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전쟁 피규어 작품을 보면, 그게 피규어여서 일부러 과장된 복장만 모아놓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진짜로 그 시절에는 그런 복장을 걸치고 전쟁터에 나갔던 건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저런 축제 참가 복장을 입고 어떻게 전쟁을 하나?"싶기도 합니다. 위장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화려한 색에 온갖 장식이 달린 모자까지 쓰고 있으면 적의 눈에 잘 띌텐데 말이죠.
1차대전때 전투기 모형들도 그렇더라구요. 아예 위장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적에게 조금이라도 더 튀어보여서 자신을 기억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아마도 그 시절 공중전이 벌어지는 하늘은 참 알록달록했을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하면 요즘의 전투기들은 참 볼거리가 없습니다. 회색에, 로우비지에, 행사용이 아닌 한 그림도 잘 그려넣지 않죠.
그런데 설명서를 보니 이 마킹에 달린 설명이 "1942~1943년, 하와이"로 되어 있습니다.

저 시기에 하와이면 '전방' 아닌가요? 스피너를 흰색도 아니고 노란색으로 칠하라고 지정되어 있더군요. 게다가 기수에 저렇게 큰 뱀머리 그림을 그리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전투기에 저렇게 공들여 색칠을 했다는게 참 신기합니다.
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신기해요.
만약 제가 1942~1943년 사이에 하와이에 있는 육군항공대 소속 조종사여서, 언제라도 최전방으로 이동해서 전투에 투입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상상해보면, 저는 제 전투기에 저렇게 눈에 잘 띄는 색칠은 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예전에 MMZ의 어느 분께서, '서양인들은 원체 자기 몸에까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고 그들의 취향을 말씀해 주신 적은 있습니다만, 이 시절의 공중전이나 대공포 사격은 직접 눈으로 보면서 벌어졌을텐데, 저런 화려한 그림을 달고 전쟁터에 나가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겠죠.
아무 생각 없이 완성해놓고 보니, 새삼 '어떻게 이런걸 타고 전쟁터에 나가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야기해 봤습니다. 서로 눈으로 얼굴까지 보면서 총질을 하던 시절에는 전투기에 알록달록 그림을 그리고, 적기를 눈으로 보기도 전에 공중전이 끝나는 요즘에는 로우비지라니, 뭔가 거꾸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