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페터 1/16 하노마그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저 망할놈의 연결식 트랙은 조립하면서 욕 나옵니다.
이렇게 큰 모형은 생전 처음 만들어 봅니다. 일부 모델러들이 왜 대물을 좋아하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갑니다. 모형을 만드는게 아니라 집을 짓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손재주가 있는 분들은 이 덩치만 크고 휑한 키트에 온갖 디테일업 인테리어 공사를 때려박는 재미도 있겠습니다. 아마 트럼페터도 모델러가 마음껏 뛰놀 넓찍한 베이스를 제공할 의도로 이 키트를 개발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모형 생활을 저해하는 3대 요소'로 '디테일업, 개조, 고증'을 꼽는 저는 대충 날림으로 만들고 끝냈습니다. 엥간한 키트는 그래도 완성을 하고 나면 약간의 애착이라도 가게 마련인데, 얘는 사진찍는 순간까지도 정이 안 갑니다. 너무 커서 징그럽습니다.
조립 중인 아카데미 1/35 프리스트와의 크기 비교입니다.
하세가와 1/48 P-40E 입니다. 명품 키트입니다.
키트에는 다섯 종류가 있습니다.
1) 만드는 동안 즐겁고, 만들고 나서도 기분이 좋은 키트
2) 만드는 동안 즐겁고 편했지만, 다시 만들 생각은 별로 안 드는 키트
3) 만드는 동안엔 고생스럽지만, 만들고 나서 기분이 좋은 키트
4) 만드는 동안에도 고생스럽고, 만들고 나서도 "우리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는 말이 절로 나오는 키트
5) 상자를 여는 순간부터, 만들 엄두조차 나지 않는 키트
1에 속하는 키트야말로 '명품'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는 키트입니다. 하세가와의 이 제품은 당당하게 1에 속합니다.
사람들의 평을 듣다 보면 3이나 5가 칭찬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습니다. 그런건 좋은 키트가 아닙니다.
정말 오랜만에 완성품 피규어를 돈 주고 샀습니다. 귀멸의 칼날에 나오는 엔무입니다. 저는 귀멸의 칼날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화책으로만 봤었는데 만화책에서도 엔무는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우연히 무한열차편 애니를 보고 그야말로 홀딱 반해버렸네요.
다들 휴가철인 모양인데, 저는 어제까지 엄청 바빴습니다. 오늘부터가 진짜 휴가입니다. 그동안 밀린 모형이나 만들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