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식후 30분 모델링 프로젝트로 토끼를 만들던 중 블로그를 방문하신 모님의 덧글에 고무되어 얼렁뚱땅 함께 작업 들어가 버렸던 '거북'입니다. 이녀석도 토끼와 마찬가지로 터틀 로디라는 안일하기 짝이 없는 정식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토끼 기본작업 끝낸 다음에 이녀석 작업하고, 나중에 같이 칠을 했습니다.

구석구석 손은 댔으되 크게 칼질을 하진 않았던 토끼와 달리 이녀석은 상대적으로 은근히 톱질 사포질을 좀 많이 했습니다. 귀가길에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갖고 한 30분 톱질해서 대충 맞춰보고 '아, 이거 한번 가봐도 되겠네?'하고 시작한 거라, 제 곰손에는 좀 버거웠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본은 HGIBO 맨로디에서 시작했을 지 몰라도, 사실 지분으로 치자면 한 30%가 채 되지 않을 겁니다. 외형을 특징짓는 큼직한 부품들은 대부분 하이고그에서 조달했고(HGUC도 아니고 구판입니다, 사실은 사서 만들다 봉인한 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조이드를 위해 도살용으로 여유있게 구입했던 HGIBO 건담 키마리스에서도 꽤 많이 빌려왔습니다.

즉흥적으로 떠올려서 짬짬이 만든 것 치곤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해요. 기본 채색은 토끼와 마찬가지로 철물점 락카 스프레이. 토끼와는 살짝 뿌리는 방법을 달리해서 더 거칠게 만들어 보려고 시도했습니다. 채색의 접근은 토끼와 거의 비슷합니다만, 무채색과 갈색 톤만 사용했던 토끼 쪽 웨더링과 달리 거북이는 녹색이나 청색도 적당히 섞어가며 더럽혔습니다. 제딴엔 뭐 물이끼 같은 맛이라도 조금은 들어가야 물에서 굴리는 놈 태가 나지 않을까 정도로 생각했던 터라...

아무래도 믹싱 빌드다 보니 부품의 합이 중요하긴 한데 살짝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론 뭐 그럭저럭 잘 맞아주는 것 같긴 합니다. 이녀석도 리벳을 좀 붙여줬는데, 제품을 사용한 토끼와 달리 이쪽은 러너를 녹여 만든 걸 썼습니다. 실은 오래전 안치홍님께서 '나이프 & 브러시' 운영하시던 시절 봐뒀던 내용을 응용했어요.

등짝의 데칼은 인터넷에서 찾은 이미지를 프린트해서 붙였습니다. 하비페어 일정 맞추느라 마무리할 땐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만 기왕 할 거면 토끼 종아리에 붙인 데칼처럼 오리지널로 만들어서 할 걸 그랬다 싶어요. '코와붕가(거북이니까!)'를 찾다 나온 이미지인데, 어디서 무슨 용도로 누가 만든 것인지도 모르는 걸 그냥 가져다 쓴 셈이라 마음에 좀 걸리네요. 다음부터는 생각을 좀 더 해야겠습니다.

구조적인 취약점 때문에 내구성은 토끼보다 좀 떨어지는데 대신, 생김새 때문인지 별것 아닌 포즈를 취해도 은근 그럴싸해 보이는 듯한 착시를 유발하는 것 같기도...

부품을 빌려준 건담 키마리스의 구조 덕분에, 순항모드에선 발을 접고 포즈를 취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굳이 설정 같은 걸 붙이진 않았기에 딱 지정해서 가리킬 말은 없지만 흡수구 비슷한 구조도 무난하게 잘 어울려준 덕분에, 어찌어찌 하나 또 마무리를 지었네요.

토끼, 거북 나왔으니 다음에는 '토끼와 거북' 투샷 구성을 올려볼까 합니다. 오늘은 더 올리면 도배질이 될 듯 하니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