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피드백 증후군'에 대한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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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9 09:44:01, 읽음: 1011
윤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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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습관성 피드백 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요즘 아내와 같이 즐겨보는 유튜브 썰툰 '정서불안 김햄찌'의 한 에피소드에서 이 말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인 주인공이 만든 시안을 두고 팀원이 "다 좋은데... A안은 이렇고 B안은 저러니, C안을 하나 더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말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창작업이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익숙할 법한 상황입니다. 기껏 사무실이나 작업장을 정리했는데 "어, 청소했구나. 근데 여기는 그대로네?"라는 말부터 듣는다든지, 할 일을 마치고 잠시 스마트폰을 보며 쉬는데 그 모습만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경우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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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훈련받지 않은 사람에게 타인의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지도 모릅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니까요.

비슷한 일을 했던 저 역시 주니어 시절엔 그런 성향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제 아이디어도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타인의 아이디어에서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 팀원으로 할 일이라 여겼습니다. 돈 받고 일하는 이상 '좋은 부분'은 당연한 것이니 그걸 언급하는 건 시간낭비다,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런 날카로운 지적이 저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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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그것이 결코 발전적인 대화법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잘난 수준이 아니라 대화의 기술과 부족한 자기성찰을 드러내는 일이란 점도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노력한 결과물에는 많든 적든 마음이 담기기 마련입니다. '나는 안 그래'라고 쿨하게 말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무의식 깊은 곳까지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노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을 쏟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감정의 에너지입니다. 타인이 내 결과물이나 나의 부족한 부분을 맛있는 체리를 발견한 사람처럼 집요하게 들추어내면 감정이 좋을 리 없습니다. 심지어 그런 부분이 있음을 내가 객관적으로 인정한다 해도 말이지요. 부정적인 감정이 때로 동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한두 번입니다. 매번 반복되면 마음의 동력을 잃고, 상대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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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엠존에서도 가끔 타인의 작품에 칭찬이나 격려 없이 "이게 확실한가요? 아닌 것 같은데요?", "무슨 기법으로 만들었나요?" 와 같이 다소 날카로운 피드백만 남기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높은 안목의 비평가나 꼼꼼한 심사위원의 태도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소통 방식은 좋게 말해 직설적이지만, 사실 '다짜고짜'에 가깝습니다. 글 서두의 예시와 같은 최소한의 긍정("다 좋은데...")조차 없습니다. 저는 일개 눈델러일 뿐이지만, 이런 분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사회적 지능이나, 상투적 '완충제'를 활용하는 대화 기술이 부족한 분인가, 짐작하게 됩니다.

건설적인 비판은 창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비판에 앞서 "이런 점은 정말 좋네요" 같이 긍정적인 부분을 먼저 언급하는 작은 노력이, 우리 모두의 취미 생활을 더 즐겁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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