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정보를 파다보니 최초의 프라모델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파들어가봤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Plastic_model
모형이란 취미는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므로 (진시황 병마총 등), 소재를 플라스틱으로 한정시킨다면 1936년 영국 IMA (International Model Aircraft)의 Frog 브랜드에서 제작한 1/72 'Penguin' 시리즈가 세계 최초의 프라모델이라고 합니다. 이전까지는 나무 또는 철로 모형을 만들었지만 플라스틱만으로 만든 모형은 이게 최초였죠. 이 당시 소재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라는 지금은 거의 안쓰이는 플라스틱이었으며, 현행 플라스틱은 대부분 폴리스티렌(PS) 사출 성형입니다.
이를 기점으로 40년대 전후 미국에서 Hawk models, Lindberg 등의 모형 기업이 세워졌고, 50년대부터 모노그램, 레벨, 에어픽스, 헬러 등 여러분에게도 익숙한 회사들이 들어섰습니다.
최초의 조립되지 않은 키트 판매 또한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주로 자동차 회사의 판촉용 제품으로 오토 딜러들이 취미가들에게 고가에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매년 자동차를 최신형으로 바꾸면서 모형 금형이 이를 따라잡기가 힘들었고, 디테일이 단순한데다 엔진도 빠진 조잡한 수준이었기에 취미가의 수준에도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판촉용 제품 시장에서 벗어나 별도 조립식 키트 판매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IMA의 Frog 브랜드에 대해 조금더 소개하자면, 이 회사는 자체적으로 생산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1930년대 당시 영국의 대형 장난감 업체였던 Lines Bros Ltd. (유명 브랜드 Tri-ang, 이후 airfix 에 흡수합병)의 도움으로 공장을 설립하여 1932년부터 비행기 모형을 출시했습니다. 최초의 프라모델은 Lines Bros 공장 한 구석을 빌려 36년부터 플라스틱 키트를 내놓았죠.
최초의 프라모델은 위 3종입니다.
- Gloster G.37 Gladiator prototype
- Blackburn Shark II (wheels version)
- Hawker Fury I
1937년에 나온 Avro 504K 입니다.
잘 보면 꼬리 러더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카드보드 종이였습니다.
또한 엔진 카울도 얇은 알루미늄이었다는군요.
1938년에 나온 Hawker Demon (왼쪽) 은 금형을 아주 살짝 손본 것만으로
프라모델 사업이 얼마나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례였습니다.
부품을 살짝 교체해주기만 하면 새로운 킷을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으니까요.
세계 최초의 슈퍼마린 스핏파이어 프라모델은 1939년에 나왔군요.
세가지 버전이 있는데, 왼쪽 위가 미리 도색해서 판매한 전쟁 이전 버전, 오른쪽 위는 이후 버전, 오른쪽 아래는 공장 출하 도색 버전입니다.
1940년에 나온 Dornier Do.215B 는 당시 전쟁상황이고
적국의 실제 비행기가 나온지 1년 밖에 안되었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는데요.
뭐, 땅에 추락한 비행기를 보고 만들었으니 정확하겠죠...?
다만 당시 영국 상공을 더 자주 메우던 독일 폭격기는 Do.17Z 라
경쟁사인 Skybirds 는 같은 해 Dornier Do.17 을 바로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영국을 가장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Heinkel He.111 은 두 회사 전부 출시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아래 사진의 출처는 아마존 책이며, 더 자세한 내용은 책을 구입해서 보시면 나올 겁니다!
