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영화배우 숀 코너리가 별세를 했습니다.
생전에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던 그였지만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중 하나는 단연코 007의 제1대 제임스 본드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총은 제임스 본드의 총으로 널리 알려진 Walther PPK/S 22구경 권총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380 ACP 구경의 PPK (혹은 .32 ACP일수도 있습니다) 하고는 구경하고 장탄수가 다른데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권총입니다.
22구경의 작은 총임에도 전체가 메탈이어서 손에 쥐면 보기보다는 묵직합니다.
구입할 당시 가격은 $230이었습니다. 이 검정색버전이외에 스테인레스버전도 있는데 가격이 $100 이상 차이가 납니다.
참고로 .380 ACP 구경의 PPK/S는 $700이 넘습니다.


전통적인 해머격발방식의 싱글/더블액션입니다.
슬라이드에 있는 안전장치는 베레타92FS처럼 디코킹레버 역할도 같이 합니다.
정확히 말해 베레타92FS가 PPK의 디코킹레버를 채용한겁니다.
사진은 탄이 약실에 장전되어 있는 상태에서 해머는 아래로 제껴져 있고 (cocked) 안전장치도 풀린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기면 격발이 되고 이게 싱글액션입니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안전장치를 밑으로 내리면 해머는 원위치로 올라가면서 (decocking) 안전장치는 걸리게 되서 격발이 안됩니다.
이후로 사격하려면 이 안전장치를 다시 위로 올리면 되는데 해머는 여전히 위로 올라간 원위치겠죠?
이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겨서 격발하는게 더블액션입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1) 해머가 일단 아래로 내려가면서 (2) 완전 제껴진 해머가 다시 솟구쳐 공이를 치는 두가지 동작이 일어나기 때문에 더블액션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반자동권총은 초탄의 더블액션후에는 해머가 슬라이드로 자동코킹되기 때문에 싱글액션으로 격발이 됩니다.
참고로 1911계열권총은 대표적인 Single Action Only(SAO) 권총으로 초탄도 일단 해머를 제껴야 격발이 됩니다.
반대로 안전상의 이유로 가끔보면 군/경찰용으로 제조된 Double Action Only (DAO) 권총도 있습니다.
DAO권총은 해머가 decocked된 상태에서 격발은 되지만 슬라이드가 후퇴를 해도 해머가 밑으로 자동코킹이 안됩니다.
보통 더블액션 방아쇠압은 싱글액션의 그것보다 무거우므로 DAO권총은 사격시 방아쇠압이 매번 똑같습니다.

밥줘 모드입니다.


슬라이드 각인의 확대 모습입니다. 왠지 신뢰를 더해주는 Made in Germany 각인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카이덱스로 성형된 홀스터인데 $40 줬습니다.


분해할때는 방아쇠울을 아래로 잡아 내린 상태에서 슬라이드를 뒤로 완전히 제끼면서 들어 올리면 됩니다.

분해한 모습입니다. 단순 블로우백구조라 총열은 분리가 안됩니다.

슬라이드 안쪽 디테일입니다.

22LR (Long Rifle) 구경이라 총열지름도 작습니다.

총열은 소음기를 장착할수 있게 설계됐습니다.
그런데 소음기는 비싸기도 하고 당국에 구입전 허가도 받아야합니다.
허가 받는 시간도 몇개월 걸리고 수수료도 비쌉니다.
소음기는 싼것도 삼, 사백불에 수수료가 이백불정도 하니까 총 오, 육백불정도 합니다.
육백불내고 소음기를 사느니 그 돈으로 총을 한정을 더 사는게 개인적으로는 더 합리적인것 같습니다.
여기 어느 유튜버의 소음기 시연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IdBe2G62yc

22구경이라 탄창도 보통의 권총 탄창하고는 생김새가 사뭇 다릅니다.
언뜻보면 비비탄 탄창같습니다.
10발 장전할수 있는 탄창이 세개 딸려옵니다.


슬라이드없이 탄창에 장전된 모습입니다.

실탄이 약실에 장전된 모습입니다.

다양한 실탄 크기 비교사진입니다.
왼쪽부터 .50 BMG, 5.56 NATO (.223 Remington), .45 ACP, 9mm Luger, .380 ACP,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22LR입니다.
50구경은 보기만해도 무식하고 무자비하게 생겼습니다.
이걸 바렛같은 저격총은 대인용으로 사용하니 새삼스레 전쟁은 참으로 잔인하구라라는 생각도 듭니다.
거기에 비하면 22구경은 어릴때 갖고 놀던 콩알탄 같습니다.

흥미로운건 M16/M4탄인 5.56 NATO (.223) 하고 22LR하고 탄두 지름은 거의 동일하다는 겁니다.
물론 5.56 NATO탄의 화약양이 훨씬 많기에 위력면에서는 비교가 안됩니다.


