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눈이 꽤 좋은 편이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아무리 작은 글씨도 못 보는 게 없었습니다. 어릴 때엔 멋으로 안경을 쓰고 싶어도 너무 좋은 시력이 원망(?)스럽기도 했었죠. 그러다가 갑자기 노안이 찾아왔는데, 원시가 대체로 그런 경향이 있다는 걸 그 즈음 알게 되었습니다. 3년쯤 전에 맞춘 안경이 슬슬 수명을 다해 새 렌즈를 맞추려고 보니, 렌즈 가격이 지난 번에 비해 확 올랐다는 그런 체감이 왔습니다. 저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요.
가까운 몇 군데 안경점을 돌며 상담을 받다가, 어제 운동 다니는 길에 있는 곳에 주문을 넣었습니다. 마침 렌즈 1+1을 한다 해서 40만원에 누진다초점렌즈와 인도어렌즈(오피스렌즈)를 맞추었네요.
안경점에 가보면 재미있는 것은 대체로 이런저런 미니어처 소품들이 꽤 많다는 것입니다. 사진기 매장이 그렇듯, 손님에게 새 렌즈를 테스트하게 하기 위함일 거 같다고 짐작만 하네요. 어제의 매장엔 건프라가 꽤 많았습니다. 그런 용도로 가져다놓았다기엔 수량이 많아서 여쭤보았지요. '이거 다 만드신 거예요?' 저보다 조금 연배가 많고 인상이 넉넉해 보이는 주인장께서 그렇다고 하시더군요. 일부는 조카분 작품도 있다고.
그래서 저도 건프라며 프라모델 만드는 거 좋아하는데, 눈 때문에 애로가 많고 그래서 새 안경을 맞춘다고 했더니 그 분도 같은 하소연을 하시는 겁니다. 이제는 시력 때문에 한두 시간도 집중하기 어려워 프라탑이 잔뜩 쌓여 있다고요. 예전엔 스케일 모델, 그 중에도 에어로나 함선 같은 걸 공방에서 만들기도 하셨는데 결혼 이후엔 쉬운 걸로 종목을 바꾸셨다거나, 아들에게 취미를 전수하고 싶었지만 실패하셨다거나 등 취미인들만 알 수 있는 정겨운 이야기를 길게 나누게 되었습니다.
대화는 즐거웠으나, 새로운 안경을 맞추면 모형작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전문가 분도 답이 따로 없는 걸 확인한 점은 아쉽더군요. 하지만 이쪽 전문가 분도 그렇다하니 한편으론 조금 위안이 되는 거 같기도 하구요. 안경테 가져다 드리면서 다른 이야기도 나눠보았으면 합니다. 어쩌면 엠엠존 회원이실지도? ㅎㅎ

어제 조립한 1/72 에어픽스 파이어플라이입니다. 단순한 구성이고 조립성을 고려한 설계로 난도가 낮은 편인데도 눈 때문에 오래 걸렸네요. 재미있는 것은 하부 서스펜션이 통짜 부품과 조립형 부품 2가지로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만들고 나니 그럴 듯한 디테일이 있는 거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