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추축국 독일의 레이더 개발 경쟁
게시판 > 수다 떨기
2023-08-14 16:18:24, 읽음: 1420
m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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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통제 장치는 표적의 위치를 특정하고 무기가 목표물에 명중할 수 있도록 조준하는 과정이 일체화, 자동화 된 걸 말합니다. 현대적인 사통장치라 부를 수 있는 최초의 장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레이더의 혁신과 아날로그 컴퓨터의 조합으로 현실화되었습니다. 한쪽 (독일) 에선 자동 사통 레이더 시스템을 비현실적인 공상으로 치부하고 있을 때 다른 쪽 (미국) 에선 어떻게 현실화하고 유용하게 써먹었는지 간단히 요약해봤습니다.

 

 레이더 자체는 이미 영국에서 1차 세계대전 때부터 사용한 새로울 것이 없는 개념이었습니다만, 덩치가 크고 전기를 많이 먹었기에 고정 시설이나 군함에서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 사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레이더를 소형화, 고효율화하여 전함 대포부터 대공포 같은 무기와 연동한 사통 레이더 시스템까지 만들려는 노력은 미 육군의 SCR-268 (위 사진) 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20년대 후반부터 개발을 시작한 SCR-268 은 1940년 도입 당시 36 Km 의 사정거리를 가졌으나 정확도는 9~10도로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도입 시연회부터 엉망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경로에서 15 Km 나 떨어진 완전히 엉뚱한 위치에서 폭격기를 포착했고, 타게팅을 완료하여 탐조등을 켰을 때 폭격기는 이미 시연대의 머리 위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결국 신뢰성이 떨어지는 SCR-268 의 생산은 축소되었고, 훨씬 대형의 조기 경보 레이더인 SCR-270 이 우선 보급됩니다. SCR-270 은 240 Km 사정거리에 2 도의 정확도를 제공했고 일제의 진주만 공습 당시 조기탐지한 걸로 유명합니다.

 

SCR-584는 최초로 성공적인 사통 레이더이자 시대를 앞섰다고 평가받는 명품입니다.

SCR-584 의 개발은 SCR-268 의 개발 실패 이후 미국과 영국의 과학자들이 정보 교류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 Tizard mission 으로 불린 양국 과학자들의 회담자리에서 두 나라 과학자들은 서로 가진 걸 보여주지 않으려고 냉담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레이더 개발로 흐르자 영국 과학자는 미국의 SCR-270과 CXAM 이 영국의 조기 경계 레이더인 Chain home 과 매우 유사한 걸 깨닫고 놀랍니다. 미국은 SCR-268/270 이 실패한 원인인 레이더 파장을 짧게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고, 이에 영국은 발명된지 얼마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상품을 꺼냈습니다.

 1940년 영국 버밍엄 대학에서 개발된 캐비티 마그네트론은 현대 레이더 개발의 성배나 다름없었습니다. 이것 덕분에 레이더는 전파 출력 효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고, 향상된 출력을 바탕으로 전파의 파장을 150cm 에서 10cm 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미국인 과학자는 영국인이 미국으로 가져온 가장 값진 물건이라 불렀습니다.

미국팀은 불과 몇주만에 신기술을 흡수했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통 레이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1942 년 완성된 사통 레이더 시스템은 M9 Gun director 아날로그 컴퓨터로 연동되어 65 km 거리의 폭격기를 0.06 도 각도의 정확도로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SCR-584 의 최초의 실전은 관료적 절차로 지연 끝에 1944년 2월 이탈리아 안치오 전투부터 사용되었습니다. SCR-584 는 루프트바페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여 연합군 비행단이 손쉽게 요리하게 만들었으며, 일부는 26 Km 떨어진 지상의 전차를 포착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에도 1944년 2월 도입되어 마침 야간 공습하러 온 루프트바페를 시원하게 긁어주자 이후 독일의 야간 폭격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듭니다.

SCR-584와 동시에 개발된 근접신관은 SCR-584 레이더 - M9 Gun Director - 90mm 대공포대와 최고의 궁합이었습니다. 1944년 6월부터 배치된 근접신관 탑재 사통 레이더 시스템은 독일이 발사한 V1 로켓을 첫주 동안 17% 격추했습니다. 8월 마지막 주가 되자 전체 V1 로켓의 74% 를 격추하고 어느 날에는 82% 까지 격추하기도 했습니다. V1 로켓을 격추하기 위해 소모되는 대공포탄은 SCR-584 도입 이후 로켓 1개당 2,500 발에서 100 발로 96% 줄었습니다.

