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형 경력은 막 2년 되어서 초보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고수는 아닌 사람입니다.

모형의 시작을 '이걸 제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각잡고 시작한 것이 아닌  그냥 어릴 적에 좋아하던 비행기 모형이나 좀 만들어 볼 생각으로 시작했던지라... 처음엔 그저 타미야 락카 캔 스프레이 몇 개랑 타미야 에나멜과 타미야 1/72 F-16C 블럭50으로 시작했습니다. 에어브러쉬는 모형 시작한지 6개월 뒤에 처음으로 구입했구요. 컴프레서도 비틀벅 미니 소형 컴프레서 사서 쓰다가 위장무늬 넣을 때 미칠듯이 도료입자가 퍼지는 걸 보고 할 수 없이 에어탱크가 달린 컴프레서를 구입했습니다. 비틀벅 미니가 만들어주는 공기의 압력이 너무 작아서 위장무늬는 도저히 무리더군요. 암튼, 그 뒤로 유투브 plasmo 선생 채널을 주로 보면서 유화도 써보고 아크릴도 써보고 이것 저것 도구들을 차례 차례 구입했는데 아직 도색부스는 없습니다. 

락카신나의 강한 냄새와 독성이 싫어서 타미야 아크릴을 구입해서 물을 섞어봤더니 도료입자가 물 위로 둥둥 떠서 엉망이 되더군요. ㅎㅎ 구글링 해보니 타미야 아크릴은 알콜로 희석해야 한다는 걸 알고 그 뒤로는 알콜로 희석해서 씁니다. 아크릴은 분명 매력적인 도료입니다. 지금 제가 주로 쓰는 페인트는 타미야 아크릴, 조소냐 아크릴입니다. 조소냐도 처음엔 에어브러쉬로 시도하다가 말아먹었는데 물을 적당량 섞어주고 여러겹 덧칠하면 상당히 괜찮은 도색면을 얻을 수 있습니다. 조소냐 색감이 너무 좋아서 안 쓸 수가 없더군요.

근데...문제는 타미야든 조소냐든 서페이서나 마감제는 락카계열을 써야 안심할 정도의 표면이 얻어진다는 것이지요. 바예호 아크릴 서페이서도 써봤는데 폴리 우레탄 성분도 포함되어 있어서 에어브러쉬로 뿌리면 청소가 좀 빡세구요. 락카 서페이서에 비해서 표면이 만족스럽지도 않습니다. 너무 두꺼운 느낌이랄까...그리고 도색면이 비닐코딩면이 벗겨지듯 벗겨지는 특성도 있어서 조심스럽구요. 반면 락카 서페이서는 플라스틱 표면을 살짝 녹여서 고착되는 방식이라 그런 문제가 없죠. 바예호 아크릴 서페이서는 작은 부품을 붓으로 칠하기엔 좋더군요.

그리고 마감제는 락카계 수퍼클리어를 안 쓸 수가 없더군요. 타미야 아크릴은 피막이 약해서 쉽게 벗겨지는데 여기에 락카 수퍼 클리어를 올려주고 한 이틀 건조시키면 무광의 경우 표면이 상당히 단단해집니다. (유광은 건조시키는 것이 좀 더 오래 걸립니다.) 그러니까 알콜로 희석시켜서 뿌린 아크릴 도료 표면에 락카 수퍼클리어가 올려지면 이 수퍼클리어가 아크릴 도료입자와 합쳐져서  서페이서 표면에 단단히 붙는 느낌이랄까요...이럴바에 걍 타미야 아크릴을 락카 신너에 희석해서 뿌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 해봤는데 잘 됩니다. ㅎㅎ 그리고 그렇게 쓰는 분도 좀 있더라구요.

사실...락카 도료가 입자도 고운 편이라 에어브러쉬로 뿌리기도 좋더군요. 에어브러쉬 트러블도 거의 안 일으키구요. 반면 아크릴은 제조사에 따라 특성이 많이 달라지는데...일단 타미야는 도료 입자가 그리 곱지는 않습니다. 특히 메탈릭 같은 경우는 2호 브러쉬로 넣고 뿌리면 제대로 뿌려지지도 않구요. 니들도 잘 막혀서 저는 아예 바늘처럼 뽀죡한 전용 청소도구와 아세톤으로 노즐을 주기적으로 청소합니다. 귀찮다고 청소 안하면 위장무늬 도색할 때 박살납니다. ㅎㅎㅎ 저번에 1/72 메서슈미트 me262 도색할 때 귀찮다고 청소 안 한 2호 브러쉬에 타미야 아크릴 넣고 뿌리다가 도색이 좀 망했던 경험도 있네요. ㅋㅋㅋ 그리고 타미야 아크릴의 경우는 에나멜 신너에도 녹아서 락카 수퍼클리어 없이 웨더링 도색하다가는 걍 말아먹겠더군요. 바예호 아크릴과 조소냐 아크릴은 입자가 곱습니다. 그리고 완전 건조되면 에나멜 신너에도 강합니다. 근데...이게 피막이 약해서 비닐 코팅 벗겨지듯이 피막이 들고 일어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락카 수퍼클리어를 쓸 수 밖에 없더군요. 바예호나 조소냐도 완전 건조 후에 락카 수퍼클리어를 올리니 타미야 아크릴과 비슷하게 표면이 단단해지더군요.

락카 신너의 독성이 싫어서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아크릴인데.....결국은 락카 없이는 안 되겠더군요. ㅎㅎㅎ 그래서 저는 서페이서나 마감제는 캔 스프레이로 창문 열어놓고 바깥으로 뿌리네요. ㅎㅎㅎ 이럴 바에 그냥 락카 페인트를 쓰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도색부스만 확실하게 장비되어 있으면 락카가 낫겠다 싶네요. 물론, 조소냐의 탁월한 색감이 필요할 땐 조소냐 아크릴을 쓰고 락카계 마감제를 올리면 되구요. 조소냐가 에어브러쉬 청소도 다른 아크릴에 비해서 잘 되는 편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