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을 보니 리벳은 대충 구멍뚫는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더군요.

 

먼저 리벳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오래된 비행기일수록 리벳이 다양하고 크고 많고 거칩니다. (튀어나와 있습니다) 참고로 공기역학적으로 훨씬 매끄러울 용접을 하지 않고 리벳을 쓰는 이유는 생산성 때문이라고 하죠. 전쟁시에는 미숙련공이라도 단시간 내에 같은 규격품을 뚝딱 생산해내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 수리성

그래서 1차 세계대전은 말할 것도 없고, 2차 세계대전 또한 리벳의 향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로 올수록 리벳은 점점 줄어들고, 마침내 최신예 F-35 에 이르러선 마치 프라모델처럼 매끄럽고 리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스텔스기까지 나왔습니다. 

 

만약 F-22 F-35 만 만든다면 누구나 쉽게 흠잡을데 없는 모형을 만들 수 있겠죠. 하지만 인기있는 세계대전이나 냉전시대 모형을 만든다면 리벳은 패널라인 이상으로 실력을 판가름하고 대회 수상여부를 결정짓는 잣대가 됩니다. 

http://www.ratomodeling.com.br/articles/riveting1/riveting1.html

여기의 리벳 강좌글을 보면 여러가지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은데, 다루기 편한 네거티브 리벳부터 엄청 빡세지만 현실적인 포지티브 리벳까지 지금껏 수많은 모형인들이 리벳 표현에 도전해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britmodeller.com/forums/index.php?/topic/235015852-rivets-or-how-to-make-them/ )

그 결과 외국은 이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양각/음각 리벳을 표현하지 않으면 수상권에도 못 든다는 거죠.

 

리벳의 형태가 중요하면 위치는 더 중요하겠죠? 현실의 리벳 위치를 정확히 알고 갯수까지 딱 맞춰서 박아야 하는데, 이건 책자로도 못하고 적어도 실물 가까이 가서 고해상도 (2천만 화소 이상) 카메라로 자료를 수집하지 않으면 매우 어렵습니다. 인터넷 사진도 해상도가 떨어지거나 흐릿해서 리벳은 안 나오기 일쑤니까요. 잘 알려진 기체라면좀 낫지만 희귀한 기체는 실물을 볼 기회도 쓸만한 자료도 없으니 참 난감합니다.

파고들수록 참 어려운 세계입니다.

 

이번에 구입한 Rivet Marker 는 '마커' 입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점을 찍어줘서 리벳의 위치를 플라스틱 위에 마킹해주는 역할만 해주는 롤러죠. 

이걸로 구멍도 뚫을 수 있지만, 바로 아래 보시면 알 수 있듯이 리벳표현으로는 부적합하므로 별도의 공구가 필요합니다. 리벳 표현은 위의 외국 사이트를 참조하시면 되며, 주사바늘 뒤쪽 등을 사용하면 됩니다.

 

먼저 가장 폭이 좁은 0.30mm 짜리 롤러입니다. 처음 사용할 땐 롤러가 돌아가지 않도록 나사가 강하게 조여져 있으므로, 안에 들어가 있는 공구로 살짝 풀어주시면 됩니다. 롤러고정대의 폭은 6mm 인데 두께가 0.80mm 로 상당히 두꺼운 편이라 일반 아트나이프 손잡이에 끼우면 파손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 0.50mm 프라판에 테스트한 건 힘의 가감에 따른 차이입니다. 이 공구가 '마커'인 이유입니다. 힘을 쎄게 주면 구멍이 커지지만 그 사이의 간격이 무의미해져서 리벳이 아니라 실선이 되어버립니다. 이 리벳 마커의 손잡이를 적당히 살풋 잡고 그어준 후, 다른 송곳이나 리벳툴로 마커 구멍을 하나하나 손봐주는 것이 리벳 작업입니다. 

 

 그 다음은 40mm 간격입니다. 힘을 세게 주지 말라는 이유가 나옵니다. 그다지 정교하게 가공한 것이 아니므로 힘을 쎄게 주면 위와 같이 구멍이 아닌 삼각형 홀이 되어버립니다. 물론 삼각형 모양 리벳도 아주 가끔 쓰입니다만 대부분은 아닙니다. 이건 마커일 뿐입니다.

 역시 크면 클수록 편합니다. 0.50mm 툴이 가장 쉽게 그어지고 구멍도 잘 생기네요. 톱니 각도가 딱 맞는 듯 싶습니다.

 다음은 스탠다드 롤러 사이즈입니다. 좁은 곳에 들어가기 힘들지만 크니까 기대수명이 좀 더 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 사용해보니 영 불편해서 그냥 미니롤러 사이즈가 더 낫습니다.

 큰 차이 없습니다. 힘 주지 말고 마킹만 하는 도구입니다. 0.55mm 인데 이거보단 위의 0.50mm 가 더 나았네요.

 0.65mm 힘주지 말고...

 0.75mm 

 마지막은 코너에 쓰라고 나온 툴입니다. 날폭은 두번째 제품과 똑같은 0.55mm 0.65mm 0.75mm 인데, 보다시피 이건 나사를 푸는게 아니라 고정해놓고 쓰는 제품입니다. 지금은 직선입니다만 나사를 풀고 ㄱ 자로 만들어서 다시 조이면 특수한 각도로도 마킹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은 거의 없겠지만요.

세번째 (빨간색) 줄이 0.75mm 로 테스트한 겁니다. 롤러는 시작점이 돌아가므로 리벳의 위치를 정확히 잡아주기 힘들지만 이 제품은 딱 고정되고 끝이 어딘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리벳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여 원하는 곳에 마킹하는 것이 장점입니다.

혹시 사이즈 구라치는게 아닌가 싶어서 자를 대서 0.75mm 간격이 맞는지 확인해봤는데, 대충 계산해보니 거의 맞습니다.

 

위 Galaxy Rivet Marker 는 어디까지나 살짝 힘을 줘서 마킹만 하는 줄자같은 도구입니다. 플라스틱에 점점이 박힌 흠집을 별도의 리벳 생성도구로 하나하나 정성껏 구멍을 내거나 양각 리벳을 붙여넣어서 완성하게 됩니다.

리벳 작업시 가장 큰 장애물은 어디에 뭘 박아넣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인터넷 어디에도 이런 정보는 찾기 힘듭니다. 그냥 무지성으로 패널라인따라서 모조리 박아넣다간 실물을 본 잘 아는 분들 보기에 부끄러운 작품이 되죠. 어느 분야나 만만한게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