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야 1/48 와일드캣을 만들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좋은 제품이 나왔지만, 프라탑에 먼저 터잡고 있던 키트가 나가줘야 '가외'한 '후생'을 만들 차례가 오죠.
호평이 자자한 아카데미 키트에 비할 바는 못되겠지만, 한때 시장을 지배했던 제품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후생가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잠깐 모형과 관계없는 잡담을 덧붙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대한민국이 인구 이슈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오랫동안 전망이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신규 인력의 우수성 때문입니다.
제가 일하는 업종에서는 50~60년대 생들이 인구도 많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력이 너무 많아서 같은 나이대에서 '정규직'을 잡지 못하신 분들도 많죠. 그러다보니 얼마전부터 그 많은 '정규직'들이 한번에 정년에 다다르는 중입니다. 그야말로 우루루 나가고 있습니다. 새로 인력을 뽑아야 하는데, 저희 쪽 업종은 80년대생들부터는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인구가 팍 줄기 시작합니다. 그 연령대가 나이가 적은 편도 아니구요. 그래서 요즘 한창 '정규직'으로 막 자리잡는 사람들은 1990년을 전후로 출생한 사람들입니다. 그 연령대 사람들이 인구가 워낙 적지만, 정년을 채운 '정규직'들이 하도 많이 우루루 나가는 바람에 자리가 많이 나서 걔네들은 자리를 비교적 쉽게 잡는 편입니다. (60년대 생들이 보면 땅을 칠 노릇이죠. 자기들은 그렇게 개고생했는데도 '비정규직' 전전하다가 끝났는데...) 어쨌든 그 젊은 인원들이 인구 자체는 정말 적지만, 생산성과 창의성이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막말로 우리 선배 세대들 10명이 하던 성과를 요즘 젊은 친구들은 1명이 해냅니다. 다들 참 잘 키웠고, 잘 자란 사람들입니다. 이제 막 50대에 접어든 저는 그 친구들과의 경쟁 따위는 진작에 포기했습니다. ㅋ 걔네들은 도저히 못따라갑니다.
제가 일하는 달랑 한 업종만 가지고 하는 소리라서 오류가 많겠습니다만, 제 짧은 소감으로는 대한민국은 당분간 지금의 생산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낙관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레진 피규어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원작 일러스트가 뭔지, 있기는 한건지조차 모르면서, 그저 마음에 드는 조형 하나만 보고 샀습니다. (유두 부분은 제가 사진에 덧칠한 겁니다.)
하늘대는 촛불처럼 위로 올라가는 머리카락과 담뱃대의 연기가 세로로 두 줄이고, 팔과 꼬은 다리 그리고 치마는 대각선으로 세 줄입니다. 안정되면서도 동세를 잘 살린 구도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산 캐릭터 피규어들이 동세를 살린답시고 비현실적인 팔다리 배배꼬기를 시전하며 온갖 오도방정을 떠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죠. 저는 미술은 잘 모르지만, 조형하신 분의 실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다리 사이의 중요부위가 쓸데없는 고퀄입니다. 사진에는 옷에 가려 안 나와서 다행입니다. (불행인가?)
타미야 1/48 콜세어입니다. 미해군기로 하나 더 달려보았네요.
날개를 접은 콜세어는, 어렸을 때 문방구에서 800원에 산 아이디어 키트('수투카'와 쌍으로 나온 그 제품)를 만들어 본 이후로 진짜 처음 만들어봅니다. 이렇게 날개를 접으니까 더 실제 전장의 느낌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전쟁터에 나간 상황보다 나가기 직전의 상황이 더 긴장되어 보이는 법이죠.
드레이븐좌가 그랬던가요? X같은 것 자체보다 언제 X같은 것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이 더 두려운 법입니다.
폴란드제 퍼즐인데, 진짜 힘들었습니다. 그림 제목이랑 화가 이름이 박스 옆에 있는데 까먹었습니다. 프랑스어로 적혀 있어서...
이런 어려운 퍼즐을 맞출 때, '아오, 포기하고 다 때려치울까?'라는 생각이 오는 시기가 두 번 있습니다.
첫째는, 처음 일만 벌려놓고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모르는 작업 초기입니다.
둘째는, 일이 대략 40% 진행된 시점에서 꼭 오는 정체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어째서인지 일이 도무지 진척이 안 됩니다.
두 시기를 극복하면 갑자기 상쾌한 내리막길이 옵니다. 1000피스 퍼즐에서 마지막 300피스는 정말 거저먹기입니다. 초반과 40%대에 오는 그 두 번의 위기를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아마 세상 모든 일이 그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