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0 스케일 범선을 만들다가 가장 얇은 리깅선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총 세가지 종류인데요.
(1) 국산 인피니 모델 - 리크라 (스판 재질)110 데니어 - 0.121mm x 45 미터 (1.2만원 가량)
(2) 일제 모델카스텐 - 메탈 (불명) 0.06mm x 5 미터(3만원 가량)
(3) 중국알리 LCD 커팅와이어 - 메탈 (몰리브데넘) 0.035mm x 100 미터(7천원)
이중 국산 인피니는 어지간한 하비샵마다 전부 구비하고 있으니 잘 아실 겁니다. 일제 모델카스텐은 언젠가 한번 들어왔는데 지금은 수입 중단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일마존 직구로 구입 가능합니다.


이 중국제 LCD 커팅 와이어는 판매처에서는 재질이 뭐라고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검색한 결과로는 몰리브데넘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양쪽 끝을 고정하고 쭈욱 끌어내리는 커팅와이어로 쓰는 만큼 튼튼합니다.

실제로 리깅실로 쓰기 위해선 여러가지 검토해야 할 점이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게 색상이라고 할 수 있죠. 리크라야 색상별로 선택할 수 있으니 그렇다 쳐도, 메탈 리깅실은 흰색 등으로 도색이 곤란합니다. 다만 검정석으로 새까맣게 탄화시키는 건 약품을 쓰면 되니 별로 어렵지 않죠.
(2) 모델카스텐은 이미 살짝 검은색이 감돌고 광택도 반유광인 Satin 정도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3) 몰리브데넘 와이어의 기본색은 트러블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좀 더러운 금색입니다. 구리색도 아니고 황동색도 아니고 10K 저질 가짜 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유광으로 아주 반짝거리기 때문에 모형용으로는 취향을 많이 탈 색상입니다.
그래서 (3)-2 처럼 약품을 써서 부식시켰습니다. 그럼 모델카스텐보다 더 검은색이고 약간 더 광택이 죽습니다.

(2) 모델카스텐과 (3) 몰리브데넘 부식선의 비교인데 적록편향이 심해서 별로 좋은 비교는 아니네요. 아무튼 (3)-T 쪽이 더 검은색이고 광택이 적습니다.

몰리브데넘 부식액은 그냥 동 부식액 화방에서 파는 검은 액체 쓰시면 됩니다. 1. 동 착색제는 효과 전혀 없더라구요.

한꺼번에 전부 부식시키면 화학반응을 일으킬까봐 무섭고, 선 하나하나 물로 씻어야 하기 때문에 발열에도 유리하게 널럴하게 감아서 부식시킨 후 흐르는 물로 씻어냈습니다. 부식 시간은 거의 순간적이라 몇 초 정도로도 충분합니다만, 저렇게 길게 바르면 몇 분 정도 걸리는데 이래도 선의 강도는 유지됩니다. (부분적으로 잘 끊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지나치게 오래하면 안됩니다.) 감는 도구는 콜라 1.5리터 페트병 같은 게 좋을 것 같네요. 100미터나 되니 전부 부식시키려면 몇 번 작업해야 합니다.


(3) 몰리브데넘의 부식 전과 부식 후 비교입니다.
이 몰리브데넘 LCD 커팅 와이어는 총 4가지 규격으로, 0.035, 0.045, 0.055, 0.065mm 제품을 구할 수 있으며, 100미터로도 어지간한 함선 만들기에 충분한데 가격도 워낙 싸서 좋은 녀석입니다. 게다가 물성도 좋아서 모델카스텐의 메탈 와이어 0.060mm 나 한정판으로 나왔던 더 얇은 것들의 역할을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 LCD 커팅와이어로 나온 이상 엄청 튼튼해서 사람의 손으로 안 끊어집니다. 이건 모델카스텐보다 더 튼튼합니다.
- 자성이 있어서 자성이 있는 물체에 붙으므로 철제 도구에 쉽게 들러붙기 때문에 리깅 도구에 따라 편리할 수도 있습니다.
- 물성이 리크라(스판) 나 면실과는 달리 철사와 유사합니다. 장력이 굉장히 쎄고 형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많아서 잘 안휘어집니다. 모델카스텐보다 더 단단하게 직선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ㅠ 처럼 중간에 접합하는 경우 모양을 내기 좋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중력에 의해 부드럽게 쳐지는 효과는 다소 떨어집니다.
- 철사와 유사해서 한 번 크게 휘어지면 잘 안돌아옵니다. 철사 굽히듯 그 형상으로 되어버리기 때문에 이걸로 작은 스프링같은 것도 만들 수 있습니다.
- 고무줄같은 인장력이 거의 없어서 일정 이상으로 잡아당기면 끊어지기 직전엔 꼬불꼬불하게 됩니다.

그러나 제가 이 제품을 바로 소개드리지 못한 것은 안전사고 위험성 때문입니다. 우연히 불을 갖다대다가 팍하고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거든요.
이 몰리브데넘 와이어는 다른 금속과 마찬가지로 금속발화할 수 있습니다. 금속은 나무보다 잘 타는데, 다만 형상 (불꽃에 접촉하는 면적등)에 크게 좌우받습니다. 치아에 들어가는 지르코늄은 튼튼한데 지르코늄 가루로 폭탄을 만들듯이요. 보통 때에는 별 문제 안되는데 모형용으로 쓰고자 하니0.035mm 나 되다보니 접촉면적은 크고 열용량이 작아서 발화점에 순식간에 도달한다는 문제가 발생해버립니다.
제가 불꽃을 갖다댔다가 터졌을 때는 마침 실에 장력이 걸려 있어서 사방으로 불꽃이 날라다니는 참사가 되었는데요. 위와 같이 상황을 컨트롤한 후 조심스럽게 불을 갖다붙여도 1초 내에 바로 불이 붙으며 폭죽처럼 타들어갑니다. 또한, 가닥수를 1개가 아니라 8개 정도로 두껍게 만들어서 테스트해봐도 처음에 열이 철사를 타고 전달되느라 불이 늦게 붙을 뿐이지, 2~3초 후엔 8가닥이 한꺼번에 더욱 폭발적으로 불꽃을 튀어대는 걸 관측했습니다.
이 사고 때문에 몰리브데넘 물질의 특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몰리브데넘은 굉장히 안정적인 금속이라서 열변형이 유리보다 적은, 모형용으로 적합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요. 특히 표면을 검게 산화부식시켰을 때 습기 반응도 억제되어서 내구성도 훌륭합니다. 그리고 이 때 발화점이 300도입니다. 이 낮은 발화점 + 0.035mm 두께 때문에 이렇게 폭발적인 화재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신경쓰인게, 모델카스텐에서 나온 메탈 리깅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모형용으로 안전한 제품인건지 확인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뭐...... 보다시피 몰리브데넘보다 훨씬 더 잘 오래타네요...
다른 누군가가 모형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만,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전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므로 왠만하면 아크릴 장식장 등에 넣어서 손대는 것은 물론 라이터 불길로 지지는 일도 없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이 메탈 리깅실은 소재를 불문하고 형태 때문에 금속 발화가 쉽게 일어나므로, 단 1초의 라이터 지짐으로 모델 전체가 불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겠습니다. 담배피면서 작업하다가 끝에 지져서 불타는 일도 있겠네요.
이런 위험을 감수한다면 모델카스텐 5미터짜리의 저렴한 대체제로 중국 LCD 커팅 와이어를 사서 검게 부식시킨 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