https://www.amazon.com/FROG-Penguin-plastic-scale-model/dp/9090301801
https://en.wikipedia.org/wiki/Frog_(models)
http://archivesite.jetex.org/history/path_to_jetex.html
Frog 에 대해 더 말씀드리자면, IMA 의 창업자 세 명 중 두 형제는 당시 새로 태어나 발전하고 있던 항공분야에 흥미진진한 청년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비행기 자체보다는 비행기 모형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는데, 그 당시 일반적이었던 발사목+실크 모형에 만족하지 못하고 보다 경량인 종이 성형 모형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신문지를 파쇄하고 접착제를 타서 금형을 만들려던 시도는 매우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동체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는데요. 자신들의 사업을 증명하기 위해 1931년 기업을 만들고 투자자를 모으던 그들은 마침 유명 장난감 기업 Lines Bros 의 투자를 받아 Merton 의 Tri-ang 대형 공장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1932년에 나온 FROG Interceptor Mark IV 는 알루미늄 동체와 종이날개를 지닌 혁신적인 모형이었는데, 고무밴드로 프로펠러를 돌려 구동되는 타입이었고, 2700rpm 의 목재 프로펠러 속도로 당시 가장 빠른 고무동력 비행기였습니다. 인터셉터 IV는 1933년까지 하루 1000개씩 생산하여 세계 각국에 팔렸으며, 초기가는 10실링 6다임에서 1940년 판매종료 시에는 5실링까지 낮아졌습니다.
참고로 Frog 는 First to rise off ground 의 약자인데, 프랑스에선 Frog 란 안좋은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투자회사의 장난감 브랜드인 Tri-ang 으로 팔렸다고 합니다.
1935년에는 3개의 고무동력 프로펠러가 달린 야심찬 제품을 내놓았으나 너무 복잡해서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간단하고 가벼운 모형을 만들고자 했고, 한편으로 취미가들이 자신만의 모형을 만들 수 있도록 직접 도색할 수 있는 종이 동체 세트를 생산했는데, 스핏파이어, 웨슬리, 빅커스 등 21종류의 키트를 출시하며 백화점 등 다양한 장소에서 판매되었습니다.
1937년, Penguin 시리즈로 알려진 세계 최초의 프라모델 3종이 출시됩니다. 'Penguin' 시리즈라 이름을 붙인 이유는 실제로 날지 않는 모형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당시 모형비행기는 발사목으로 만들어진 글라이더 타입같은 것도 있어서 날리다가 부수지 말라는 뜻인 듯)
하지만 형제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번엔 로켓을 달은 모형을 출시할 생각이었던 그들은 모형이 불 탈 위험없이 몇초동안 추진력을 제공하는 추진체를 찾아 군대의 전문가와 연락했습니다. 항공기 설계자와 무긱개발부서, 정부 고위 화학자들의 수많은 실험 끝에 베이클라이트 케이싱과 퓨즈로 구성된 로켓 모터를 성공적으로 개발해냈습니다.
한편, 전시 체제라 군대에서 표적기 수요가 생기면서 길이 약 4피트인 표적용 드론 생산을 맡기는데, IMA 에선 로켓 모터를 달아서 적 기체 모형이 더 빨리 날아가도록 만듭니다. 모터의 무게는 0.9 Kg, 최대 추력은 1.4 Kg로, 수십만개를 생산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합니다. 시범운영을 관람한 기자의 말에 따르면 장난감이라는 편견을 박살내고 나쁜 기후에도 안정적으로 날아다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
왜 여기서 글로스터 미티어 개발 이야기로 가는 거죠?
다시 모형 이야기로 한정시키기로 하죠.
아무튼, IMA 원래 오너는 저렇게 삼천포로 빠지면서 모형쪽은 등한시(?)하게 되었고, 1956년 아예 군수업체로 분사하면서 현재도 BAE 및 보잉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명과 IMA 는 다시 모형 사업에 주력하기로 했죠.
Penguin 시리즈는 1949년 끝났는데, 대신 1955년부터 폴리스티렌(PS)을 사용한 다양한 킷을 만듭니다. (항공기, 선박, 자동차) 대부분은 논스케일 또는 다양한 스케일이었지만 비행기는 1963년부턴 1/72 스케일만 내놓았다고 합니다. (대형 비행기는 1/96)
196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일본산) 수입품의 공격을 받은 영국 장난감 산업과 마찬가지로 IMA도 사업이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하세가와 키트를 판매하기도 했지만, 결국 1970년 인수 결정이 내려졌고 1972년 공장또한 문을 닫게 됩니다. 우연하게도 창업자 Joe Mansour 도 같은 해 사망합니다.
비록 회사 자체는 사라졌지만, 연료충전식 마이크로 로켓 기술은 현재도 계속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파고들다보니 또 묘하게 이상한 방향으로 튀어버린 이야기였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