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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서원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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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서원주역
등록일: 2025-06-25, 01:21 PM, 읽음: 1035
김동현

얼마전에 서원주역을 다녀왔습니다. 용무는 근처 다른 도시에 있었는데, 일부러 서원주역에서 열차를 환승해서 갔습니다. 

보시다시피 사람 꼬라지를 볼 일이 없는 장소입니다. 주변에는 상가, 가게는 커녕 편의점도 없습니다. 

1시간 정도 머물다 갔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몸과 마음 전체가 힐링을 받은 기분입니다.

출구 바깥에 택시가 두 대 서있었습니다. 물론 사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택시기사도 택시 안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원주역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정보를 미리 알았기에 토스트 하나를 사왔습니다. 텅 빈 역에 혼자 앉아서 토스트를 냠냠 까먹었습니다. 핵꿀맛이었습니다.

해가 진 이후에 와보면 백룸같은 느낌도 들 것 같습니다. 밤에 올 걸 그랬네요. 살짝 아쉽습니다.

치악산 둘레길? 사양합니다. 누가 그러는데 산 이름에 '악'자가 붙은 산은 가면 개고생한다는 뜻이랩니다.

사람이 쓸데없는 것을 기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학생 시절 보았던 '신소설' 제목들 중에서 '치악산'이 있었는데 그게 이상하게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 대신 '혈의 누'는 읽어봤습니다. 어린 중학생의 눈에도 친일 색채가 짙은 작품이었죠.

매표소에 사람 없는거 보이시죠? 저는 이런게 너무 좋습니다.

아마 예술가에게 돈을 줘서 디자인했을 듯한 벤치 등받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텅빈 대합실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TV가 틀어져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창문 디자인은 쓸데없이 고퀄입니다. 

천장은 매우 높고 디자인도 출중합니다. 왜 저렇게 지어야 하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로버트 케이플런이라는 기자가 쓴 <지구의 변경지대>에 보면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런 가난하고, 부패하며, 외딴 국가들의 기차역은 터무니없이 크고 화려하게 지어져 있습니다. 케이플런은 그걸 '전형적인 소비에트식 건축'이라고 부릅니다.

소비에트, 만주국, 대한민국, 이 셋은 참 흥미로운 관계입니다. 

아무도 감상하지 않는 예술품...

작가도 저 위치에 오르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했을텐데...

주차장에 차가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데, 정체를 모르겠습니다. 도로에는 차도 다니지 않고, 역에는 직원도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역 근처 사거리에는 신호등이 아예 전원이 꺼져 있습니다. 깜빡깜빡이 아니라, 그냥 전원 자체가 내려가 있습니다. 

그래도 되는 곳입니다.

이 근처를 지나가다가 너구리를 봤습니다. (써놓고 보니 자신은 없는데 아마 너구리... 였던 것 같습니다.) 저를 굉장히 띠껍게 쳐다보더군요. 경계하거나 무서워하는 눈빛이 아니라 말 그대로 굉장히 띠꺼워하는, 그런 눈빛 아시죠? ㅋㅋㅋ 

야생동물한테도 이딴 취급 받고 다니는 인생이라니, 젠장.

저는 귀신을 믿지는 않습니다만, 귀신 좋아하시는 분들은 저런 지하차도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시면 뭔가 찍힐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흰색 트럭은 운행중이 아니라 지하차도에 주차(!)된 상태입니다.

전혀 관리가 안된 보도블럭을 보니 가슴이 뜁니다. 신이 나서 저 보도블럭 위를 혼자 키득거리며 걸어보았습니다. 

아마 누가 지나가면서 봤더라면 미친 사람인 줄 알았을 겁니다. 

그래도 열차 시간이 되니까 어디에선가 사람들이 역에 모이기 시작하더군요. 많지 않았습니다. 대략 10여명 남짓?

갔다오니 마음도 유쾌해지고, 머리도 상쾌해지고 너무 좋았습니다. 사는게 바빠서 이런 짬짬이 여행을 한동안 즐기지 못했는데, 앞으로 종종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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