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간 제트 전투기 모형만 따지면 20개 정도 만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소련 전투기는 한 번도 만든 적이
없습니다. 따져보니 전부 미국제, 유럽제 전투기더군요. 저는 실물이 끌려야 모형에도 손이 가는데...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거나 기념비적인 특징을 가진 모델이 아니면 별로 마음이 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2차 대전 이후로 유럽은 미국의 경제 원조를 받으면서 사실상 전투기 개발의 동력을 많이 상실했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영국 그리고 스웨덴, 프랑스 정도나 전투기 독자 개발을 지속했고 영국은 중간에 사실상 독자 개발은
포기하고 유럽 여러 국가들과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갔죠. 사실상 20세기의 전투기 개발은 미국의
독무대라고 봐도 거의 맞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미국이 제트 전투기 개발의 선두주자가 되었습니다.
50년대에는 미국과 소련의 기술 차이가 별로 크지 않았는데...차이가 갈수록 벌어졌습니다. 전후로 미국의
항공산업이 융성했고 천재적인 엔지니어들이 계속 나왔는데다가 20세기의 기술 문명은 미국이 거의 다 해먹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다른 분야도 같이 성장했고 또한 냉전시기 미국 정부도 전투기 개발에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했기 때문에 사실 당연한 결과라고 보여집니다. 19세기 영국에서 맥스웰 방정식이 완성된 이후 유럽이 전기
공학의 중심지가 되었다면 2차 대전 이후로 전자공학이란 학문이 아예 미국에서 출발했고 IT산업도 미국이
만들어서 지금도 미국이 거의 다 해먹는 분야인지라...항공기의 각종 파트에 이런 기술이 융합하면서 항공기에
대한 완성도도 같이 높아졌죠. 미국은 전투기란 물건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개념을
정립해나갔기 때문에 미국의 전투기들은 거의 세계 표준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반면, 소련의 경우를 보면
소련은 실패가 용납 안 되는 체제의 특성 때문인지 미국처럼 모험적인 시도를 하지 못했고 70년대부터는 거의
미국제 전투기를 입수해서 벤치마킹하는 식으로 개발했죠. 미국이 F-15, F-16과 같은 획기적인 4세대 전투기를
내놓자 소련이 중앙유체역학연구소와 각 항공기 설계국이 협의하여 미그29, SU27같은 전투기를 내놓았지만
기술적으로는 미국제 전투기보다 뒤쳐지는 것들이고 과대포장된 기종들이죠. 그러다 소련이 붕괴했고 소련의
전술 전투기 개발은 사실상 답보 상태에 들어갔다고 보여집니다.
러시아 사람들 중에 뛰어난 학자도 많고 똑똑한 사람들도 많은데...걸핏하면 숙청이나 해대는 소련 체제의
한계로 어느 한계 이상 올라가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사실상 미국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레이건, 대처 시절에 신자유주의로 돌아선 이후 미국도 자본의 논리에 잠식
되면서 이제는 미국도 더 이상 천재들이 완벽히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닌지라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두과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이 문제죠. 교육이라고 할 수 없는 사육과도 같은 시스템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대학이나 기업이나
꼰대스럽고 보수적인 분위기인지라...뭔가 새로운 길을 걸어가기 힘든 나라입니다. 전자공학과 교수들 꼰대력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더군요. 정치적인 입장은 진보 노선을 탄 교수들도 하는 짓은 완전 수구꼴통 같아서 학생들에게
군림하는 모습을 보면 토가 나올 정도입니다. 지금까지야 선진국 따라하는 것으로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이런식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