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을 몇년만에 만들어보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거의 10년도 넘었을겁니다. 제가 초등학생때 만든거니까...
<건프라입문>이라는 책을 읽고 저도 HG 엑시아인가... 그걸로 입문해서 HGUC 시난주, 족크, 제타 건담, RG 샤아 자쿠를 만들어보고 그랬지요. 자쿠를 비롯한 지온군을 유독 좋아해서 원래 자쿠도 더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이윽고 RG 샤아 자쿠의 내구성이나 생각보다 갖고 놀기 어려웠던 처음 겪어보는 팔다리 관절(그래서 족크는 갖고 놀기 편했는데 팔 관절이 뻑뻑하게 돌아가서 조심스러웠습니다... ㅋㅋ) 때문에 흥미를 잃고 다시 밀리터리로 돌아갔었죠.
하지만 건담을 좋아하는건 여전하긴 했지만 그동안 잊고 살았는데 이번에 큰맘 먹고 건담도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자쿠 워리어의 팬아트가 밀리터리가 연상되고 너무 멋있어서 모형을 찾다가 MG 블레이즈 자쿠가 굉장히 멋있길래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거든요. 어릴때 "모빌 슈트"라고 사람이 아이언맨 슈트나 스타크래프트의 해병 전투복처럼 착용하는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보니 뭔가 자쿠 특유의 자연스러움(?)과 밀리터리풍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중고장터에서 간혹 저렴하게 매물이 올라온다더군요. 그때를 노리기로 하고... MG는 덩치와 디테일에 걸맞게 가격도 보통 높은 편이라 다시 HG 우주세기로 돌아왔습니다. 이상하게 저는 우주세기 지온군이 정감가더라구요. 자쿠, 구프, 곡크, 걍, 즈고크... 외눈박이의 악당들... 악인들도 개인적으로 나름 신사적이고 질서 악?처럼 자기가 정한 룰을 지키며 싸우는 특이한 악인을 좋아하는데 샤아 아즈나블과 지온 공국이 어릴땐 그렇게 보였나봅니다.
서론이 엄청 길었습니다. 아무튼... 택배비 포함 2만원 정도에 구한 걍 건담입니다. 어릴때 서양의 기사 같은 디자인을 한 걍에게 뭔가 동경?을 했었는데 이번에 친구들이랑 건담 얘기하며(친구들의 취미가 레고, 건담이라 다행입니다. 그중에서도 한명은 저와 같은 우주세기에 관심이 많은...) 이런 저런 얘기하다보니 알게 된건데 걍 모빌 슈트의 조종사가 도자기 수집이 취미고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보기도 하는 특이한 취미를 가졌고, 걍 MS가 양산되지 말고 자신만의 기체로 기억되길 바랐다고 하더군요. 뭔가 의도한건지 몰라도 MS의 디자인을 따라 조종사도 그렇게 디자인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 초점 빗나갔다... 정말 오랜만에 만져보는 스냅타이드입니다. 빔 샤벨이 살짝 휘어져 있던데 그렇게까지 티나진 않아서 그냥 놔뒀지요.
이제서야 생각난건데 밝은 색이랑 빨간색은 게이트 자국이 잘 안납니다. 파란색과 손가락, 백팩, 방패의 작은 미사일만 부분도색을 해줄 생각이라서 나머진 최대한 게이트 자국 없는 조립이 필요했는데 잘 되었지요.
약간 휘어있긴 한데 별로 신경 쓸 건 아닙니다.
타미야 아크릴 XF-19 스카이 그레이로 작업해주었습니다.
문득 칠하다보니 언제 완성될지 알길이 없는 M10 울버린과 아직 책상 밑에서 잠들고 있는 1/700 프린스 오브 웨일스는 잠시 잊고 힐-링 하려고 고른건데 그냥 무도색으로 갈까..? 싶었는데 그래도 디테일을 조금이라도 챙겨주면 좋을듯 해서 인내심을 갖고 칠했습니다. 어차피 금방이더라구요.
