨끗합니다. 고르고 고른 엄선한 나무로 스트립을 켜야만 이렇게 나옵니다. 알테사니아의 저질 얼룩 옹이 투성이 스트립 때문에 항상 직접 나무를 켜서 스트립을 만들곤 했는데, 역시 프리미엄 회사는 나무 때깔부터 다릅니다. 테스트 삼아 버니어 캘리퍼스로 재어보니 편차도 적고 고릅니다. 알테사니아는 폭이 0.5mm 까지 차이나던데...

 

 그 아래에는 CNC 로 파낸 대포 부품들과 파손되지 않도록 잘 포장된 황동 에칭 부품들이 있습니다.

 

가장 무게를 많이 차지하는 용골 파츠입니다. 열장 가까이 되는 두께 6T 합판들이 좌르륵 깔려 있습니다. 들어보니 최종 완성시 무게가 어느 정도 될지 짐작이 가네요. 다른 부품까지 붙이면 대략 20 Kg 될 것 같습니다.

 

갑판도 하나의 커다랗고 때깔좋은 합판을 CNC 커팅으로 잘라놨습니다. 어느 회사 제품처럼 대충 잉크로 그려놓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나저나 갑판만 해도 80cm 은 되는데 갑판위를 스트립으로 채우는 것도 장난아니겠군요.

목범선에 쓰이는 전용실입니다. 이것도 척 보기만 해도 알테사니아의 실보다 더 좋은 제대로 만든 실이네요. 실의 외견도 중요하기 때문에 더 나아가는 사람들은 직접 실만드는 기계로 실을 자아내죠. 저도 이 실을 기반으로 연구해서 직접 실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어짜피 리깅 실패하면서 허비해버리는 실이 생길테니...

 

피팅이라고 적혀 있는 묵직한 박스를 열어보니... 구리판과 황동 대포, 데드아이, 그리고 선수상까지 다 들어가 있네요. 돛 말고는 다 들어있는 셈입니다. 

 

설명서와 설계도 도면입니다. 도면은 총 9장이라고 적혀 있는데, 방이 어질러져 있어서 펼칠만한 공간이 없기에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작은 설명서는 평범한 A4 크기입니다.

 

 

 

 음...

평범한 목범선용 설명서네요. 그림이나 만드는 순서는 위의 9장짜리 거대한 1:1 사이즈 도면에 적혀 있어서 그걸 따라하도록 되어 있고, 이 책자는 문자로 각 부위를 어떻게 만들라는 것과 포함된 부품 리스트 정도만 적혀 있습니다. 알테사니아의 스텝 바이 스텝 그림 설명서가 그리워지긴 합니다만, 전문적인 프리미엄급 목범선 설명서는 원래 다들 이러니 목범선의 세계를 파고 들수록 쉬운 접근성은 포기하심이 좋습니다.

 

 

과거에는 초보자용으로 접근성이 좋은 알테사니아 제품만이 들어왔다면, 이번에 들어온 제품은 진짜 전문적인 프리미엄 목범선 제품들입니다. 명제작자가 고증 정확도에 엄청 신경 쓴, 현실을 바탕으로 한 모형 배들이죠. 물론 난이도도 어려워서 목범선을 해본 적 없는 초보자라면 손도 대기 힘들 정도지만, 서양에서 말하는 Museum Quality 에 도달이 가능한, 즉 예술품으로서 거래되거나 박물관에 들어가도 되는 제품이라, 평생은 물론 100년이 지나도 진열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은 손대지 않을 겁니다. 완성시 크기가 1미터가 넘으면 보통 미터급 목범선이라고 하며, 이 정도 크기의 대형 목범선은 숙달된 사람도 완성까지 보통 1~2년은 걸립니다. 이 제품도 1.3미터가 넘기 때문에 덩치가 장난 아니고, 완성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작은 방 하나를 1년 이상 차지해버립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방 여유가 있고, 미터급 범선에 손을 댈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키운 뒤에 손대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