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ya 1/32] Spitfire Mk.IXe
2014-03-31, HIT: 23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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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주
안녕하세요. 두원아빠 이석주입니다.
신제품의 홍수 속에 전광석화와 같은 사재기에도 불구하고 가뭄에 콩 나듯하는 완성작입니다만, 어쨌든 완성작이 나온다는게 어디냐고 위안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여기에 엔진 및 콕핏 제작기 올렸던 스핏파이어 주말에 완성하고 근 일 년 만에 드디어 완성작 하나 추가해봅니다. ^^
역시 타미야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깨끗한 몰드, 빈틈없이 맞아 들어가는 설계, 구석구석 디테일한 재현에 이르기까지 명품 킷이란 바로 이런 거다 싶은 제품이긴 합니다만, 오히려 그러다보니 디테일 업에 대한 욕심도 많이 생기게 되더군요. 다행히 바탕이 좋은 킷이다 보니 디테일 업 한만큼의 보람도 확실하고 효과도 좋은 킷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작업에 투자할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세세한 디테일 업을 하다 보니 작업시간이 너무 걸리네요. 요즘 타미야 에어로의 굵직한 스케쥴이 32 신제품 - 32 파생품 - 48 신제품 / 32 파생품 - 32 신제품의 주기인 것 같습니다만 다른 비행기 살 것 없이 타미야 신제품만 구입해서 만들어도 빡빡하겠네요. 그런데 사람이 밥 만 먹고 살수는 없잖아요. 짜장면도 먹고, 라면도 먹고, 가끔 불량식품도 먹고 해야지 말이지요. ^^;
이번에 제작하게 된 비어-파이어(?)에 대해서도 약간의 배경을 풀어보자면, 스핏파이어 IX형을 제작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머리에 떠오른 마킹이 여럿 있었지만 ‘맥주통 달고 나는 스핏파이어’ 만큼 재미있는 설정도 없는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맥주통 나르는 스핏파이어는 실제로 “Modification XXX"라는 다소 엉뚱하고 장난스러운 코드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후 정규 보급라인으로는 공급이 어려웠던 맥주를 전선의 장병들에게 보급하고자 임시방편으로 낸 아이디어였는데 항속거리가 비교적 길고 주익에 파일런을 장비하고 있던 스핏파이어 IX형이 영국과 노르망디 지역을 오가는 맥주 셔틀에 당첨되었습니다.
세금 없이 국외로 주류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당국이 문제 삼자 곧 중단되었다고는 하지만, 높은 곳의 시원한 바람을 맞고 와서 착륙 직후에 따르면 더할 나위 없이 맛있던 맥주 맛을 본 병사들이 수긍했을 리는 없을 터, 암암리에 고위층으로부터의 승인 없이 비공식적인 다양한 루트로 맥주 나르기 작전은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생각에는 전선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임무보다는 맥주 나르기가 더 편하고 좋을 것 같지만 의외로 파일럿들은 이 특별한 임무를 아주 싫어했다고 합니다. 임시방편으로 파일런에 맥주통을 매달아 놓은 거라서 착륙이 좀 불안정하면 무거운 맥주통이 떨어져 깨져버렸는데 맥주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던 온 부대원들이 착륙장면을 쳐다보는 와중에 맥주통이 떨어져버리면 그 파일럿은 다음 맥주가 올 때까지의 한 주 동안 부대에서 제일 꼴 보기 싫은 놈이 되어버렸다네요.
맥주통을 매다는 것 외에 연료탱크에 맥주를 넣어서 나르기도 했는데 이 경우에는 쇠맛이 강하게 나서 별로 선호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만,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으로는 현재에 와서도 독일 공군 병사들은 에어쇼에 참가할 때에 특수 처리된 팬텀의 연료탱크에 맥주를 가득 담아 와서 마신다고 하니 맥주가 꼭 필요한 음료수처럼 여겨지는 저 동네 애들이니까 어련하겠어, 싶기는 합니다. 우리 공군이 연료 탱크에 소주를 가득 채우고 어디 마실 나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황당한 일일 텐데 말이지요. 여하튼 영국 공군 제일의 파일럿인 Johnnie Johnson까지 맥주 셔틀로 돌릴 정도였으니 맥주 공급이 영국군에게 얼마나 중요한(?) 임무였을까 싶습니다. ^^
맥주통은 프로피모델러라는 곳에서 나온 레진과 에칭으로 구성된 제품을 이용하였고, 마킹은 유명한 Johnnie Johnson의 J-EJ Jr. 기체로서, 품질 좋은 여러 마스킹 시트를 파인 하비를 통해 발매하고 있는 그래비티 윙즈의 최현일 사장님께서 특별히 디자인해서 제공해주신 마스킹 시트를 이용해서 코드 레터, 시리얼 넘버 및 국적마크를 모두 스텐실로 처리하였습니다. 덕분에 아주 깔끔한 마킹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랜딩 플랩은 에듀어드의 에칭제품을 이용했습니다. 작업은 좀 까다롭지만 효과는 확실히 킷 부품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
항상 그래왔듯이 너무 깨끗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더럽지도 않은 웨더링을 모토로 워싱과 더불어 약간의 까기와 배기구 그을음, 스핏파이어의 특징적인 하면 기름자국 정도를 표현해주었습니다. 이 마킹의 실기는 기관총이 외부에 무늬만 있고 실제로는 장착이 되지 않았던 터라 기관포연은 해주지 않았습니다.
긴 제작기간 동안 별다른 문제없이 완성에 이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시원섭섭하기도 하구요. 현재는 그로기 상태입니다만, 조만간 이것저것 찔끔찔끔 손대 보다가 느낌 오는 놈 있으면 또 덤벼보아야지요.
그동안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 드리고, 제작 시 많은 도움을 주셨던 최현일님께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
그럼 모두 즐거운 모형생활 하세요.
긴 제작기간 동안 힘들고 싫증 날 때마다 이 장면 생각 하면서 꾹 참고 달려왔습니다. 안주가 필요없더군요. 하늘 바람 맞고 온 맥주 맛 생각하며 앉은 자리에서 두 병 들이켰어요. 모형 하는데 이런 재미도 있어야지요. ^^; (글 쓰다보니 또 땡기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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