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염료 중 호두 열매 껍질을 달여서 만드는 walnut ink 라는 아주 지독한 놈이 있습니다. 손에 엎지르면 벅벅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그거죠. 요즘에는 화학 염료를 써서 보기 힘든데, 월넛 잉크는 검갈색이라서 묽게 타면 세피아 톤이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월넛 잉크는 지금도 펜글씨 용으로 쓰기 때문에 잉크병에 액체 형태로 파는데, 결정 Crystals 고체 형태로 나오는 걸 사서 뜨거운 물에 적당량 녹여서 색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물이 마르면 다시 고체 결정만 남으므로 다시 녹여서 쓸 수 있는 수성 염료입니다. 다른 수성 도료와 혼합도 되구요. 저는 네이버 마켓에서 사서 테스트했습니다.

이 천연 염료로 프라모델의 먹선을 표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수성이므로 물을 뭍히면 다시 녹으므로 작업이 쉽습니다. 해외 유저가 배 갑판을 이걸로 먹선 먹이는 걸 봤네요. 작업을 끝낸 후에는 물을 뿌렸다간 다 녹아서 말짱 도루묵이 되므로, 유성인 락카 계열 바니쉬로 코팅을 입혀줘야 합니다.

 

근데 이거 옛날 로마 시절엔 범죄자의 손을 월넛 잉크로 검게 물들여서 몇달간 지워지지 않게 표식으로 쓸 정도로 악독하므로 쓸 땐 반드시 장갑을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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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넛 잉크가 꼭 필요한 수백년 갈 모형 만들게 아니라면 그냥 수성 포스터 물감 써도 된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