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타미야 아크릴을 주로 사용해왔는데  락카계 서페이서를 올린 표면 위에 도색을 하고 락카계 마감제(주로 군제 수퍼클리어)로 마감을 해줘야 화학적, 물리적으로 튼튼한 도색면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절차는 지켰습니다. 간혹 서페이서 도포는 빼먹더라도 락카계 마감제는 반드시 사용을 했습니다. 그러면 도포한 아크릴 표면이 살짝 녹은 상태가 되고(마감제를 적당히 뿌리면 색이 흘러내린다거나 하는 현상은 없습니다.) 완벽히 건조가 되면 도색면이 플라스틱 표면 혹은 서페이서가 도포된 표면에 에 단단히 결합 되더군요.

플라스틱 표면에 그냥 타미야 아크릴만 에어브러쉬로 뿌리면 도막이 튼튼하질 못해서 손톱으로 살살 긁으면 도색면이 떨어져나가는데 유투브 플라즈모 선생이 타미야 아크릴 도색 후에 수퍼 클리어 처리를 하는 걸 보고 저도 따라해봤는데 매우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던 것이지요. 그 뒤로 타미야 아크릴은 제가 주로 애용하는 도료가 되었습니다.

미술용 아크릴은 어떨까 싶어서 처음엔 조소냐를 써봤는데 이건 걍 붓질 외엔 답이 없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전색제 특성상 피그먼트 입자들이 성기게 붙어서 차폐력이 좀 많이 떨어졌고 만족할만한 차폐력을 얻기 위해서는 덧칠을 해야하는데 그러면 도막이 매우 두꺼워진다는 문제도 있고 건조 후 재도색하는 과정을 반복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하죠. 피그먼트 입자들이 조밀하게 붙는 아크릴 도료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다가 화방에서 파는 알파 아크릴은 어떨까 싶어서 하나 구입해봤습니다. 처음엔 물에 희석해서 플라스틱 조각 위에 붓으로 칠해봤습니다. 건조도 빨리 되더군요. 차폐력은 좋았습니다. 근데 확실히 타미야와는 다르게 손톱으로 긁으니 마치 코팅된 막이 벗겨지듯 도색이 벗겨지더군요. 마치 건조된 마스킹 졸이 떨어져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근데 뭐, 도막이 약한 건 타미야 아크릴이나 알파 아크릴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타미야 아크릴 도색할 시에 사용하는 방법대로 서페이서 도포 -> 도색 -> 마감제 과정을 똑같이 거쳐봤습니다.

결과는 만족할만하게 나오네요. 군제 서페이서 올리고 알파 스카이 블루 아크릴은 물에 1:1 정도로 희석해서 에어브러쉬 3호로 뿌렸습니다. 마감제는 군제 수퍼클리어 세미 글로스로 올렸구요. 한 이틀 지난 후에 패널라인 액센트로 라인도 넣어봤습니다. 에나멜 신너엔 전혀 반응하지 않네요. 마감제 뿌리고 건조되기 전에 특성이 어떤가 싶어서 이쑤시개로 여기 저기 눌러봤습니다. 타미야의 경우와 비슷하게 도색면이 흐물흐물하게 되더군요. 이틀 정도 건조시킨 후에 손톱으로 심하게 긁기도 하고 칼로 긁어보기도 했는데 도막 특성이 타미야 아크릴과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재까지의 결과만 보면 걍 알파 아크릴로 모형의 전체 도색을 해도 나쁘지 않겠다 싶습니다. 물을 1:1 비율로 희석해서 뿌리니 표면도 자연스러운 무광이 되더군요.

아카데미에서도 알파 oem 아크릴이 나오더군요. 미술용처럼 튜브에 들어있는 형태입니다. 이거이 제가 사용한 알파 실버 아크릴과 다른건지 모르겠습니다. 알파 골드란 말이 있던데..이번 실험에 사용했던 알파 실버 스카이 블루는 입자가 좀 굵은 편이라 3호 브러쉬로도 살짝 막히는 감이 있었습니다. 일단, 아카데미 아크릴도 주문해놨습니다. 이걸로 또 테스트를 해 볼 생각입니다.

아직, 알파 아크릴이 모형용 아크릴을 완벽히 대체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걍 해보는 거죠.

된다면 대박일 듯 ㅎㅎ 희석제는 걍 수돗물 쓰면 되고 에어브러쉬 청소는 아세톤으로 완벽히 되거든요. 도료도 싸고 희석제, 청소용액 모두가 저렴하니까...

사실 표면 상태가 어떤지는 최소 1년은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오래 보관했더니 표면이 갈라진다거나 그런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까요. 타미야 아크릴은 뭐, 테스트 할 필요도 없겠지만 경우 작년 7월에 작업했던 물건의 표면이 아직도 완벽한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어느 정도 확신이 서면 모형 하나를 알파 아크릴로 도색해놓고 1~2년은 지켜봐야 할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