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전투기 프라모델로 모형 생활을 시작한 사람입니다. 1/72만 만들었구요. F-16, 유로파이터, 씨해리어 등등을 만들었습니다.

전투기 프라를 시작한 이유는 제가 원래 항공기를 좋아하기도 했고 몇 년 전에 홈플러스에서 충동 구매했다가 방구석에 몇 년간 꿔다놓은 보리자루마냥 짱 박아 둔 아카데미 1/72 F-35A 킷 때문이었습니다. 어느날 그 킷 상자를 보고 '비행기 모형을 좀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시작이 되었죠. 타미야 F-16, 하세가와 유로파이터를 만들어보고 F-35를 만들었습니다만...좀 실망스러운 점이 있어서 스텔스기 모형을 선뜻 시작하기 어렵게 된 듯 합니다.

저는 미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22, F-35를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모형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네요. 그 이유는 스텔스기는 모형으로 만들었을 때 그 특징을 제대로 살릴 수 없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스텔스 전투기의 기체를 전반적으로 보면 여러 군데 샤프한 모서리가 두드러진다는 점을 바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레이다 산란 단면적(RCS)를 줄이기 위한 형상 설계의 결과물로서 레이다가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인 마이크로파가 소스로 반사되는 양을 극단적으로 줄이기 위한 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수 측면의 모서리가 날카로워 보이기까지 하죠. 그런데 스텔스 전투기의 킷은 전부다 그 모서리가 접합선입니다. 그래서 사포질을 해야 하는데 사포를 그 모서리에 대는 순간 모서리가 뭉개지게 됩니다. 모서리가 뭉개진 상태로 서페이서 올리고 도색을 하게 되면 스텔스기의 주요한 특징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저도 그 점이 맘에 안들어서 만들었던 F-35는 폐기했는데...다른 작례들도 거의 그런 문제점이 있더군요.

축척 불변(Scale Invariance)란 것이 있습니다. 물리학이나 수학에서 주로 쓰이는 개념인데..대략 이야기 하자면 대상물을 어떤 스케일에서 바라보더라도 관련된 물리 법칙이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인데...이를 모형에 적용해보자면 모형의 정밀도라고 하면 그 스케일에 걸맞게 실물의 특징을 잘 살려서 우리의 뇌로 하여금 '실감난다.'라는 판단을 내리게끔 되면 충분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스텔스 킷들은 접합선을 수정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살아있어야 할 sharp edge가 죽어버려서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죠. 모형제조사에서 이런 점을 인식하고 모서리를 살릴 수 있는 킷을 고안해서 발매해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 킷은 모두 그런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흠...F-35B 하나 만들고 싶긴 하지만 그래서 선뜻 손이 가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