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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Model Art 7월호 "이대영"님 인터뷰 번역본
등록일: 2018-05-26, 02:02 PM, 읽음: 9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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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본의 디오라마 모델러 사이에서 '디오라마 마스터' 혹은 '디오라마의 신'이라고들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시는지요?
답) 마스터는 단지 수사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몇몇 대회에서 공식적으로 헌정되는 타이틀이고 나도 몇 군데서 그걸 받은 적이 있으니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디오라마의 신’은 좀 많이 과장된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이렇게 부르는 사람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웃음) 한국에서는 많은 모델러들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나는 이 호칭이 참 좋다. 많은 사람들이 나로부터 무언가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내가 그들에게 작든, 크든 가르쳐 줄 것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2) 한국의 모형잡지 'Hobbist'를 10년간 발행하셨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처음이며 유일한 모형잡지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최근의 한국의 모델러 가운데 많은 분들은 귀하의 잡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사람들입니다. 출판인으로서, 그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주 힘들면서도 보람찬, 좋은 시절이었으리라고 상상해 봅니다.
답) 지금 돌이켜보면 한국에 모형잡지가 하나쯤 꼭 필요한 시점에서 마침 그 일을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전에는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는 일을 개척해 가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컸다.
지금도 많은 독자들이 그것을 ‘모형잡지’ 라기 보다는 ‘이 아무개의 책’ 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강한데, 그건 그 책이 잡지답지 않게 한 개인의 색깔이 매우 두드러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해서, 당시에는 실력있는 모델러나 필진, 모형잡지에 특화된 편집자 등, 인력의 풀이 매우 좁은데다 투자할 수 었었던 자금도 매우 적었기 때문에 많은 역할을 나 혼자서 해결할 수 밖에 없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치아를 여러 개 잃을 만큼 극심한 신체적 혹사까지 감수해야 했던 그 10년간 물론 보람도 컸지만, 작가라는 개인적 관점에선 잃은 것도 많다. 매일평균 14시간 이상의 휴일도 없는 격무로 인해 항상 지쳐 있었고, 내가 정말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 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런대로 잘 굴러가던 잡지사를 포기하고 캐나다로 떠났던 것은 그렇게 완전히 탈진해버린 심신을 추스르는 한편으로, 좀 늦었지만 개인적인 창작욕구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3) 한국에 우수한 레진메이커가 많이 있습니다. 또 유능한 한국의 모델러를 많이 만나 보았고, 페이스북에서 그들의 멋진 작품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한국의 모델러들에게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해서 뭔가 특별한 예술적 창조성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하게 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답) 역설적으로 척박한 환경이 그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생존경쟁이 극심한 사회이고, 특히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일을 느긋하게 즐기면서 생계가 해결될 수 있을만치 여유있는 나라가 아니다.
더구나 기초저변도 좁고 역사도 짧은 서브컬쳐에 불과한 모형작가들은 거의 ‘목숨을 걸고’ 해외무대로 진출하여 이름을 알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오늘의 결과는 바로 그런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끼리도 가끔 모이면 이런 얘기를 하면서 웃곤 한다. “우리도 일본처럼 집안에 장난감을 많이 가진 부잣집 아이였더라면 집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텐데...”
4) 모형제작에 얽힌 귀하의 개인적 역사를 알고 싶습니다. 스케일모델은 언제 시작하셨으며, 첫 프라모델 키트는 무엇이었는지요.
답).한 인간이 특정의 대상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어떤 동기나 환경이 우연히 주어졌기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그 보다는 항상 일정한 숫자의 인간이 선천적으로 그 분야에 대한 관심과 기호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는 편이다.
내 경우엔 그게 모형이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진흙으로 사람이나 동물을 빚으면서 놀았고, 좀 커서는 나무를 깍아 비행기 솔리드모델을 만들었다. 중학교 들어갈 무렵에 처음 만난 프라모델은 그런 나의 기호가 완벽하게 구체화된 세계였다. "그런 물건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 아니라 "오랜 동안 이것을 기다려 왔다"는 느낌 말이다.
