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 중전차 대대가 수령한 Tiger-I의 기본 색상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단지 몇 장의 흑백 사진만을 두고 판가름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그 시기 Tiger-I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지요.
이를 기본으로 당시 Tiger-I의 기본 형상을 역추적해 이후 행해진 개수의 시기와 진정한 " 501 스페셜 "로 진화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몇 장의 기록 사진은 우리에게 정답으로 향하는 힌트를 던져주듯 아주 중요한 흔적을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글은 독일군 전차 위장 색의 계보를 따지는 글이 아니므로 해당 차종의 위장 색상과 패턴에 대해서만 다루고자 합니다.
독일 전차의 색상 변화에 대해서는 501 중전차 대대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후 이후 이어질 502 중전차대대 이야기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또한 그동안 새로운 자료의 발견으로 여러 차례 변동한 아프리카 독일 전차부대에 대한 색상 이야기는 모델러의 시선으로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1942년 9월, 501 중전차 대대에 처음 인계된 두 대의 Tiger-I은 이미 RAL8000/ RAL7008로 도색된 상태였습니다.
 
RAL8000/ RAL7008, 이 두 가지 색상은 1941년 아프리카 파견군을 위해 지정된 색상이었지만, 적어도 1942년 여름에 이르러선 전선에 상관없이 더욱 폭넓게 사용됩니다.
Tiger-I 역시 북아프리카 전선으로 보내지는 일부 차량에 한정적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공장 단계에서 표준적으로 이 색상이 도색되어 출고되었습니다.
 
즉 공장형 2색 위장무늬 도색이라는 얘기지요.
물론 우리가 이해하는 공장형 위장무늬 도색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흔히 부르는 공장형 위장무늬 도색이라고 하면 대전 말기 전선이 본토에 가까워지며 각 생산공장에서 차량이 출고될 때부터 행해진 공통적인 특징을 지닌 위장무늬를 말합니다.
하지만 1942년 당시엔 아직 그렇게 구체적인 위장무늬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어떤 기본 도색 위에 어떤 색상을 몇 대 몇의 비율로 칠해지느냐 정도가 전부였지요.
물론 이 역시 정확히 지켜지지는 않았고 모든 차량은 서로 다른 위장무늬와 면적을 가지게 됩니다.
 
대부분 남아있는 사진 자료가 흑백이다 보니 사진상의 노이즈나 이물질에 의한 오염, 또는 추후 아프리카 색상으로 재도색 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자료들을 종합해 본다면 그것은 이제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간 우리가 믿고 있던 아프리카 Tiger-I에 따라붙던 수많은 색상에 대한 "설"들은 어디까지나 이후 박물관 리페인팅 도색을 의심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발생한 긴 시간 동안의 반복된 오류일 뿐입니다.
 
 

 

위장무늬 패턴은 RAL8000 바탕 위에 RAL7008이 덧뿌려져 있습니다.
에어건을 통한 프리핸드로 그려진 것으로 쉽게 말해 아무런 제약 없이 손이 가는 대로 막 그려져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2색 위장무늬를 두고 ' 어떤 색상이 사용되었는가 '만큼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또 있습니다.
바로 사용된 도료의 " 농도 "지요.
 
2색 위장무늬라고 해도 도료의 농도에 따라 결과물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농도가 짙은 상태에서 겹쳐서 뿌려지게 되면 색상 간의 경계는 명확히 남으며 뚜렷한 면적을 보여주게 됩니다.
현재 보빙턴 전차 박물관에 복원되어 전시된 Tiger-I이 이러한 케이스에 해당하지요.
 
반대로 농도를 묽게 해서 손이 가는 대로 뿌려지게 된다면 어떨까요?
2가지 서로 다른 색상은 불분명한 경계를 이루며 마구 뒤섞여 버린 느낌을 주게 됩니다.
특히 RAL8000/ RAL7008 처럼 명도와 채도가 서로 비슷한 두 가지 색상의 배열이라면 경우에 따라 단색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게 되겠지요.
또한 한가지 위장색상이 뿌려졌을지라도 농도로 인해 다양한 톤 변화가 나타날 것입니다.
위장무늬를 뿌리는 에어건이 한번 지나가느냐 두 번 지나가느냐, 손길이 지나간 횟수에 따라 더 진한 색감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를 흑백사진으로 변환시키면 농도의 차이는 서로 다른 색상이 칠해진 것처럼 비치며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지요.
 