인터넷에서 HGUC, MG 걍 작례를 찾아보다보니 이렇게 탄두를 밝은 회색으로 칠하신 작례가 있어 마음에 들어 따라했는데 역시 잘 어울리네요.
내친김에 타미야 패널라인 악센트를 사용해봅니다... 어릴때 <건프라입문> 읽었을땐 에나멜 신너랑 만나면 건담의 플라스틱이 깨질 수 있다고 해서 먹선마커 찾아서 꺼낼까 했는데... 다들 패널라이 악센트를 사용하시길래 저도 사용했더니 멀쩡하네요. 슈퍼클리어 코팅을 해도 방심하면 안된다는 글을 MMZ에서도 보았던거 같은데...
전차포에도 끄덕 없지만 에나멜 계 신너에는 약한 건다리움 합금도 발전했나 봅니다. (?)
흘려넣는 먹선펜은 패널라인 악센트보다 좀 더 진하게 입혀진다던데 실제 작례들을 찾아보니 붉은색의 샤아 전용 기체들에게 잘 어울릴듯 합니다. 강렬한 3배 빠른 빨간색과 진하고 선명한 검정 패널라인...
기본적으로 슈퍼클리어 코팅 후 먹선 작업 -> 반광 마감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건담은 전부 반광 마감을 해주는걸로~
파란색은 타미야 AS-8 2차대전 미해군 파란색을 썼더니 너무 어둡더군요. 역시 TS-15 파란색을 썼어야 했나 봅니다. 가뜩이나 마스킹 테이프도 이제 한번 쓸거 남았고 아트 나이프 칼날, 아크릴 신너, 에나멜 신너, 타미야 아크릴 도료 두개, 군제 슈퍼클리어 유광, 탑코트 반광도 사야되는데 큰일입니다. 전부 얼마 안남았는데...
뒤져보니 검정색 도료가 없길래 영일락카 검정 락카 남은걸 뿌렸습니다. 이마저도 이제 없네요.
씰까지 붙히고 외부 장갑을 씌워주니 아주 그럴싸합니다.
어깨가 크고 가동 범위도 굉장히 넓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달롱넷에서 알게된 오른손목 관절을 드디어 저도 접했더니 정말 신세계더라구요. 이게 뭐라고 몇번이나 만지작거렸는지...
덕분에 펜싱 자세도 가능합니다. 발끝도 움직인다는데 사실적인 움직임이 가능하겠네요.
저먼 그레이를 칠해준 백팩을 붙혀주고... 어릴때 시난주를 남는 시간마다 틈틈히 만들어서 일주일 넘게 만든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도 그럴듯 합니다.
어디보자... 이제 앞으로 천천히 MG 블레이즈 자쿠, 구프, 기라도가, 샤아 자쿠, 양산형 자쿠 육전형(1대는 장교용, 두대는 사병용) 그리고... HGUC 구프, 짐, 샤아 전용 즈고크, 곡크까지 1년 전쟁 지온군 모으고 디 오리진 자쿠와 디 오리진 붉은 혜성, 디 오리진 RX-78... 쿠쿠루스 도안 건캐논, 건탱크... 리바이브 버전이 있으면 꼭 리바이브를 사라던데 건담도 꽤 재밌는거 같습니다.
근데 커서 다시 하려고 해도 거의 다 우주세기 당시 지온군을 모으네? 요즘 우주세기 제품들이 용산 아이파크몰 건담 베이스로 가도 물량이 귀하다는데... 하긴 지난번에 타미야 프라모델 컨테스트 출품을 위해 가면서 겸사 겸사 구경했는데 HGUC가 딱 하나 남은 건탱크(햄버거로 점심 먹고 기차 타기 전에 사려고 갔더니 품절 ㅠㅜ 미리 사둘걸...), 그리고 평범하게(?) 물량이 있던 샤아 전용 즈고크와 지옹, 리바이브 구프만 있던데 아쉽더군요.
아 지금 생각하니까 그때 미리 사둘껄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