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킹 지옥에 조립하기도 까다로운 편인 항공기 모형만 너무 만들어서 전차 킷을 하나 구매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전차
킷은 모두 2차 대전 이후의 현대적인 전차들인지라...3호 전차 아카데미 킷을 하나 사서 슬슬 조립해보고 있습니다.
강철 상자와 같은 형상의 차체에 300마력 마이바흐 HL120 엔진을 탑재한 뭔가 원초적인 기계미를 풍기는 모델이라고
생각해서 제가 2차 대전 전차 중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 이 3호 전차입니다. 2차 대전의 무기들은 독일제가 다른 유럽제
무기들이나 미국제에 비해 뭔가 좀 더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스핏파이어나 머스탱의 롤즈로이스 멀린 엔진의 엔진 소리는
좀 가벼운 느낌이 나는데 메서슈미트 BF-109나 BF-110에 탑재된 다이믈러-벤츠 DB605 엔진 소리는 멀린보다 더
육중한 소리를 내죠. B-17 폭격기같은 웅장한 미국제 무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독일제 무기들이 풍기는 감성이 인상 깊어서
대전물 킷은 독일제에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일본제 무기는 많이 조잡하게 느껴집니다. 0식 함상 전투기를 보면
허접한 나카지마 성형 엔진에 양철판 두들겨서 만든 동체를 씌워놓은 느낌이라서...일본제 대전물은 한 번도 안 만들어
본 것 같습니다.
아무튼...아카데미 3호 전차는 차체 각 부위를 모듈식으로 조립해서 붙여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듭니다.
조립은 잘 되는 편이긴 한데 단차가 군데군데 살짝 있네요. 뭐, 타미야처럼 힘 안 들이고 부품 모아놓으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감각을 주는 메이커는 없으니 이 정도면 준수한 편입니다. 살짝 생기는 단차는 프라판 잘라서 채워넣거나
아니면 접착제 도포하고 지그시 맞닿는 부품들에 힘을 주면 거의 해결되는 수준이라 거의 문제는 안 되고요.
그리고 실제 차량들과 약간씩 차이가 나는 부분(예: 도어 손잡이 삭제)도 있으니 실물 사진을 보면서 디테일을 조금씩
추가해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3호 전차를 만드니 즐겁네요. 마이바흐 HL120 엔진을 프라판 잘라서 만들고 엔진룸 도어를 열어놓은 방식으로
개조를 할까 고민되는데...항공기 킷을 많이 만들면서 디테일 업 작업을 하다보니...이것도 병적인 증상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