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국산 전투기로 KF-21이 많은 기대를 받고 있고 양산형 기체가 이미 제작에 돌입한 상황이지만
저는 KF-21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고 봅니다. KF-21은 항공산업의 후진국이었던 한국이 다급한 마음에
컨셉부터 지나치게 무리하게 잡은 항공기라고 보여지네요. 블럭3를 염두에 두고 F-22의 형상을 따라갔는데...
F-22는 정말 만만한 형상이 아닙니다. 수평꼬리날개를 주익과 같은 높이에 달아놓으면 고속 비행시 pitch 기동성에 큰
문제가 생겨서 다른 4세대 전투기들은 보통 주날개 아래에 수평꼬리날개를 달아놓죠. F-22는 기본적으로 스텔스 성능
때문에 그런 형상을 택했지만 대신 비행제어 시스템을 정교하게 다듬고 추력편향엔진을 택해서 그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 결과 F-22는 F-16과 비슷한 급의 고속에서의 지속 선회력 및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저속 기동성을 지닌 기체가 되었죠.
F-22가 순식간에 180도를 돌아버리는 tactical pitch 기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스텔스 성능에 4세대 전투기 이상의 기동성을 부여한다는 것이
한국으로서는 당장은 불가능한 목표로 보여지는데 왜 이리 무리하게 추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블럭3에서 스텔스 기체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애초에 잘못된 것이고요. 스텔스 전투기를 만들려면 아예 새로 설계
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힐겁니다. F-22는 스텔스 성능을 위해서 에어 블리딩 도어도 기체의 등에 설치했는데 KF-21은
여느 4세대 전투기와 다를바없이 공기 흡입구 위에 설치했고 KF-21 시제기 일반 공개 때 가서 찬찬히 뜯어봤는데
저피탐 형상을 택했을 뿐 내부 구조는 완벽한 4세대 전투기로 보여지더군요.
KF-21은 2022년 첫 비행 이후 지금까지도 6G 이상의 기동을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 사천 에어쇼에서도 저속 기동만
보여줬는데 올해 아덱스 때 과연 미국 전투기들이 흔히 보여주는 고속에서 애프터버너를 완전히 열고 지속 선회율을
보여주는 min radius turn같은 기동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KF-21의 비행 모습을 보면 한국의 비행제어 시스템
설계 능력은 아직 초보 단계라고 보여지는데 너무 성급하게 접근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KF-21의 랜딩기어베이 설계는 추후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위 사진은 카이 공식 유투브 채널에 포스팅 된 KF-21 양산기 1호 제작 과정 영상에서 캡쳐한 것입니다. 랜딩기어 수납을
위해서 랜딩기어 베이를 지나치게 크게 잡으면서 주날개와 동체 기골이 좀 부실하게 되었더군요. 주익 앞전 스파(spar)가
중앙동체 벌크헤드와 결합되는 부분 뒤로는 메인 기어 휠 수납 공간으로 동체 기골과의 결합 구조가 전혀 없습니다. 주날개
앞뒤 폭의 1/4에 해당하는 길이인데... 저러면 전투기가 공중에서 기동할 때 주날개 앞전에 큰 공력이 걸릴 경우에 주날개
앞전 스파와 중앙동체 벌크헤드와의 결합부위에서 그 공력을 거의 다 버텨야 합니다. 만일 그 부위에 크랙이 발생하면 크랙이
뒤로 퍼지기 딱 좋은 구조이구요. 지금 당장은 문제가 안 될지 몰라도 나중에 기골에 문제가 생기기 쉬운 구조인데...
F-22의 매끈한 블렌디드 윙 구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저런 구조로 설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F-22는 날개 중앙에
작은 랜딩기어 스트럿에 랜딩기어가 동체 기골에 영향을 안 주는 구조로 되어 있고 KF-21처럼 큰 랜딩기어를 가진 F-35는
동체 사이드로 툭 불거져 나온 공간을 확보해서 항력이 조금 늘더라도 기골에 영향을 안 주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시제기와 달라진 것이 없군요. 원래 시제기 시절에 문제가 생기면 재설계를 하는 것이 늘상 있는 일입니다. F-15의 경우는
주날개와 꼬리날개를 모두 재설계했고 F-22도 군데군데 설계 변경을 했으며 F-35의 경우는 F-35A AA-1 시제기 시절에
수평꼬리날개를 확대하는 재설계를 해서 AF-XX 단계의 시제기로 넘어갔습니다. KF-21 테스트 비행을 보면 고속, 고기동
테스트는 아예 안 한 채로 양산을 시작한 것 같네요. 사실 예산 문제로 시제기 재설계는 아예 고려하지 않고 문제가 생겨도
대충 쉬쉬하면서 넘어간 것이 아닌가 저는 생각을 합니다. 수리온 개발 때에도 그렇게 했었죠.
센서 소프트웨어는 글쎄...방산 쪽 소프트웨어 개발 수준을 고려해볼때 과연 단기간에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그 분야에는 아키텍트급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필요한데...한국 방산에는 그런 사람이 없거든요.
자화자찬하다 폭망한 수리온 헬기의 경우 아카데미가 프라모델로 내놓지도 않고 있는데...
KF-21이 과연 1/48이 나올 수 있을지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T-50, FA-50이야 훌륭한 항공기이지만 사실상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물건이고...
한국은 전술 전투기 개발에 있어 너무 조급하게 마음을 먹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KF-X 초기 단계부터 F-15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하고 실험기도 몇 번 만들어보고 했으면 훨씬 결과가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한국 사정상 실험기 만든다고 예산 청구하면 한 푼도 안 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