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형을 색칠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밝기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전에는 어떤 색을 사용할까를 걱정했다면 요즘은 밝기를 어느 정도로 해야할까 하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고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모형은 실물보다 작기 때문에 그만큼 빛은 반사하는 면적이 작아 실물과 같은 색을 적용했을 때 더 어두워 보입니다. 이를 컬러 스케일 효과라고 하는데 공식도 있더군요. 대충 1/35 정도의 모형이라면 실물보다 10 - 15% 정도 밝게 칠해야 원래 색의 느낌이 납니다. 

판매되는 지정색의 밝기가 100 이라면 색칠을 할 때는 110 - 115의 밝기로 칠해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에 필터링과 쉐이딩등 부가적인 색칠이 가해지면 더 어두워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본색을 10 - 15%를 밝게 칠했다해도 후반 작업에서 다시 밝기가 감소하고 전체적인 밝기는 어두워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 결과물의 밝기를 예측하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가지 중요한 것은 내 모형이 보여질 곳의 밝기 기준을 정하는 것입니다. 

모형 색칠은 적합한 색상을 입히는 작업과 명암을 표현하는 두 가지 작업에 웨더링이라는 부가 요소가 더해집니다. 여기서 명암은 가상의 빛의 방향과 강도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입니다. 즉, 빛에 의해 나타나는 효과까지도 그려주는 작업이며 그러려면 빛의 기준점을 설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모형에 명암을 그려 넣을 때, 대부분 위에서 아래로 확산되어 내려오는 빛을 가정합니다. 흐린날 구름을 뚫고 내려오는 빛 정도가 비슷할 것 같습니다. 

모델러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밤에 칠하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전혀 다른 모형이 되어있더라...

이유는 밝기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론 색온도도 변했지만 여기서는 밝기만을 언급하겠습니다. 작업 테이블의 스탠드를 아무리 밝게 한다고 해도 보통 자연광보다 턱없이 어둡죠. 작업 테이블의 조명 밝기는 모델러가 설정한 가상의 밝기입니다. 즉 우리는 이 빛의 밝기에 맞춰 모형을 색칠한 것이고 이 빛과 다른 환경에서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죠.

완성된 모형의 색과 명암을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전시 공간의 조도와 색온도가 작업 공간의 그것과 비슷해야 합니다. 민약 다르다면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줄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컨테스트가 있습니다.

전시장의 조도는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밝을 수도 있고 어두울 수도 있습니다. 만일 어둡다면 여러분이 작업한 결과가 거의 표현되지 않을것이고 심사의원의 눈이 띠기 힘들겁니다. 그래서 칠하는 모형의 명암 설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전 요즘 이 명암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작업하다가 중간 중간 자연광과 다른 조명 밑에서 확인하는 작업을 자주합니다. 사진을 찍어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사진은 명암을 평균적으로 변형하기 때문이죠.

어떤 기준점을 설정하기 힘들어서 요즘 선택한 방법은 기본색 과정에서 명암비를 많이 낮추고 점차 색을 입히며 명암을 높혀 나가는 방법입니다. 이건 영상 촬영 시 물빠진 색상처럼 밝게 찍고(플랫하게 찍는다고 합니다) 컬러 그레이딩 과정에서 색을 조정하는 것고 원칙적으로 같은 방법입니다.

칠하는 중 적정 명암에 도달했다고 느낄 때 명암 작업을 중단합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지루합니다. 무언가 좀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군요.

갑자기 생각이 나서 두서없이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