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V만 선호하다가 최근 처음으로 건담을 만들면서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던 골드색을 꺼내 들었습니다.
모형을 다시 시작하면서 웨더링 재료를 빼고는 대부분의 도료는 바예호를 써 왔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골드와 쿠퍼는 mig사의 제품을 사 놨더군요..
헌데 mig사의 메탈릭 도료가.... 에어브러싱에는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붓질에는 정말이지 최악이었습니다. 원래 메탈릭 도료들이 입자 특성 때문에 붓질시 어느정도 뭉치는 현상이 있긴 하지만... 이건 뭐 차폐력이 약해도 너무 약한데다 건조시간도 무지 길어서 얇게 여러번 올리다 보면 뭉치는 현상을 피하기가 어렵네요. 손톱만한 부품 몇 개를 수차례 신너로 닦아 내고 다시 시도하기를 반복해도 끝까지 만족스런 결과를 보기 어렵더군요.
순간.... 제작년에 부모님 집에서 찾아다 놓은 험브롤 도료가 떠 올랐습니다...
이 험브롤 도료는 제가 고등학교 졸업 직후 모형을 활발하게 제작할 때 사 놓았던 것이니 약 25년이 넘은 것입니다. 결혼하면서 다른 모형재료들과 함께 부모님집 옥탑(창고로 쓰는)에 보관 해 왔었는데
어느 순간 수 많은 짐 속에 파묻혀 버려서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을 제작년에 부모님이 이사 가시면서 찾게 된 것이죠..
함께 있었던 수 많은 타미야와 테스터스 에나멜은 대부분 개봉 안한 상태의 새 것(보관 당시 어지간히 쓰던건 버렸기에)이었지만, 희석액이 어디론가 새어 나가고 모조리 고체 덩어리가 돼 있더군요. 심지어 유화물감들도 돌 덩어리로 변해 있었습니다.. 뭐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고열에 시달리며 옥탑에 있었으니 이해되는 상태였죠.
하지만 재밌게도 그 중 몇개 되지 않는 험브롤은 흔들어 보니.. 찰랑찰랑 한 느낌이 나길래 가져 와서 2년간 다시 숙성기간을 거쳤습니다..
각설하고.... 오늘 골드색이 필요해서 그 험브롤 중 몇개를 개봉해 봤습니다.. 골드는 절반 가량을 사용한 상태였는데 마치 어제 사용하다 닫아 놓은 도료처럼 온전한 상태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개봉 안한 상태의 것들은 말 그대로 새거나 다름이 없군요.
험브롤 에나멜이 특유의 강한 피막과 좋은 발색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깡통형 용기 때문에 사용을 기피했었는데... 이 깡통이 장기 보관에 얼마나 용이한지 목격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금색 하나 때문에 하루 종일 칠하고 말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던 부분을 25년 넘은 험브롤 덕분에 순식간에 해결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