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미야 1/48 P-47입니다. Kits-world라는 회사의 별매데칼을 사용하였습니다.
저는 노즈아트보다 그 옆의 문구인 "Eight Nifties"가 무슨 뜻인지가 더 궁금합니다. 일단 사전을 찾아보니 "nifties"는 "nifty"의 복수형이라네요. "솜씨 좋은, 훌륭한, 실용적인, 쓰기 좋은" 등등의 뜻이랩니다. "우량주"라는 뜻도 있는 모양입니다. 인기 좋은 50개 주식을 "nifty fifty"라고 한다고 하네요.
"8개의 nifties"라... 아마 훌륭한 무언가가 8개, 혹은 8명이 있는 모양입니다. 요즘에도 짧게 유행을 타는 '밈'처럼, 1940년대에도 미군들 사이에서 저렇게 말하면 알아먹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었나보죠.

이런 별매데칼이 팔리고 또 모형으로 제작되는 동기는, '보면서 야시꾸리함을 즐기려고'는 절대 아닐 겁니다. 거의 한 세기 전 사람들의 관습에서 엿보이는 낯섦이 흥미롭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게요. 사람 생각하는 것은 다 똑같다고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부모 세대만 되어도 그 세계를 우리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2차 대전 당시의 조종사와 정비사들은 3.1운동 무렵에 태어난 사람들일텐데, 오죽할까요.
얼마전에야 영국군 전투기에서 여성을 소재로 한 노즈아트가 폐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납니다. 시대라는 것이 한 순간에 달력 넘어가듯이 바뀌지는 않죠. 예전 시대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면서 새 시대의 관습과 중첩되는 시기가 오래 이어지고, 그러다가 사람들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벌써 새로운 시대로 바뀌어 있죠. 아무도 못 막죠.
그래서 '옛날 것'들이 더 흥미로운 것일지도 모르죠.

아카데미 1/35 35(t) 입니다. '2차대전 말기, 연합국의 일원인 대한민국의 정규 군대인 광복군이 한반도 북부 침공 작전에 참가'라는 설정으로 만들었습니다. 소련이 35(t)를 노획했더라도 그때쯤에는 너무 낙후된 장비라서 소련군은 사용을 안 했겠죠. 저런 2선급 장비는 아마 넘긴다면 광복군 정도 선에게 넘기기 딱 좋지 않았을까요?
포탑 옆의 한자는 무대뽀로 그렸습니다. -.- 태극기와 차체 측면의 낙서(?) 데칼은 아카데미 K21에서 가져왔습니다.
아카데미 키트 치고는 조립 난이도가 꽤 있는 편 같습니다. 달리 말하면, 만드는 재미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키트를 마지막으로 산지 꽤 됐습니다. 좋은 키트는 계속 쏟아져 나오지만, 만드는 속도가 따라가지를 못합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진짜로 만들고 싶은 것만 촘촘하게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되니, 그제서야 나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알게 됩니다. 남들이 모두 톰캣에, 이글에, 베놈, B-2에 열광한다고 해서 나까지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됩니다.
이어서 작업하려고 뜯은 키트는 오래된 하세가와 1/72 Jack입니다. 어떤 신제품이 나오든 저에게는 상관이 없었나봅니다. 저는 그걸 만들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