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홈지기님의 글 인상 깊게 잘 읽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모형은 타미야, 에어소프트건은 마루이가 표준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답'이 아니라 '저의 표준'이라는 의미이오니 오해 마시길...)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의 모형 취미를 힘들게 하는 건 조립이 힘든 모형보다
MMZ, 그리고 무섭게 발달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시절 모형을 그냥 가지고 놀다 사춘기를 지나 진지한 취미로 발전하여
환갑이 머지 않은 지금까지 모형 취미를 이어가며 살아갑니다.
제 모형 취미의 변곡점은 취미가 잡지와 MMZ으로 대표되는 인터넷이었습니다.
취미가를 접하기 전까지 제가 만드는 모형은 '단순 조립'과 '단순 색칠'이었지요
사실 웨더링, 세도잉, 하이라이팅, 워싱, 디테일 업.... 이런 거 전혀 몰랐거든요.
하지만 취미가를 통해 제가 만들던 모형이 왜 장난감처럼 보이는지 단박에 깨달았고
그 이후 취미가와 모형 서적을 통해 나름 색칠 수준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저는 하수입니다만...)
취미가가 폐간된 지금은 MMZ과 유튜브가 저의 모형 멘토가 되었구요.
갈라파고스 섬처럼 고립된 취미 생활을 하다가 잡지와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의 모형을 접하면서
제 작업의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도 확실히 올라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모형에 대한 역치도 확 올라가 버렸고
그래서 완성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도 하염없이 늘어만 갑니다.
당연히 일년에 만들어 내는 모형의 숫자도 취미가 이전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이 적어졌습니다.
(그래서 방학이 있던 학생 시절이 그립습니다... 하루 종일 모형과 씨름해도 잔소리 듣지 않던 그때...)
저는 손재주가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조립도 늦고 색칠할 때는 하염없는 수정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그렇게 완성한 모형도 MMZ에 사진 찍어 올리기도 민망한 수준일 뿐이지요.
홈지기님께서 이른바 '회치기 모형 제품들'이 사람들을 힘겹게 한다고 하셨지만
저처럼 재주 없는 사람에겐 MMZ 모형 고수들의 작품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사람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거지요.
하지만 그래도 오늘도 멋진 작품들이 올라오는 MMZ을 보며
언젠가 저도 제손으로 저런 걸작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적다 보니 두서없는 넉두리가 되었군요.
결국 결론은
"이상과 현실의 타협을 어느 지점에서 해야 하는가"로 수렴될 거 같네요.
적당한 수준의 모형을 많이 만드는 게 즐거울까.
막대한 시간과 열정을 투입해서 최고의 하이엔드 걸작을 하나라도 남기는 게 의미있는 일일까....
타미야 vs 회치기 모형의 딜레마가 바로 이런 고민과 일맥상통하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