나의 첫 프라모델은 1970년에 처음 나온 한국제 M-41워커불독 이었고, 이 보다 좀 더 제대로 된 키트는 그 이듬해 어렵게 손에 넣은 타미야의 1/21스케일 M4A1 셔먼 이었다.
이 중 M-41은 당연히 그 무렵의 모든 AFV 키트들처럼 모터 완구에 가까운 물건으로, 그 후로 나온 대부분의 한국제 키트들처럼 일본제 키트를 카피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의외로 이것과 똑같은 일본제 키트는 존재하지 않았고, 가장 비슷한 것이라곤 1950년대에 만들어진 미국제 Renwal 키트 밖에 없었다.
결국 한국 프라모델 역사상 최초의 키트이며 나 자신의 첫 키트이기도 한 그 제품은 한국의 어느 솜씨 좋은 업자가 원래 디스플레이 모델로 설계된 Renwal 제품을 상당부분 변형하고 원본에는 없는 기어박스를 만들어 넣은, 당시의 수준에선 나름대로 꽤 오리지널리티 가 있는 물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5) 디오라마를 제작하게 된 건 언제부터 셨는지요. 무슨 계기로 디오라마에 흥미를 갖게 되셨는지, 또, 디오라마의 매력이란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답)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70년대 모노그람제 키트에 들어있던 세퍼드 페인 선생의 4페이지짜리 리플렛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걸 본 순간, 디오라마야 말로 내가 추구하던 모형의 가장 궁극적인 형태라는 사실을 단숨에 깨닭았지만, 실제로 착수하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91년에 Hobbist 창간호의 기사용으로 만든 중동전 디오라마가 첫 작품이지만 지금은 파손되어 남아있지 않다.
디오라마가 다른 단품모형과 구별되는 핵심은 연출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단품모형에도 작가가 의도한 분위기나 느낌은 있을수 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비단 모형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물이 다 가지고 있기에 마치 영화나 연극처럼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치밀하고 의도적인 연출이 필요한 디오라마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모형이 아트냐, 아니냐는 모델러 사이에 곧잘 벌어지는 고전적인 논쟁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나마 가장 아트에 접근하는 모형이 있다면 그건 바로 디오라마라고 생각한다.
6) 귀하는 저서를 통해 '더욱 좋은 디오라마를 만들기 위한 열가지 계명'을 전하셨습니다. 모든 디오라마 모델러에게 있어 시대를 뛰어넘는 깊은 지혜라고 봅니다.
최근 (레진이나 에칭 등의) 별매부속 제품이나 웨더링재료 등이 풍성히 발매되고 있는데, 이 '신제품'의 홍수 가운데 우리는 자기자신의 모델링 방법을 놓쳐버리는 일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나름대로 경험 많은 모델러들이 고심하여 만들어낸 제품이고, 예전에는 불가능하던 표현수단의 한계를 넓혀주는 제품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런 신제품들이 작품을 ‘저절로’ 만들어 주는 건 아닐 뿐더러, 한눈에도 상업성이 지나친 물건들도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2차대전 소련전차용 4단계 모듈레이션 도료세트’ 같은 것은 모델링이 아트라는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다. 심지어 ‘인형의 피부색 5단계 명암세트’ 같은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거의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
7. 제가 아는 한 16개의 디오라마를 발표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지요?
답)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내 머릿속에 있는 다음 작품이다. (웃음) 하나같이 애써 만들었지만, 그것이 완성 되어갈 때 쯤이면 나 자신은 이미 거기에 싫증을 내고 다음에 만들 작품 구상으로 머릿속이 가득하다.
그래서 완성작에는 그다지 큰 애착을 느끼지 않는 편이고 이미 만들어 진 것 보다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작품이 항상 내게는 더 큰 의미가 있다.
8. 세계 여러 모델쇼나 콘테스트에 참가하고 계시는데, 어디가 가장 마음에 드시던지요? 그러한 것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체험이 있으셨다면?
