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장하드를 뒤지다가 예전에 만들어 놓은 타미야 하프트랙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제가 이런 것도 만들었군요. 제 기억으론 아마 누구 줬을 겁니다. 

 

 

만들면서 상당히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타미야 제품은 옛날에 나온 제품도 제법 깔끔한 맛이 있는데, 이 키트는 유달리 조악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두 번 만들고 싶지는 않은 제품입니다. 그럼에도 타미야 하프트랙이 중고장터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 어린 시절 보병을 태우고 놀았던 그 추억 때문이겠죠.

무생물인 키트를 사람이 비유해서 좀 그렇지만, 제 주변을 보아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정도와 그 사람이 실제로 지닌 역량의 정도가 늘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요즘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심지어 용인(用人)을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타인이 지닌 '역량'이라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남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따지는 것은 첫째가 '명분'이고, 둘째가 '조립편의성(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죠)'인 것 같습니다. 역량은 그 다음 순서쯤 될까요? 명분은 정말정말 중요합니다. 나를 높은 자리에 앉힐 그럴듯한 이유만 있으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참, 그리고 드래곤 하프트랙은 예전에 만들다가 포기했었습니다. 앞바퀴 샤프트와 조향장치 부분의 깨알같은 부품들과 씨름하다가 성질이 나서 때려치웠습니다. 비싼 가격 탓도 있지만, 저는 드래곤 하프트랙은 사절입니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까탈스러운 사람과는 함께 일하기가 꺼려집니다. 

드래곤과 타미야의 중간쯤에 위치한 미군 하프트랙 제품이 나오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