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취향은 다양합니다. 누군가는 '붉은 별'을 휘날리는 러시아 전투기가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같은 전투기가 마성의 매력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저는 Mig-19가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제트 전투기 가운데 미적으로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기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만들어보고 싶었던 아카데미 1/48 LA-7의 이 마킹을 냉큼 완성했습니다. 1945년 베를린 함락 직전에 정비병들이 기존 기체를 새빨갛게 칠했다고 하더군요. 패망 직전인 독일공군이 지상공격을 할 일은 없을테니 저런 야한(?) 도색이 가능했겠죠. 붉은 별을 단 빨간 기체가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본 베를린 시민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하게 됩니다.
아카데미 1/72 브롱코를 정말 오랜만에 만들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4반세기 만에 다시 만들어보는 것 같은데요. ;;; 데칼 품질은 정말 좋아졌더군요! 이제는 모든 메이커를 통틀어서 아카데미 데칼의 품질은 제일 좋은 축에 든다고 봅니다.
뭐, 끝내주는 품질 운운할 정도의 키트는 당연히 아니지만, 브롱코만의 독특한 자태를 이렇게 싼 값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축복입니다.
타미야 1/35 이지에잇 한국전을 같이 도색중입니다. 이 제품 하면 전면의 호랑이 얼굴로 유명한데 저는 그런 약간은 조잡하면서도 튀어 보이는 도색은 싫더라구요. 사람 취향이 이렇게 다양합니다.
호랑이 얼굴을 그리지 않은 "마킹 B"로 제작 중입니다. 설명서에는 1950년 10월 칠곡 부근이라고 되어 있네요.
염소탕 전문점에서도 돈까스를 팔잖아요. 타미야의 이 제품에 호랑이 얼굴의 마킹 A와 더불어 저 밋밋한 도색 B가 있는 것이 같은 뜻일 겁니다.
라이프 지의 표지들을 보니 (아직은 4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21세기 "따위"는 20세기에 비하면 무료하기 그지없습니다. 인류 역사에 20세기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은 세기가 또 있었을까요.
왼쪽 상단의 유명한 "키스 사진"은 새삼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하도 많이 보던 사진이라 시큰둥하기 쉬운데... 참으로 벅찬 사진입니다. 우리 모델러들은 2차대전이 어떤 전쟁이었는지 알잖아요. 그 전쟁이 끝났을 때 사람들이 느꼈던 기쁨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들여다 보면 사진 구도가 참으로 예술이에요. 일부러 연출을 하려고 해도 저런 장면은 나올 수 없을 겁니다.
오른쪽 하단의 "달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달 착륙 음모론이 나오고도 남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969년을 살던 사람이 라이프 잡지에서 저 사진을 보았다고 상상해 보세요. 저라도 아주 잠깐은 "이거 진짜야? 장난치는거 아니지?"라는 생각부터 들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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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Mig-21을 한번 달려봐야 겠습니다. 원통형 동체와 거대한 수직미익의 조합은 그 어떤 전투기도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