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MMZ에 다른 분들은 관심도 없을 너무 긴 글을 쓰는 것 같아 자제가 필요할 지경입니다. 개인 블로그에 올리면 되겠지만 사정상 요즘 블로그를 하지 않다보니 여기다 해소하는 모양입니다. 송구합니다. 각설하고..

오늘의 알아도 별 쓸곳은 없는 잡다한 지식..미드웨이의 고증 지적은 옳은 것인가 입니다.

심심풀이삼아 가끔 읽으러 가는 木위키에 영화 미드웨이를 검색해 봤더니 이렇게 올라와 있더군요

그렇지...엔터프라이즈는 6이고 9는 에식스지..이만한 전쟁영화에 고증지적이 이거 한줄이라니, 물론 티저 영상만 보고 쓴거니까 이것만 찾은 것이겠지...그런데...과연 이 지적은 옳은 것일까요?

여기서 지적된 장면은 아마 이 장면입니다.

 희미하지만 6자가 함미에서 함수방향(이하 역방향)인걸 볼 수 있습니다. 캡처가 힘들정도로 진짜 잠깐 지나갔는데 이걸 봤다니 관찰력 대단하십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엔터프라이즈의 덱넘버는 이렇습니다.

예..지적된 대로 6자는 함수에서 함미방향(이하 순방향)임을 알 수 있습니다. 木위키의 지적이 맞군요. 당연한걸 가지고.. 라고 생각하신 분은 다음 사진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1945년 5월 엔터프라이즈가 그녀의 20번째 전장인 오키나와에서 마지막 일격을 당한 뒤 찍힌 사진입니다. 그런데..

6자가 역방향으로 씌여 있는게 보이실 겁니다. 이거 고물쪽을 찍은 사진 아니냐고요? 날아간 1번 엘리베이터 자리가 분명 보이시죠. 게다가 요크타운급의 이물쪽 사진과 고물쪽 사진을 혼동한다는건 불가능합니다. 좌우반전도 아닙니다. 상하반전이 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죠. 결정적으로 다른 사진도 있습니다. 45년 6월 워싱턴주에 도착한 엔터프라이즈 사진을 보시죠 .

이게_9면_이배는_에식스겠지 (-_-)

예..우리는 적어도 엔터프라이즈 선수 덱넘버가 1945년 5~6월에는 역방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엔터프라이즈는 수리 도중에 종전을 맞습니다. 1945년 9월의 엔터프라이즈는 이렇습니다.

 덱넘버가 순방향으로 기입되어 있습니다. 갑판이 수리되면서 새롭게 그려졌습니다. 또한 이물과 고물 모두 넘버가 순방향으로 기입되었음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덱넘버가 기입된 부분은 평소라면 비행기들이 자리잡는 부분이므로 사실 잘 보이진 않습니다. 사실 증거를 잡기위해 제가 가진 관련서적들과 웹서핑을 수차례 했지만 넘버가 잘 보이는 사진이 의외로 많지 않더군요. 하지만 엔터프라이즈의 덱넘버가 착각으로 잘못 씌여졌다는 지적을 흔들 만큼의 증거는 제시했다고 믿습니다.

그럼...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 당시 실제 덱넘버는 어느 방향인가?

답은.. 아마 기입된 덱넘버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가진 관련서적을 아무리 뒤져봐도 해당 시기의 상갑판이 찍힌 사진은 딱 한장 찾았는데 덱넘버가 안보입니다. 인쇄 과장에서 지워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하여간 안보입니다.(원하시면 추후에 게재하겠습니다) 木위키의 지적은 엉뚱한 방향으로 맞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네요. 하여간 우리는 교차검증이 안된 인터넷 지식은 위험하다는 사실과 교차검증을 통해 더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된다는 진실을 얻었습니다.

참고로 만약 제가 고증오류를 지적해야 한다면 이걸 지적하고 싶습니다.

 브루노 가이도가 기관총을 잡고 용감하게 응전해서 베티의 자살돌격으로부터함을 구하는 이장면의 미군 라운델 마킹에 적색원이 없군요. 영화 시작(진주만공습 이전)부터 빠져있는데 실제 마킹이라면 둘리틀 레이더스(42년 4월)까지만 해도 적색원이 있습니다. 이게 일본군 일장기 라운델과 헛갈린다고 빠진건 그 이후(미드웨이 직전)입니다. 그런데 가이도의 이 사건은 42년 2월이라 이때라면 적색원은 있어야 합니다(더불어 미익 방향타에 스프라이프도).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영화 내내 미군기들은 미드웨이 해전 도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죠.

바로 그 돈틀레스...하필이면 사람들에 가려져서 붉은원이 안보입니다만.

 1942년 4월, 둘리틀 레이더스 당시...

참고로 다큐 '베틀360' 1부에 나오는 당시(1942년 2월) 엔터프라이즈는 이 도장을 하고 있는데...

 이건 이미 진주만 시점에서 예전 도장입니다. 취역초기의 CG를 그대로 넣은거죠.같은 회에서 진주만에서 격추되는 돈트레스는 43년 이후 도장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다큐 제작진이 조금이라도 제작비를 아껴보려 노력했나 보군요. 다만 'EN'자가 역방향인 게 보이시죠? 참고로 비행기들때문에 보이지 않는 고물쪽에도 EN이 씌여있는데 순방향으로 기입되어 있습니다.  즉 각기 다른 방향이란 이야기지요.

木위키 한줄로 이만큼 긴 썰을 쓸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만, 재미있으셨나 모르겠습니다. 긴글로 힘드셨다면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음에 글을 올릴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짧게 쓰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