22구경은 rimfire라고 해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centerfire하고는 격발방식이 다릅니다. 이에대한 자세한 정보는 유용원의 군사세계에 잘 나와 있습니다.
http://bemil.chosun.com/nbrd/bbs/view.html?b_bbs_id=10174&pn=1&num=77
가끔보면 22구경은 탄두도 작고 화약의 양도 적어서 위력이 약하다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런 사람들한테는 “그럼 한대 맞아 보겠습니까?” 라고 묻고 싶습니다.
반동도 거의 없는 이 총을 10발 연사를 하면 3,4초밖에 안 걸리는데 쉽게 얘기해서 날카로운 송곳으로 같은 부위를 10번 찔린다고 생각하면 많이 아프겠죠?
총알이 작다고 얕잡아 볼수 없는게 기본적으로 모.든.총.은. 위험하고 총알의 최대 목적은 살상이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 신체를 깨끗히 관통하는 5.56 NATO탄보다 신체는 관통 못하고 뼈에 맞고 튕겨서 신체 안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닐수 있는 22구경이 훨씬 위험할수 있다고도 합니다.
미국에서 22구경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기가 많습니다.
우선 가격이 쌉니다.
같은 22구경탄이라도 좀 더 좋은 품질의 탄이 있지만 개중에서도 저렴한 덕용 포장된 탄은 550발 짜리 한박스가 $25 정도 합니다.
한발에 5센트가 채 안되는거죠.
요즘 코로나때문에 너도나도 실탄 사재기를 하는통에 실탄 가격이 많이 올라 9mm 같은거는 한발당 30-50센트까지 하는데 거기에 비하면 22구경은 정말 거저입니다.
총알이 싸니까 그만큼 더 사격을 할수 있겠죠.
그리고 탄이 가벼워서 서바이벌용으로 수백발 지니고 다녀도 부담이 덜합니다.
그리고 미국에는 주택가 근처에도 숲이 많고 울창하다보니 별의별 야생동물들이 사람들과 지근거리에서 공생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작은 야생동물 (다람쥐, 토끼, 야생쥐, 뱀, 코요테, 너구리, 라쿤, 두더지등등) 의 사냥용으로는 22구경이 제격입니다.
토끼를 잡겠다고 5.56 NATO탄을 쏘면 총알값도 아깝고 고기도 남는게 없겠죠.
듣기로는 전에 한국에서도 밀엽꾼들 사이에 이 총알이 투투탄으로 불리면서 한발에 몇백원씩 암거래가 이루어졌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탄에 비해 작아서 격발시 소리도 그만큼 작은데 여기에 소음기까지 달고 아음속탄까지 사용하면 총소리가 정말 작습니다.
그래서 암살용으로도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또한 22구경탄은 반동도 거의 없어서 사격에 처음 입문한 초보자나 여러가지 이유로 다른 구경의 반동을 제어하기 힘든 이에게 안성맞춤입니다.
22 구경탄을 사용하는 총기도 리볼버, 반자동권총, 반자동소총, 레버액션소총, 볼트액션소총등등 다양합니다.
22구경의 가장 큰 단점은 뇌관이 테두리에 있는 구조때문에 불발탄이 심심치않게 나기에 탄의 신뢰성이 센터파이어탄보다 낮다는 점입니다.
몇초사이로 생사가 갈릴수 있는 실전상황에서 기껏 방아쇠를 당겼는데 불발탄이 난다면 그것보다도 절망적인 상황은 없을겁니다.
리볼버나 볼트액션소총이라면 얼른 다음 탄으로 넘어가면 되지만 반자동권총의 경우 불발탄이 날 경우 탄배출도 안되기에 손으로 슬라이드를 당겨서 배출시켜야 합니다.
더 최악의 경우는 탄의 화약이 약간 터지다 말면서 탄피는 약실에서 팽창이 되고 슬라이드의 extractor도 탄의 홈부분을 놓친 상황입니다.
이럴때는 손톱으로 탄을 빼낼수밖에 없는데 긴박한 상황에서 세월아 네월아 그럴 시간은 없겠죠.
이런 이유로 22구경은 많은 사람들이 호신용으로 권하질 않습니다.
그렇다고 22구경총이 호신용으로 아예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닌데 불발탄의 확률을 봤을때 호신용으로는 다른 구경의 총기가 낫다는 이유입니다.
저도 이걸 호신용이 아닌 사격장에서 갖고 노는 용도로 구입을 했습니다.
007영화의 옛날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것도 한몫했고 저렴한 가격에 혹한것도 있습니다.
호신용이라면 이것보다도 작고 가벼우면서 9mm 장탄수 12발을 자랑하는 Sig P365가 보다 현실적일 겁니다.
불발탄 확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불발탄에 대응하는 법을 숙지만 한다면 22구경탄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수 있는 전전후 탄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