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피규어
갤러리 > 피겨/캐릭터
2013-11-06 08:33:51, 읽음: 5518
꼭두나라 행수 이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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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성학입니다.

비록 가수나 배우, 운동 선수 같은 유명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에게만큼은 그 이상의 소중한 존재인 저의 외할머니를 최근에 아버지의 의뢰를 받아 피규어로 제작하게 되어 이렇게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미 12년 전에 고인이 되신 분이지만 그래도 늘 우리 곁에 함께 하신다는 의미로 가족들과 친척들에게 힘을 주고자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10월 초부터 작업을 시작하였고요, 완성하는데 약 3주 남짓 소요되었습니다. 원형은 스컬피, 복제는 레진, 채색은 아크릴 물감을 이용하였습니다. 크기는 앉은 키 기준으로 18센티미터 정도 됩니다. 채색 및 받침대 꾸미기 관련하여서는 BM아트센터의 신연선 선생님께서 지도와 조언을 해주셨고요, 사진 촬영은 동료 수강생인 이두성님께서 해주셨습니다.

사진 나갑니다.

안경은 언제나 그랬듯 아크릴판을 핸드피스로 세공하여 만들었습니다.

안경 다리는 필름지를 사용!

안경과 더불어 또 다른 소품인 원목의자는 화방에서 나무를 사다가 직접 제작하였습니다. 발사와 바스라는 두 종류의 나무를 사용하였는데요 바스는 절단 및 가공이 수월하면서도 적당히 강도도 있어 하중이 많이 실리는 의자 다리와 시트 부분에 사용하였고 발사는 수수깡 만큼이나 무른 성질인지라 하중의 부담이 없는 팔걸이나 등받이 장식에 사용하였습니다. 무른 나무도 예상 외로 다루기가 만만치 않더군요. 톱질을 잘못하면 절단면이 바스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의자 제작하는데도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할머니의 얼굴은 어머니의 최종확인을 거친 뒤에야 작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할머니의 얼굴 모습과 분위기를 가장 잘 아시는 분이 어머니이신지라. 최초 의뢰인은 분명 아버지이셨는데 작업 시작 후부터는 어머니께서 작업에 많이 참여(?)하셨습니다.

안경을 순간접착제로 붙였다가 조금 더 올려 고정하는 바람에 상처가 좀 남았습니다. 물감을 두껍게 올려 보완을 했는데도 약간 티가 나네요. 아쉬운 부분…

작업을 시작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했던 점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옷차림과 동세.

먼저 옷차림의 경우 할머니께서 칠순 잔치 당시 입으셨던 분홍색 한복과 평상복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한달 전(이 때는 군복무 시절), 저의 꿈에 나타나신 적이 있는데요 그 때 입고 계셨던 옷이 바로 그 한복이었습니다. 물론 돌아가신 분이란 건 알지만 한복차림의 모습은 돌아가신 분이란 사실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드는지라 가족들에게 가장 익숙한, 평상복 차림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동세의 경우에는 서 있는 자세와 앉아 있는 자세를 놓고 고민했는데요 비록 피규어이지만 서 계시게 하는 것보다 편안히 앉아 계시게 하는 게 낫겠다는 어머니의 의견을 수용하여 의자에 앉아 계시는 자세로 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입고 계신 가디건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작업용 장갑의 손등 부분으로 지긋이 눌러 표현해 보았고요 단추의 경우에도 일부러 지문을 남겨 특유의 질감을 살리고자 했습니다.

복잡한 바지 문양…ㅋ 받침대는 화방에서 판매하는 잔디매트와 꽃울타리를 사용하여 꾸몄습니다. 작업을 위해 참고하였던 외할머니 사진 속에서 할머니께서는 흰색 카디건을 입으셨으나 할머니 머리도 백발, 바지 문양도 흰색인지라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연분홍색으로 카디건을 채색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색상 조화도 잘된 것 같습니다.

할머니께서 즐겨 끼셨던 비취 반지도 표현. 손 만드는 건 언제나 어렵습니다. 아직도 한참 연습해야 할 부분.

작업을 위해 참고했던 외할머니 사진과 스컬피로 만든 두상 원형입니다. 제가 중학교 3학년이었던 1994년 추석 때 외가에서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예전엔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닮았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보니 두 분, 역시나 닮으셨더군요. 외할머니 얼굴을 만들다 보니 점점 어머니의 모습과 심지어 저의 모습까지도 스며 있는 것 같아 놀랐습니다. 주변 분들도 닮았다고들 하시더군요. 역시 피는 못 속이나 봅니다.

이미 우리 곁을 떠나신 지 10년도 훌쩍 넘었고 점점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려던 순간, 그래도 이렇게나마 추억하고 더듬어볼 수 있어 피규어 제작에 입문한 이래로 가장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재주로나마 저의 주변에 계신 분들이 위로와 웃음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끝까지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고요, BM아트센터의 신연선 선생님과 이두성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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