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비페어를 들러보면서 많은 작품들을 봤습니다. 3년간 묵혀둬서 그런지 책상이 부족할 정도로 넘쳐나는 작품들과 사람들로 미어터져서 북적거리다가 책상 위의 작품이 떨어지는 불상사까지 일어나더군요. (중고장터 쪽) 그리고 오래간만에 행사가 열리다보니 & 처음 행사에 참가하는 부스가 있어서 그런지 디스플레이가 아쉬운 부스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개중에는 완전히 최적화되어 보기 좋은 부스도 있었지만 극히 일부였죠. 그런 의미에서 관람 감상 이전에 내년에 같은 자리에서 다시 하비페어가 열린다면 참가팀에게 도움이 될만한 디스플레이 팁을 관람객 입장에서 적어보고자 합니다.
1) 조명이 극히 열악합니다.
처음부터 '전시장' 목적으로 설립된 KOEX 와 달리 성남 디자인진흥원은 '미술관' 조명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말은 미술작품을 보존하기 위해 일부러 조명을 침실조명 수준으로 몹시 어둡게 해놓았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익히 아실 코엑스나 일산 킨텍스, 하비샵의 진열대 조명은 엄청 밝아서 작업실 조명과 별 차이 없으므로 작업했을 때의 색감이 그대로 나옵니다만, 성남 전시관은 아무런 추가 조명 없이 모형만 달랑 들고 가면 관람객들은 어두컴컴한 암흑 속에서 모형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치게 될 겁니다. 특히 위장색으로 카모플라주한 국방색 AFV 들은 더더욱이요.
부스를 둘러보시면 아시겠지만 경험많은 부스들은 Π 모양으로 LED 바 조명을 설치해서 아주 밝게 만들었습니다. 실수로 관람객까지 조명을 쏘게 만들어서 눈부신 나머지 오히려 도망치게 만드는 부스도 있습니다만, 가림막까지 잘 설치해서 모형만 추가 조명을 뿌려줘야 의도한 대로 전시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건 작품 자체에 스팟라이트 LED 가 내장되어 있어 자기완결성을 보여주는 경우겠죠. (이것도 너무 밝아서 관람객에게 빛을 내쏘는 건 거부반응이 옵니다.)
어떤 부스는 아예 책장 형식으로 칸막이를 쌓아놓고 그 안에 LED 도 설치하고 해서 최적의 스튜디오 촬영환경을 만들어놨더군요. 그러나 오직 정면에서만 볼 수 있고 옆면은 벽으로 막혀서 내용물이 안 보여 답답해 보이는 단점이 있으므로, 아크릴 투명 벽장이 아니라면 그런 구성은 안 하는게 좋겠습니다. 워낙 사람이 바글대서 정면에서 구경하거나 정면에서 각잡고 사진찍기 어려운 것도 부정적인 이유입니다.
2) 자리 운빨이 있습니다
올해 부스를 보면 양쪽 입구를 들어가면 바로 상업부스 및 중고장터가 있습니다. 덕분에 엄청나게 사람이 몰리고, 그 바로 다음 개인부스 또한 인파에 엄청 시달립니다. 자리배치는 랜덤으로 알고 있는데, 덕분에 저 빨간 부분의 부스는 고생이 심한 것처럼 보이더군요. 사람이 쉴새없이 몰아닥치니까요. 상업부스와 중고장터는 정말 고객이 쉴틈없이 계속 상주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술관이라는 건물의 구조적 특징 덕분에 바닥이 단단한 콘크리트가 아닌 나뭇바닥?처럼 느껴집니다. 바닥이 울렁거려서 그런지 사람이 엄청 몰리니까 바닥이 흔들리더군요. + 사람이 지나가거나 책상에 부딛혀서 책상이 계속 흔들리다가 전시물이 떨어집니다. 제가 목격한 사고도 바로 중고장터 바로 옆 부스에서 책상이 흔들려서 도미노처럼 전시물이 와르르 무너졌던 사고입니다.
반면, 가장 안쪽은 아주 한가로워서 분위기가 좋더군요. 부스 사람들과 작품에 대해 대화를 나눌 잠시의 짬도 있고요. 인파에 밀리면 대화가 자꾸만 끊기니 여건이 안 좋습니다.
3) 관람객용 복도의 폭이 좁으므로 사전에 전시물 배치할 때 관람객의 시선 처리와 사진촬영 여건을 고민
3년 만에 열려서 그런지 몰라도 부스 수에 비해 전시 장소가 협소하다고 느꼈습니다. 관람객용 통로는 성인 둘이 어깨를 세우고 나란히 걸어가는 것만으로 꽉 차는 수준이었기에 작년 WMMF 보다 좁았고 인파는 더 많았으므로 관람이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관람객의 시선은 위에서 아래로 그냥 내리 꽂힌다고 보시면 됩니다. 모형을 입체적으로 관찰할만한 여건이 거의 못되죠. 특히 SD 건담이나 1/35, 1/72 피규어들이 가장 피해를 많이 보더라구요. 어두컴컴한 조명까지 포함해서요. WMMF 때는 몇몇 테이블은 1.5미터 높이라서 시선과 거의 수평으로 편하게 모형 내부를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그렇게 보려니 몸을 수그리거나 쪼그려 앉아야 해서 난리였고, 그러다 보니 통로를 막는 사람들이 꽤 자주 있었습니다. 저도 허벅지가 욱신거리네요.
가능하면 책상 높이에 그냥 올리지 말고 관람객이 선 채로 관람하면서 모형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높이까지 디스플레이를 해주고 + LED 조명까지 완비하는 것이 가장 완벽할 듯 합니다.
4) 프라이빗 공간을 가려주세요
거창한 건 아니고 책상에 앉아 있으면 부스에 바짝 붙어서 사진 찍을 때.... 바짓가랑이 부분이 찍혀서 좀 거시기 합니다. 그냥 20cm 정도의 검은색 폼보드 칸막이 등을 책상 앞에 세워주기만 해도 배경을 깔끔하게 가려줘서 사진찍기 좋아지고 제작하신 분들의 사복 차림도 안 보이므로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부스에서 그런 곳이 딱 하나 있었습니다. 사진 찍는데 검은색 배경이 1미터 정도나 되더군요. 오오 하면서 찍는데 바로 옆 작품도 찍으니까 없던 검은색 배경이 따라옵니다.
???
또 찍다가 다시 옆으로 가니 또 검은색 배경이 따라왔습니다.
???
그제서야 올려다보니 제 카메라를 따라서 폼보드를 손으로 잡고 계셨습니다...
그건 좀 부담스러우니 그냥 책상에 붙여주시면 되겠습니다...
소감은 누구나 쓸 것 같으니 변주곡으로 참가자 입장으로서의 팁을 써봤는데, 오늘 처음 간 사람의 말이니 그다지 신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