 

당시 Tiger-I에 행해진 위장무늬는 바로 후자의 경우로 페인트의 농도를 묽게 하여 여러 차례 겹쳐 뿌려진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는 명확한 라인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패턴도 면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또한 이물질에 의한 오염인지 위장무늬인지를 구분 짓는데에도 상당한 혼란을 줍니다.
하지만 페인트 농도의 묽기 때문에 곳곳에 재미난 흔적을 남기기도 합니다.
도료가 뭉친 곳, 흘러내린 곳, 그리고 에어건의 분사 각도에 따라 도료가 거칠게 튄 흔적 등, 도색 당시 페인트의 농도와 페인터의 손길이 어디를 거쳐 갔는지와 같은, 의외로 세세한 디테일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즉 우리는 사진 한 장을 통해 80년 전 도색된 전차의 페인트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이러한 특징을 보여주는 시기는 단지 이 짧은 시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또한 이 몇 대의 차량에서만 나타나는 특징도 아닙니다.
이는 이후 이어질 또 다른 재미난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차체 상판에 부착된 견인 로프는 차체에 칠해진 두 가지 색상의 위장무늬보다 더욱 더 밝은색으로 칠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마 RAL8020으로 칠해진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차대 전면 오른편 모서리에는 차대의 넘버가 쓰여 있습니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작은 표식 하나가 이 차량이 처음 공장 출고 당시부터 위장무늬가 칠해져 있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이는 아래 설명할 이야기에 대한 명확한 반증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 차량이 지금까지 상식처럼 알려져 있듯 Ral7021 위에 사막 색으로 재도색 되어 있었다면 공장에서 하얀색 페이트로 그려진 차대 넘버가 명확히 드러날 수는 없었겠지요.
어떤 식으로든 오염되거나 마스킹 된 흔적을 남겼을 겁니다.
 

 

머즐브레이크에는 방수포가 쓰여있고 가운데에는 차대 고유 넘버가 쓰여 있습니다.
이는 이후에도 지속되는 특징 중 하나로 차대 고유 넘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잭 받침목과 같은 공구류에도 차대 넘버가 쓰여있는 것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또 하나 재미난 것은 전차의 어느 면에서도 국적 마크가 발견되지 않습니다.
이는 이후 해를 넘겨 1943년까지도 이어지게 되지요.
그 덕에 이 시기의 모든 Tiger-I은 각각 서로 다른 크기와 위치에 국적 마크를 그려 넣게 됩니다.
보통 차량의 출고 당시 공장 도색 마무리 단계에서 국적 마크가 그려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Tiger-I의 경우 어디에서도 그것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봅니다.
" The Research Squad - Tiger , modern study of Fgst.NR250031 "의 서론에는 매우 흥미로운 인터뷰가 짤막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바로  501 중전차 대대의 멤버였던 Heinrich Meisen씨의 인터뷰가 실려있습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501중전차 대대가 수령 당시 건네받은 Tiger- I은 회색인 상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회색이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Ral7021 Dunkel Grau인지 아니면 단순히 탁색을 묘사한 것인지 정확히 기술되어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신은 아프리카로 파견 되기 전 사막 색으로 위장도색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당시 Ral7021 Dunkel Grau가 Tiger-I에 사용된 적이 없음을 생각해본다면 회색이었다는 것은 단순히 탁색에 대한 기억이라고 보입니다.
적어도 501 중전차대대 단위에서 북아프리카로 파견되기 전 특별한 사막 위장은 따로 행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지요.
이는 우리가 가진 사막 색 Tiger-I 환상에 대한 또 다른 반박 자료인 셈입니다.
 
 
자~
이로써 " 501 스페셜 "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설명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
이어지는 다음 편에선 어떤 부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하나하나씩 그 모양과 특징을 살펴나가며 진정한 " 501 스페셜 "은 어떻게 탄생하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