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이라는 것 자체가 원본을 본뜨는 물건이다 보니, 군프라 역시 있는 걸 재현하는 재미를 추구했다면 SF프라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추구했다고 봅니다. 군프라보다 SF프라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것 같아요. SF프라가 스냅핏 위주라는 것도 무관하진 않아 보입니다. 군프라의 경우엔 아무래도 재현성을 중시하다보니 필연적으로 디테일이 뭉개질 수 밖에 없는 스냅핏은 무슨 사도 취급을 받곤 하는데, 아니 스냅핏이 뭐가 어때서... 사실 SF 자체가 일단 현실성하고는 담을 쌓은 장르다 보니 설정은 그저 거들 뿐, 마음 내키는 대로 즐길 수 있으니 고증이나 재현도에 신경쓸 여지도 군프라보다 적습니다. 건프라같은 거야 좀 틀려도 '에이 뭐 그런 거 쓸 수도 있지!'하고 넘기면 그만이지만 군프라의 경우엔 '으아니 저 나라에선 저거 안굴렸다고!', '으아니 저 나라에서는 저 무기 안썼다고!' '으아니 이런 무장은 에어쇼에도 안하겠네!' '않이 부대 번호가 틀리잖아! 저 부대에선 저거 안쓴다고!' ...같이 자체 제한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물론 그렇게 충실하게 재현하는 거야말로 모형의 시작점이고 또 그걸 맞추는 게 군프라를 만드는 재미긴 하지만요. 이러나저러나 결국 눈에 불을 키고 옵션 파츠를 찾아다니게 된다는 건 똑같네요(으윽... 1/72 타우러스 미사일...KF-16에 하푼이 있고 우리 공군 F-4에 팝아이가 있다면 슬램 이글에는 쪼개는 미슬과 타우러스가 있건만 아카데미는 왜 그걸 안넣었나요...)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킷을 완성하는 기준입니다. SF프라에서는 생조립, 그러니까 가조 상태에서 간단하게 부분도색 정도만 해도 나름대로 만족할만 하지만, 군프라의 경우에는 도색이 기본이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기가 막히더라도 당사자가 보기에는 눈에 차지 않고, 이런 일이 계속되다 보니 심리적인 장벽이 더 높아진다고 봅니다. 즉 '이 정도면 되겠지'하는 기준이 SF프라보다 군프라 쪽이 더 높다는 거죠. 평균 유저 수준이 SF프라보다 군프라 쪽이 더 높아고 할까... 그러니 지금은 군프라보다 SF프라가 강세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만드는 걸로 만족하는 제가 보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예쁘게 봐주세요"라는 말도 군프라 쪽에서 그 말을 들으면 은근히 '아니 이게 미천하면 나같은 흙손은 무슨 생물이지'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거 따라해보겠다가 킷 하나 해먹고 욕만 실컷 먹는 건 안 비밀입니다. 어흑.
-아카데미 신판 72톰캣이 MCP가 안되고 하이비지 데칼이 들어가서 실망한 것도 안 비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로우비지가 취향입니다. 탑건2 기념으로 VF-1 데칼 동봉판 정도는 나왔으면 하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