군함은 대출력 레이더 시스템을 탑재하기 쉬우므로 보다 빨리 적용되었습니다. 1943년 프로토타입 CXBL 이 미항모 USS 렉싱턴에 탑재되었으며, 이후 양산형 버전은 USS 엔터프라이즈, 벙커힐 등에 설치되었습니다. 근접신관을 탑재하고 레이더와 연동된 전자동 사통 대공포 시스템은 1944년 6월 필리핀 해전의 마리아나의 칠면조 사냥의 전설을 만들어냅니다.

 

SCR-584 는 전후에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미국의 스파이위성인 코로나에서 떨구는 카메라 촬영 캡슐을 수거할 때 캡슐의 위치를 추적하는 레이더로 사용되었으며, 초창기 대륙간 탄도탄 미사일을 개발시 궤적을 추적할 때도 사용했습니다. 

기술 발전 덕에 SCR-584 레이더 및 사통 시스템 전체를 대공포 하나에 우겨넣고 마하 1 제트기까지 대응하는 전자동 대공포대 Skysweeper는 6.25 한국전 당시 데뷔하여 70년대까지 사용됩니다. 1995년 개발된 최초의 도플러 기상 레이더도 SCR-584 플랫폼을 사용했습니다. 오늘날에도 SCR-584 몇개는 살아남아 진공관과 아날로그 컴퓨터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소련의 스파이 Morton Sobell 은 SCR-584 기술 도면을 소련에 넘겨 SON-9, SON-30, SON-50 같은 직접적인 파생형 레이더의 개발에 일조합니다. 소벨은 1951년 체포당해 30년 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17년 후 가석방된 소벨은 쿠바, 동독, 베트콩 등을 순회하며 연사로 활동했고 2018년 101세의 나이로 사망합니다.

 

 한편, 독일의 뷔르츠부르크 레이더는 영국의 캐비티 마그네트론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1934년 독일의 레이더 연구원이 조기 경보 레이더 사통 시스템 아이디어를 발안했으나 연구소장은 그의 제안에 시큰둥하며 공상과학 소설로 치부했습니다. 연구소를 나온 연구원이 입사한 GEMA 회사에서 프레이야 레이더를 통해 조기 경보 시스템을 현실화하자 그제서야 연구 대상에 올렸으나, 연구소 경영진은 소장의 판단에 따라 개발 우선 순위를 낮췄습니다. 초기 사통 레이더 프로토타입은 5 Km 의 탐지거리에 50m의 오차를 지닌 미진한 수준이었으며, 이후 루프트바페로부터 정식으로 수주를 받게 되서야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됩니다. 1939년 히틀러 앞에서 시연된 뷔르츠부르크 A 형 레이더는 29 Km 의 사정거리 및 25m 의 오차를 보였습니다. 

 

 뷔르츠부르크 레이더는 D 형까지 개선되었으나 SCR-268과 거의 같은 기술적 발전으로 수렴하면서 유의미한 성능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최종 모델은 최대 70 Km 탐지거리와 0.1~0.2 도의 정확도를 보여줬습니다만 여전히 대공포에 쓰기엔 정확도가 턱없이 미달했습니다. 뒹케르크 퇴각시 영국이 남기고 간 장비 중에는 캐비티 마그네트론이 사용된 레이더도 있었지만 독일군은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넘어가 버렸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레이더-대공포 회피훈련 영화. 가장 중요한 나찌의 레이더 성능이 시원찮았다.)

 

비록 성능은 무의미했지만 대독일 전선마다 감초처럼 보이는 뷔르츠부르크 레이더에 영국은 히스테리가 걸려 최초의 ECM 시스템을 개발하게 됩니다. 1942년 공수부대가 노획한 레이더를 분석하여 레이더가 사용하는 특정 주파수에 혼선을 주는 Carpet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레이더 생산 공장을 찾아 폭격하기도 했습니다.

 

전후 뷔르츠부르크 레이더는 전선에 방치되었습니다. 이를 본 네덜란드 과학자는 해안에 방치된 뷔르츠부르크 레이더의 접시 안테나를 떼어와 전파로 천체를 측정합니다. 이는 전파 천문학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전후에도 무쓸모였던 SCR-268 보다 조금 나은 결말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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