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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세계최초의 프라모델을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그걸 기회로 세계 최초의 프라모델 제조회사인 IMA 의 세계 최초의 프라모델 3기종 키트를 만들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렵게 뒤지다가 결국 한가지만 겨우 구할 수 있었는데, 제가 이번에 산 건 엄밀히 말해서 1936년에 나온 세계 최초의 프라모델 3기종 중 하나는 아니고, 1968년에 같은 회사에서 신금형으로 재출시한 동일 기종입니다. 36년에 나온 모형은 아세테이트라는 요즘에는 안쓰는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완제품 형태이고, 68년에 발매된 이 제품은... 지금부터 보시겠습니다.

 

IMA 의 FROG 브랜드에서 출시한 Blackburn Shark Torpedo-bomber 입니다. 앞서 나온 세계 최초의 프라모델은 FROG Shark II (Wheels version) 인데, 이 제품은 부품으로 휠도 들어가 있어서 똑같이 재현이 가능한 키트입니다. 헌데 블랙번 샤크가 은근히 인기가 없는지, 다른 회사에서는 그다지 발매가 안되었더군요. 다른 두 (세계최초의 프라모델) 제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그나마 현재도 구하기 쉽고, 또한 세계 최초로 프라모델을 발매한 IMA 사의 순정 제품이라 의미도 있죠.

다만 IMA 사는 이 제품을 발매한 2년 후인 1970년 일본산 프라모델의 공세에 밀려 도산하고 맙니다...

 

영국산 프라모델, 그것도 프라모델 본가의 박스라 생각하니 몬가몬가 감성적으로 가물가물합니다. 

 

박스를 열어보면 좀 실망스럽긴 합니다만, 지금 시점으로 53년전 키트입니다. 요즘과 같이 부품을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사각형 런너 설계라든지, 런너마다 비닐로 씌우는 배려같은 건 없었던 시절이었죠. 설명서와 데칼도 그냥 생종이로 넣어져 있습니다. 

 

설명서는 53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굉장히 선명하고 깔끔했습니다. 80년대 아카데미 설명서보다 더 좋습니다. 글자나 그림이 먹힌 부분 없이 깔끔하고 큰 종이에 시원시원하게 그려져 있어서, 종이가 누렇게 변하지만 않았더라면 Revell이나 Airfix 프라모델 설명서라 해도 위화감이 없을 듯 합니다. 당시에도 종이인쇄술이 꽤나 좋았거나 인쇄 단가가 상당히 높았나 봅니다.

 

데칼도 굉장히 좋습니다. 고급스러운 무광 데칼에 지저분하게 먹힌 곳도 없어서 마크세터로 현역으로 쓸 수도 있겠는데요. 은갈치 도색을 생각한다면 그냥 자작해야 겠습니다만.

 

옛날 프라모델, 그리고 요즘 재판되는 옛날 금형 프라모델은 이런 뼈다귀 같은 런너로 부품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대부분의 목범선 프라모델들 ㅠㅠ)

 

그래도 53년된 1968년식이라고 무시할 수준은 아니더군요. 시험삼아 부품을 끼워봤더니 아귀가 잘 맞고 단차도 거의 없었습니다. 지느러미가 가득 끼어있고 다듬을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만 '만드는 재미'를 자극하기엔 충분한 좋은 키트입니다.

 

옛날 키트에는 이렇게 조종사 인형도 기본으로 끼워주곤 했죠. 

 

 가장 정교한(?) 파츠인 엔진룸입니다. 엔진룸의 파이프와 피스톤을 얇은 맨홀뚜껑처럼 표현해버리긴 했지만, 1968년 당시 기술과 손으로 만든 금형이라는 걸 감안하면 굉장히 정교하다고 생각됩니다.

 

원래는 세계 최초의 프라모델 3기종을 한 세트로 해서 디오라마 스테이지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다른 두 기종은 수급도 어렵고 마침 이 녀석은 FROG 순정 프라모델이라는 뜻깊은 의미도 있으니, 이 녀석과 죽은소 피규어 케이스로 'THE WORLD'S FIRST PLASTIC MODEL' 디오라마를 만들어줄 생각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