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말(horse)는 쳐다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그동안 생각만 해오던 타미야의 독일군 승마보병 제대로 만들기를 실행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연휴 첫날 새벽 4시에 뭔가에 쫓기듯이 일어나서 말입니다..
타미야의 승마보병은 박스아트에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닮은 얼굴의 기병장교가 체격이 크고 다리가 길고 늘씬한 명마"에 타고 있는 멋진 그림인데 반해서 조립 후 결과물은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걸 좀 제대로 된 결과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전부터 구상해 왔던 "타미야 승마보병 + 드래곤 플로리언 가이어 + 호넷 별매 헤드"를 조합해 봤습니다.
곧바로 타미야의 제품에 요참형과 효수형을 선고함과 동시에 레이저소우로 집행을 해서 타미야의 상체와 드래곤의 하체를 붙였고 실수로 갉아먹은 부분은 퍼티로 메꿔줬습니다.
효수형을 집행한 목부분은 핀바이스로 파낸 후 작은 구멍을 추가로 뚫고 황동선으로 지지대를 박아주면 레진제 별매 헤드를 더 튼튼하게 고정시킬 수 있습니다.
아직은 머리를 붙이기 전이라 슬리피 할로우의 호스맨(목 없는 기사 / 몇년 전 리메이크 된 미드에서는 현대에 맞게 자동화기와 샷건까지 들고 나타남)이 연상이 됩니다.
생각이 난 김에 예전에 백마 도색 후 미완성 상태로 남겨 둔 크러셔캡을 쓴 장교인형도 손을 보기로 하고 우선 고삐와 등자 같은 마구들을 달아줬습니다.
고삐는 언제나 그랬듯이 복사지를 1mm 넓이로 잘라서 붙인 후 순간접착제를 먹여서 굳혀주는 방법인데 이번에는 고삐가 밑으로 약간씩 늘어진 것을 표현하기 위해 순간접착제를 조금만 먹여서 형태를 잡고 또 조금 먹여서 형태를 잡고를 반복해 주는 식으로 해봤습니다.
드래곤 제품에는 재갈 부분의 고삐를 거는 고리는 타미야의 승마보병 제품에서 가지고 온 겁니다.(처음에는 스테이플러의 침을 휘어서 자작해 보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모양이 잘 나오지 않아서 타미야 제품을 사용하는 쉬운 방법을 선택했음.)
말의 기본 도색을 마친 후 나란히 세워놓은 모습인데, 인형은 머리만 다를 뿐 같은 메이커와 같은 방식으로 조합을 한 녀석들이고 말도 둘다 드래곤의 동일한 제품을 도색만 달리한 것들 입니다.
백마는 예전에 눈동자의 반사광까지 그려줬었기 때문에, 갈색마는 눈동자를 블랙(반광)으로만 도색을 해놓았습니다. 이제는 말의 눈동자를 칠할 때는 달리는 말은 반사광까지 칠해주고, 서 있거나 평보로 걷는 말은 블랙(반광)으로 전체를 칠해주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자의 경우에 눈동자까지 그려줬더니 너무 만화 캐릭터스럽게 나오더군요.
인형의 얼굴과 말의 도색만 다를 뿐 나머지는 완전히 같은 녀석들인데 이게 색칠만 다르게 한 걸로 그 차이점이 잘 표현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타미야의 박스아트대로라면 얼굴에도 흰색의 블레이저를 그려줘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패스를 했음.)
그리고 예전에는 말을 칠할 때 붓으로 바탕색을 초벌칠을 한 다음에 하룻밤을 건조시킨 후 다음 날 적어도 3~4시간 간격으로 두번 정도 추가 색칠을 해서 블랜딩을 해도 바탕색이 벗겨지지 않도록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에어브러쉬로 바탕색을 좀 두텁게 뿌리고 6~7시간 넘게 건조를 했음에도 블랜딩을 할 때 바탕색이 벗겨져서 플라스틱이 드러나는 경우가 몇번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붓으로만 칠하는 것보다 좀 더 편리하긴 했는데 바탕색의 피막이 붓으로 칠할 때보다 약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말과 인형 모두 드래곤의 플로리언 가이어와 타미야의 승마보병 키트들을 두개씩 희생해서(?) 나온 결과물들 입니다.
