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마다 여행하는 이유와 목적 그리고 스타일은 다릅니다. 특히 새로운 장소에서는 더 그렇죠.
이번의 짧은 대만 여행은 상당히 많은 목적이 있었습니다. 모형 쇼를 빌미로 계획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부고와 장례식 그리고 새로운 장소에 대한 흥분과 경험이 복합된 짧은 쇼크웨이브였다고 생각됩니다. 약간의 사건도 있어서 더욱 짜릿(?)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아들과 동행했습니다. 공부하느라 늘 반복적인 생활,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라 묵묵히 자기 앞길을 개척하는 친구에게 며칠간의 여유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차마 자기가 결정해 놀러 가긴 어려울 테니까요...

이번 여행의 특별함을 증명하고 싶었는지 도착하자마자 아들이 가방을 공항에 두고 나오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우린 이 사실을 호텔에 도착해서 알았고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그 가방에는 여권, 돈, 컴퓨터 그리고 제 폰까지 다 들어 있던 상황이었죠. 나는 사실 그 가방이 그대로 있으리라는 것에 회의적이어서 택시 안에서 내일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임시 여권은 어디서 받을지 등등...
공항에서 가방을 찾았습니다. 공항 청소를 하는 할머니가 주인 없는 가방을 발견하여 보관하고 있었고 바로 앞 통신회사 직원에게 가방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러 놓았습니다. 그 할머니는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 아들에게 손짓하면서 중국어로 "가방", "가방"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아들은 중국어를 조금 알아듣습니다).
우리의 대만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호텔에 들어오자 완전히 탈진해 침대 위에 드러누웠습니다. 짧은 순간 극도로 긴장한 탓인지 마치 열 시간을 비행한 직후 같았습니다. 편의점에서 산 맥주를 마시고 그날은 그렇게 곯아떨어졌습니다.

둘째 날은 대만의 명소인 박물관을 비롯한 몇 곳을 돌아보았습니다. 물론 즐거운 순간마다 어제 가방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말이죠. "만일 가방을 찾지 못했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번 여행은 지옥이 되었겠지?" 이런 말을 하면서 웃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대만은 일본의 영향이 큰 나라입니다. 음식도 그렇습니다. 한국과 일본보다 싼 물가로 중국과 일본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는 나라입니다. 온종일 지친 몸은 멋진 참치 초밥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세째날은 이 여행을 기획한 첫 번째 이유였던 "AFV Club Contest"를 방문했습니다.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대형 쇼핑몰 맨 위층 홀에서 진행되는 콘테스트로 AFV Club 사장님이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약간의 업체 참가와 콘테스트로 구성된 행사인데 규모는 하비페어의 1/5 정도인 작은 행사입니다. 국내 업체 몇 곳이 홍보 테이블을 구성했고 일본의 모델아트 그리고 몇몇 대만 업체가 참가했습니다. 출품작은 행사 주최사의 성격을 반영하듯 AFV와 에어로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모형쇼를 보는 시각도 참여한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전 행사 주최자의 시각으로 모형쇼를 봅니다. 테이블보를 들춰 테이블 종류를 본다던가, 행사장의 조도를 본다던가, 주최측의 진행 방법 등을 관찰하는 등 일반 참가자의 시각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보게 됩니다. 사실 제가 다른 모형 쇼를 관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것입니다. 한국에서 온 다른 분들은 심사하고 작품을 출품하고 제품을 홍보했지만 저는 테이블보를 들추고 있었던 것이죠.

사실 이번 행사에서 하비페어 때 알게 된 대만 모델러이자 DioPark의 대표이기도 한 Max Wang을 만나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행사 얼마 전 급작스러운 부고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분은 지난 하비페어에서 처음 뵈었고 짧은 만남이었지만 깊은 인상을 준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것이 첫 번째 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이 되고 말았습니다. 전시 테이블 한쪽에는 주인을 잃은 세 개의 작품만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넷째 날은 Max Wang의 장례식에 참가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해외에서 장례식에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라 다소 당황했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은 어디나 같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분의 영정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하는군요. 새로운 만남보다는 헤어짐을 더 자주 겪는 나이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장례식을 다녀와 다시 아들과 여행을 시작합니다. 대만의 100번째 쌍십절 연휴라 시내 곳곳에 많은 인파와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인파에 치여 조금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전 주로 아들의 계획에 따라 따라다니기만 했지만요.

단 4일을 보내면서 그 나라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오만입니다. 그 것도 관광객의 입장이었다면 더 그렇겠죠. 대만은 동남아 기후에 중국인의 문화와 일본의 문화가 믹스된 것 같았습니다. 젊은이들에게 한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아침을 먹었던 식당에서 의사소통에 애를 먹었는데 한류를 좋아하는 주인집 어린 딸이 나와 간단한 통역을 해 주었습니다. 사실 대만은 우리와도 깊은 인연이 있는 나라입니다.
이렇게 짧은 대만 여행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대만은 가까운 나라지만 딱히 갈 이유가 없어서 늘 미뤄오던 곳인데 이렇게 많은 이유로 방문하게 되었군요. 재미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상 좋은 아저씨, 맥스 왕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