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목범선 프라모델 최고 명가 즈베즈다에서 나온 스냅타이트 키트 골든하인드 1/350 입니다.

 

50년 이상 지난 금형이 수두룩한 목범선 프라모델을 고를 때의 가장 큰 고민은 전부 다 입니다.

- 반세기 이전 옛날 금형이라서 2020년 신제품만큼 샤프하지 않다

- 고증이 틀린 것이 많다

- 조립성이 굉장히 안좋다. 툭하면 퍼티질하기 일쑤이고 스냅타이트 설계는 꿈도 못꾼다

- 축척이 다들 지멋대로라서 요즘 대세인 1/200 1/350 같은 걸 찾아보기 힘들다

이와 같은 난점들로 인해 인기가 없어진 목범선은 업체들의 신제품 미발매라는 악순환을 이루면서, 21세기에 들어서 발매된 목범선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목범선 매니아로선 고난의 시기입니다. 

그러나 혹독한 겨울같은 목범선 프라모델계에서 꿋꿋하게 최신 프라모델 금형 설계와 쉬운 조립성을 도입하여 신제품 키트를 발매하고 있는 회사가 있었으니, 러시아의 즈베즈다였습니다.

 

 이제서야 알아본 것이 아까울 정도로 처음 즈베즈다 목범선 프라모델을 접했을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목범선에도 드디어 요즘 시대에 맞는(=건담같은) 쉽고 간단한 조립성과 훌륭한 부품 분할,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진 거니까요.

아카데미 최신 밀리터리 제품인 F-14 1/72 키트도 이런 식으로 조립 편의성과 퀄리티 둘 다 잡아주길 은근히 기대했는데, 조립해보니 퀄리티는 올라갔어도 조립성은 예전 설계방식 그대로라 아쉬웠지 말입니다.

 

 

 설명서는 한장 짜리로 간단합니다. 스냅타이트 설계라서 조립만 한다면 30분 이내에 뚝딱 가능하고 어린애도 조립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반한 부분은 1번의 내부 골조입니다. 목범선 조립할 때 가장 까다로운 부분 중 하나가 선체 양쪽을 정확히 합치하는 건데, 가운데 골조 부품을 넣어서 양쪽을 오차없이 끼울 수 있게 설계해놨습니다. 이 골든하인드에는 뼈대만 있어서 좀 심심한데, 블랙 스완 제품에는 대포까지 빼곡하게 설치되어 있어서 내부에서 대포가 포문을 통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훌륭한 프로모션도 제공합니다.

해당 골조를 이용해서 워터라인 스탠드에 끼우는 것도 가능하며 이를 위해 스탠드도 두가지를 넣어줬습니다.

그 외에 다른 모든 부품에도 스냅타이트 이음매 설계로 접착제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쉽고 튼튼하게 끼울 수 있게 해놨습니다.

 

 2014년 제품으로 금형 모든 부분이 굉장히 또렷하고 레벨의 지느러미 같은 것도 안 보입니다. 런너 배치도 레벨의 스냅타이트 목범선의 배치보다 훨씬 좋아서 돛대 등이 안 휘어지게 해놨습니다.

 

 배 밑바닥 부분의 홈이 보이죠? 레벨 HMS Victory 1/450 만들 때는 저런 가이드가 없어서 단차를 없애느라 온갖 고생을 했었는데, 즈베즈다는 정확한 금형+내부의 스냅타이트 골조+테두리 가이드로 이음매를 단번에 정확하게 끼울 수 있게 해줍니다. 여러모로 100배는 편리하고 완성도 높은 고마운 방식입니다. 제가 아카데미 F-14 1/72 만들 때 몸통 상판과 하판의 단차가 쉽게 발생하지 않도록 이런 식으로 가이드 계단을 설계해주길 바랬었는데, 그냥 아무것도 없는 재래식 설계라 여지없이 단차가 발생해서, 바깥의 패널라인 먹으면서 단차 수정하느라 고생했었습니다.

 

 사다리는 1/350 축척이라는 걸 감안하면 과장된 표현이지만 스냅타이트 킷이라는 걸 생각하면 넘어가는게 편하죠. -_-a

 

 두가지 표현이 가능한 스탠드입니다. 오른쪽은 풀헐이고 왼쪽은 게이밍용 피규어로 워터라인 상태로 끼울 수 있습니다.

 제가 예전부터 즈베즈다 킷을 구입하는 걸 망설이게 만들었던 스냅타이트 방식 돛입니다. 이렇게 가라로 끼우는 방식은 반다이 원피스 배로 처음 접해봤는데, 싼티가 심해서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즈베즈다는 굉장히 작고 촘촘해서 실물로 보니 썩 나쁘지 않고, 이음매의 허전한 부분을 실을 감아주거나 도색으로 덮어주면 어색하지 않은 수준으로 현실적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데칼은 흔한 동유럽 동네의 짙푸른색 배경의 데칼이며, 투명성이 높아보이니 데칼 본연의 색상을 내려면 배경은 흰색 프라이머를 깔아주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종합하면 요즘 시대에 맞는 1/350 스케일로 모형만이 아니라 게이밍 피규어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고,

스냅타이트 설계로 조립만 하면 30분,

도색해도 색분할을 굉장히 적절히 해놔서 재밌게 칠할 수 있으며,

주말 시간을 투자하면 높은 완성도로 채색 조립 완성까지 노릴 수 있는 조립성/완성시 프로모션 전부 훌륭한 키트입니다.

 

이거 외에도 1/350 즈베즈다 목범선 몇가지 더 있으니 가볍게 즐기실 수 있으며, 보다 전문적이고 고퀄리티의 목범선을 원하신다면 2010년대 이후에 출시한 즈베즈다의 목범선이 퀄리티는 무조건 보장이니 안심하고 사시면 됩니다. 2차대전 군함 키트처럼 별매 포토에칭 필수지만 러시아 제품들이 그러하듯(환율 폭락) 포토에칭도 싼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