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써온 모형을 망친 마스킹 테이프들)


도색 작업을 좀 하다보니 마스킹 테이프 성능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떼어낼 때마다 밑색까지 떨어지지 않을까, 끈적거림이 남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만드니까요.

 

 검색 끝에 모형계의 끝판왕은 타미야와 3M 마스킹 테이프라는 걸 알아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이 모형용으로 적합한지 조사 및 구입하여 테스트해봤습니다.

타미야 마스킹테이프는 오랜 역사와 함께 서양 커뮤니티에서도 항상 인정해주는 마스킹테이프입니다. 때로는 다양한 종류의 테이프를 추천해줄 때도 있지만, 크리티컬 미션에서는 반드시 타미야가 거론되죠. 타미야는 사진을 보다시피 케이싱을 포함한 스타터 키트와 속 알맹이만 교체할 수 있는 리필로 판매되며, 마스킹 테이프의 생명은 끈적한 옆면을 얼마나 깨끗하게 유지하느냐이기 때문에 저런 케이싱은 필수라 할 수 있습니다. 옆면이 먼지로 더러워지면 마스킹 테이프의 가치는 절반도 안되게 되므로 항상 사용후 깨끗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자매품으로 커브용 마스킹테이프(하얀색)도 구입했지만 이번에 테스트하진 않았습니다.

 

 그 다음은 오른쪽 아래의 초록색 3M 233+/401+ Performance Masking Tape 입니다. 3M 마스킹 테이프 중 자동차(Automotive) 도색에 특화된 제품이며, 국내에서 많이 쓰이는 제품이기 때문에 저렴합니다. 자동차 도색은 모형 도색과 유사한 점이 많은 만큼 충분히 쓸 수 있고, 제가 한달동안 실용해본 결과 추천해준 만큼 이전에 쓰던 폐급 마스킹테이프보다 확실히 쓸만했습니다.

 마지막 왼쪽 아래 민트색은 3M 마스킹 테이프 중 가장 값비싼 Automotive Precision Masking Tape 입니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도색에 특화된 제품입니다만, 3M 마스킹테이프 중 가장 얇고 정밀한 테이프라고 해서 샀습니다. 이것도 해외 모형 커뮤니티에서 추천해준 건데, 10년 전에는 218 이라는 제품이었지만 지금은 단종되어서 어쩔 수 없이 06525 라는 현행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먼저 두께를 재어봤습니다.

3M 초록색 테이프는 꺼끌거리는 촉감만큼 확실히 두꺼웠는데요. 마스킹 테이프가 두꺼우면 곡선부위라든지, 두 테이프를 겹칠 때 페인트가 새어들어갈 가능성이 커지므로 이 부분은 타미야가 더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초록색 테이프로 겹쳐서 작업하다가 틈으로 새어들어간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또한, 종이... 라기 보다는 섬유질 같은 결무늬 촉감이 느껴지는 테이프이므로 옆면 절단면도 현미경 수준으로 확대해보면 타미야에 비해 우둘두둘하고 매끄럽지 않습니다. 민감하신 분이라면 피하는 것이 좋겠는데, 넓은 면적을 저렴하게 커버할 때 쓴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타미야는 만지면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확실히 얇습니다. 놀랍게도 3M 의 가장 얇다는 06525 도 타미야와 같은 두께였는데요. (오차범위 내) 너무나 유사한 두 테이프 덕분에 비교할 의미를 상당히 잃어버렸지 말입니다. 두 테이프 다 테두리도 칼같아서 모형 작업에 매우 적합합니다.

 

 접착력은 세 테이프 전부 차이가 납니다.

먼저 가장 강력한 건 3M 초록색입니다. 아슬아슬하게 끈적임이 안남을 정도로 강하게 세팅되어 있기 때문에 조바심을 느끼는 분도 있겠지만, 런던 버스를 비롯해서 그동안 작업하면서 한번도 밑색도장이 떨어져 나간 적 없습니다. 프라이머 제대로 깔고 충분히 굳힌다면 떨어질 일 없는, 도색에 적합한 테이프라 할 수 있습니다.

