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전에 아내 휴가를 맞아 도쿄 여행 다녀왔습니다.
9년만의 방문이었는데요, 과거엔 엄연한 '해외'라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뭐랄까 국내 다른 도시를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좀 묘했습니다. 6박7일 동안 천천히, 그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문득문득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도 갑자기 '아, 이래서 일본이지' 하는 순간도 있었네요. 결론은, 앞으론 가볍게 나들이 가듯, 마실 가듯 그렇게 다녀오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ㅎ
그 중 몇 장면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1. 나카타 상점 (우에노 아메요코 시장)
오래 전 친구 안내로 갔던 곳인데, 다시 가니까 기억이 새록새록하더군요. 미군 M1965 버트백이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보이질 않았습니다.
2. 나카노 브로드웨이
처음 가봤습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더군요. 의외로 서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머, 에어로, 메카닉, 오토 모델 전문 잡지는 물론 오토에서도 트럭 전문이라거나 하는 등의 깊이를 보니, 이 분야의 일본은 여전히 대단하구나 싶었습니다.
견본이 있어서 마치 학창시절 보수동에서처럼 잡지를 한참 뒤적여 보았습니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번역이 되니, 아주 신세계(ㅋ)더군요.
타미야 회장님 별세 특집이 모든 잡지에 한꼭지씩 있었습니다. 상반기엔 아카데미 회장님이 가시더니. 20세기소년들의 추억을 책임지셨던 분들께 늦게나마 깊은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잡지 100권을 사면 모형을 다 만들수 있다고 하는데.. 창간호만 299엔이고 권당 가격이 4~500엔. ㄷㄷ
어릴 때 너무 갖고 싶었더랬죠.
에어로는 잘 모르지만, 어쩐지 좋은 가격 같아 보였습니다. 대신 1/48 마틸다가 900엔이기에 기념 삼아 구매.
한참을 고민하게 만든 물건..ㅋ 고딩시절 아이디어 카피품을 샀었는데, 모친의 발 아래 자근자근 짓밟히던 기억이..ㅠ
한때 저의 롤모델이었던..ㅎㅎ
제가 좋아하는 0080 기체. 적당히 적당한 가격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나리타공항에서 1100엔에 득템합니다.
역시나 어린 시절 롤모델2..ㅋㅋ
역시나 어린 시절 롤모델3..ㅋㅋ
3. 후지야 카메라 (나카노 역)
도쿄 가이드를 보니, 나카노 브로드웨이 인근에 역사가 오래된 사진기기 전문점이 있다 해서 가보았습니다.
이런거 저런거 가격만 재보고요..
한 20여 년 전, 디지털로 넘어가더라도 롤라이는 갖고 싶어.. 그러다가 때를 놓쳤는데, 2-30만원 할 때 사둘 걸 그랬네요.
4. 스즈메의 문단속 배경
아내의 픽이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에 배경으로 나온 곳인데 선로 3개가 교차하는 모습으로 유명하다네요. 촬영 포인트는 '성교'(오해금지..ㅋㅋ 성스러운 다리라는 의미입니다)라는 다리입니다.
저는 사실 '가봐야 뭐 있었어?' 하는 입장이었지요. 근처 아키하바라에 빨리 가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전차들이 지나가는 모습에 한참을 멍 때리며 구경하고 왔습니다. 오다이바 '스몰 월드'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풀었습니다.
5. 스루가야 프로모델관 (아키하바라)
물건이 꽤 잘 갖춰져 있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아내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 아키하바라에서 딱 여기만 가봤습니다. 그 동네에서 유일하게 저보다 형님, 삼촌 같은 분들이 더 많이 계시는 곳..ㅋ
오, 전설이 있더군요..ㅋ
제가 좋아하는 패트레이버들은 뭔가 구석탱이에 비교적 저렴하게..ㅎ
옛날 프라모델들이 박스아트는 더 훌륭한 거 같습니다.
0080 아이들도 비슷한 취급.. 인 줄 알았는데, 제일 아래 릭돔 츠바이가 5000엔 ??? 집에 만들어 둔게 있어서 다행이군요.
고민고민하던 차에 떨이매대에서 이런 걸 발견했습니다. 윙갈 지 !! 국딩의 추억을 1000엔에 득템했네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도 그럭저럭 합리적인 가격..ㅋ
여기도 타미야 회장님..
6. 나리타공항 면세점
면세점 구경은 늘 관심 밖이라 시큰둥하게 둘러보고 있었지요. 건프라가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별거 있겠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몇 안 되는 키트 중에 제가 애호하는 아이들이 꽤 있더군요. 3700엔 언저리 하던 NT-1 알렉스가 1700엔, 짐 한랭지 사양이 1100엔, 중고로 꽤 비싸게 샀던 야크트도가가 2천얼마..ㅋ 그래서 마지막으로 알렉스와 짐을 득템.
큰 거 없이 소소했던 도쿄 견문록이었습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