또, 시즈오카 호비쇼에 여러 번 오셨는데, 호비쇼와 일본인 모델러에 대한 인상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답) 모든 대회의 명성과 권위을 만드는 것은 세계 정상급 작가들의 참가여부이고, 그것을 위해 꼭 필요한 조건 하나가 심사의 공정성이다.
그런 모든 조건에 가장 부합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 대회가 영국 포크스톤의 유로밀리테어 인데, 이제 더 이상 열리지 않아 매우 애석하다.
지난 20년 동안 갈채 속에 가장 큰 트로피를 들고 온 대회도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가끔은 있다. 꽤 이름이 알려진 국제대회 조차 가끔은 자신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력’을 확인하고 싶은 God judge 들이 소위 Big name에게 악의적인 엿을 먹이는 수도 있는데, 이런 경험을 하고나면 그 대회는 좀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시즈오카 쇼는 일단 그 규모에서 압도적이다. 내가 아는 한, 모형관계 행사로는 단연 세계최대 규모다.
두 번째 인상은 일본 모델러들은 정말 모형을 즐긴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품수준이 높다든가 모형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다든가.. 그런 얘기가 아니라 그야말로 모형을 ‘즐겁게 잘 가지고 논다’ 는 뜻이다. 표현이 좀 애매하지만, 누구라도 시즈오카 쇼를 한번이라도 구경 해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을 단숨에 이해하고 동의 할 것이다.
다만 그 엄청난 참여인구나 전시작품의 숫자에 비해서 국제표준의 전통적인 걸작이나 예술성 높은 진지한 작품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9. 장래의 계획이나 꿈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인지요?
답) 어떤 분야이든 오랫동안 소수의 독무대가 계속되면 누구나 그게 좀 지겨워 지는 법이고, 실제로 최근에 와서 그런 분위기가 좀 느껴진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경쟁을 통한 메달 수집은 하지 않을 작정이다. 하지만 이게 더 이상 작품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며, 그 외에도 할 일이 많다.
올해부터 시작된 한국의 MMC를 아시아의 대표 콘테스트, 국제적인 모형행사로 키워 가는데 힘을 쏟아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10. 모델아트 독자들에게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1967년에 창간된 모델아트는 내가 아는 한 현존하는 세계最古의 모형잡지다. 비슷한 시기에 창간된 다른 나라의 잡지들이 단 하나도 살아남아 있지 못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모델아트 관계자 들과 독자들은 충분히 긍지를 느껴도 좋을 것이고, 개인적으로 일본 독자들에게 거의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70년대와 80년대에는 나 역시 모델아트의 열렬 독자였다.
11. 이번 하비페어는 아주 성공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귀하는 특히 제1회 MMC의 책임자로 활약하셨는데, 이 하비페어/ MMC의 평가와 감상을 듣고자 합니다.
답) 승부를 겨루지 않고 그냥 전시만 하는 시즈오카 쇼 같은 전시회도 의미가 있지만 우수한 작품을 선발하여 방향과 표준을 제시하는 콘테스트는 또 나름대로 충분히 존재가치가 있는 법이다. 예전에 아카데미 주최의 콘테스트 진행을 함께 하기도 했고, 호비스트 주최의 콘테스트를 직접 운영해 본 경험도 있지만, 그때와 확연히 다른 느낌 하나가 감지된다.
“이제 때가 무르익었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출품작의 수준이나 진행위원, 심사위원들의 일 솜씨, 관객수준.... 모든 점에서 이제 이 행사에 외국손님들을 초대해도 부끄럽지 않을 만 하다는 자신감이다. 특히 유럽의 여러 대회를 경험하고 큰 상을 수상한, 국제적 경험과 안목을 갖춘 인력을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가진 나라가 한국이다.
이들의 경험과 능력을 잘 조합하면 아시아 최고, 세계유수의 콘테스트를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번역: 이 상민
** 본 내용은 ModelArt 2018년 7월호에 실린 이대영님 인터뷰의 번역본입니다. 원 내용은 Model Art 7월호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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