타미야는 초록색에 비하면 약한 편에 속합니다만 그래도 강하게 붙잡아줍니다. 여러모로 모형작업에 이상적인 접착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3M 민트색은 살짝 의문이 들 정도로 접착력이 약합니다. 문방구에서 파는 팬시 마스킹테이프가 떠오를 정도인데요. 그것들은 제대로 접착이 되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이고 이건 그래도 붙긴 붙어준다는 면에서 제역할은 해줍니다만, 한번 붙인 후 다시 붙였을 땐 불안할 정도로 약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마지막은 식기건조기에서 장시간 열을 가했을 때 얼마나 끈적임이 남는가 테스트입니다.

이것도 3M 초록색이 식기건조기에서 꺼냈을 때 도색면에 끈적임이 남은 것에 충격받아서 테스트해본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초록색 테이프로 몇번 쩍쩍 붙였다 떼어주니 끈적임은 전부 사라졌습니다만, 처음부터 열을 가해도 본드 성분이 녹아내리지 않는게 더 좋으니 해본 테스트입니다. 참고로 제 식기세척기는 내열을 위해 수건으로 덮어서 사용해왔는데, 덕분에 내부온도가 100도 가까이 올라가더군요. -_-; 보통 식기세척기보다 가혹한 상황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먼저 초록색은 이미 경험한 그대로 끈적임이 더 심해지면서 끈끈이 실이 짧게 생깁니다. 이게 좀 더 심해지거나 하루 지나면 표면에 끈적임이 남은 채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도 위에 쓴 대로 초록색테이프를 붙였다 떼어내면 남김없이 떼어낼 수 있지만 그래도 찜찜합니다.

 

 타미야도 열을 가하니 끈적거림이 좀 생겼습니다. 하지만 눈에 거의 띄지 않을 정도이므로 이 정도면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습니다.

 3M 민트색은 끈적거림이 전혀 없습니다. 과연 비싼값을 하는 테이프이긴 합니다만, 대신 접착력이 불안하네요.

 

 마지막으로 가성비입니다. 재고의 여지없이 국내에선 타미야로 쓰는게 좋네요...

3M 민트색이 대체제로 좋긴 합니다만 국내 오토샵에서 안 사용하는 것 같아서 수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3M 초록색은 타미야의 완전한 대체제가 될 수 없으며, 타미야로 민감한 부분을 덮은 후, 넓은 빈땅을 1/5 의 가격에 끈적거림이 남지 않고 가리는 용도로 쓰시면 되겠습니다.

 

 

김진철 님의 추천으로 3M 244 내열테이프도 추가 구입하여 테스트했습니다.

먼저 3M 사이트의 공식 데이터 시트 비교입니다. 미국서 직구한 06525 보다 접착력은 조금 더 떨어지고 두께는 얇은 걸로 나와있는데요. 그와 비슷한 타미야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실물을 받아보니 실제로 촉감이나 색상 전부 타미야와 거의 동일했습니다.

제가 위에서 06525의 접착력이 떨어진다고 말씀드렸는데, 정확히 말씀드리면 식기건조기에서의 45분 100도 고온 테스트 이후의 접착력을 시험한 거였습니다. 식기건조기에 넣지 않고 평상시 그대로 사용하면 06525 도 타미야 못지않은 접착력을 보여주며, 열을 가하면 접착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244 또한 06525와 같은 특성을 보였는데, 열을 가하기 전에는 타미야와 거의 같은 접착력을 보였지만 열테스트를 가한 후에는 쉽게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타미야는 찐득이가 조금 생기는 것과 달리, 244는 06525와 같이 찐득이가 조금도 생기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졌습니다. 열을 가하면 찐득이가 없고 접착력도 줄어드는 점은 오히려 장점에 해당하는 걸수도 있겠네요.

 

 

3M 244의 가격은 3M 233+/401+ 의 2배 정도 됩니다만 그래도 타미야의 1/3 정도 밖에 안됩니다. 그러면서 타미야의 완벽한 대체가 가능합니다! 사이즈도 3mm 같이 더 세밀하게 다양하게 있어서 용도에 맞게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3M 244 하나만 구입해서 써도 충분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