기병용 장비수납 백은 박스아트에 나온 것과 달리 드래곤의 것을 사용했는데, 제가 갖고 있는 독일군 기본군장과 관련된 자료집을 보면 드래곤에 나온 장비수납용 백이 아닌 다른 수납백을 사용하는 모습이나 설명은 보이지 않아서 드래곤의 것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고삐의 늘어짐이나 기타는 갈색말보다 백마 쪽이 그나마 좀 더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슈탈헬름은 타미야의 다크그린으로 칠해봤지만 이질감이 너무 강하고 피막도 약해서 험브롤의 다크그린(116번)으로 다시 칠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에서도 슈탈헬름의 앞쪽 테두리가 벗겨져서 허옇게 드러난게 너무나도 잘 보입니다.
원래는 무장친위대 표시가 달린 크러셔 캡인데, 국방군 마크를 그려줬습니다. 몰드가 되어 있는 것보다는 볼륨이 약하지만 실물을 눈으로 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 나름 만족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목에 걸어야 할 쌍안경을 접착제로 붙여주고 나면 애써 칠해놓은 가슴의 철십자 훈장(약장)과 단추가 가려질 것 같아서 끈만 검은색으로 칠해 놓은 상태이고 그냥 이대로 놔둘까 생각 중입니다.
이 인형도 위의 인형과 마찬가지로 가슴팍에 붙여야 할 쌍안경을 붙이지 않기 위해 색칠 시작 전에 목에 몰드되어 있는 쌍안경의 끈을 줄을 사용해서 제거해 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한명은 쌍안경을 가슴팍에 걸고 있는게 도리어 둘 사이의 차이점으로 시각적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하지만 약장과 단추 색칠해 놓은게 아까움...)
독일군 인형은 칙칙한 군복에 포인트로 줄 수 있는 병과별로 구분이 된 원색과 여러가지 훈장과 기장을 칠할 수 있는게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칠할 때는 신경을 써야하고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칠해놓고 나면 시각적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달라지더군요.
어깨의 견장과 크러셔캡의 병과 표시는 기병병과니까 당연히 노란색으로 칠해줬더니 시각적으로 더 포인트가 되고 산뜻한 느낌이 듭니다.(슈탈헬름을 쓴 녀석은 보병 병과인 흰색으로 칠해줬다가 너무 칙칙한 것 같아서 지우고 노란색으로 다시 칠해 줌. 타미야 박스 아트를 봐도 노란색인 기병병과의 견장임.)
(타미야 박스아트와 최대한 비슷한 각도로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슈탈헬름은 험브롤의 다크그린(116번)으로 다시 칠을 해준게 타미야의 다크그린보다 더 나은 것 같고 복장은 타미야의 박스아트처럼 최대한 깔끔한 모습이 나오도록 칠해줬습니다.
1.크러셔 캡을 쓴 독일 국방군 기병장교
2. 타미야 박스아트에 나온 모습과 최대한 가까운 모습으로 만들기.
말과 기수(mounted figure)를 도색하면서 언젠가 만들어 보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들인데 어쩌다보니 정말 만들고 색칠까지 하게되었습니다.
괜히 마음이 급해져서 좀 쫓기듯이 마무리를 지은게 있어서, 시간을 두고 여유있게 천천히 진행을 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시간이 된다면 갈색말의 고삐부분은 다시 손을 보고 싶고, 재갈의 고리 부분도 좀 얇게 갈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항상 말도색을 할 때마다 다짐하는 것이지만, 이제는 정말로 한동안 말도색은 쳐다보지도 않으려고 합니다.(재미가 있지만, 의외로 까다롭고 진을 빼는 부분이 있음.)
그리고 말 인형(인젝션)은 개인적으로 드래곤의 플로리언 가이어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늘씬하게 잘 빠졌고 체격도 좋고 얼굴도 잘 생겼고요.
더해서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같은 드래곤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제1기병사단의 인형이 플로리언 가이어의 말에 잘 안맞습니다.
접착제로 붙여서 억지로 맞게 하려면 맞기는 하겠지만, 인형도 좀 짧달막 하고 비례도 좀 별로인 것 같아서 해외의 어떤 모델러도 인형의 틈을 메꾸기 위해 많은 양의 스컬피를 사용해야 했다며 썩 좋은 평을 내리지는 않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