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인터뷰
언제부터 스케일 모형은 중장년층의 취미가 되어 버렸다. 옛날보다 놀 거리가 많아진 요즘 스케일 모형에 빠지는 젊은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잠시 맛보는 정도가 아닌 일정한 경지까지 도달한 젊은 모델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로 오히려 한국의 모델러들은 젊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흔한 표현으로 혜성같이 나타난 모델러가 있다. 약관 21세 김병수씨가 바로 본 인터뷰의 주인공이다. MMZ를 비롯한 국내 커뮤니티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이제는 손꼽히는 해외 모델링 잡지에서 러브콜을 받고 해외 콘테스트에서도 수상하는 등 맹렬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차 모델러 김병수씨를 만났다.
늦가을 쌀쌀한 날씨 속에 약간은 허름하지만 조용한 홍대 앞 카페에서 김병수씨를 만났다. 아직은 앳된 얼굴의 김병수씨는 중후한 색감의 AFV 모델링을 할 것 같다기보다는 캐릭터나 건담에 심취할 것으로 보이는 순한 모습의 청년이었다.

모형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사건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아버지께서 만들다 만 프라모델 하나를 손에 쥐여주셨습니다. 런너에 달린 정교한 모양의 부품들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이후 모형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동네 문구점에 있었던 모형들은 용돈을 조금씩 모아서 제가 전부 사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모형이 인생에 첫 모형이 된 것인데, 어떤 모형이었죠?
> 아카데미 과학의 경찰 오토바이였습니다. 어릴 적 차를 좋아하던 제게 선물하고 싶어 만드시다 완성하지 못한 채 벽장 위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게 벽장 위에 있던 오토바이 모형을 꺼내주시고는 제게 한번 만들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손으로 뜯고 접착제를 발라가면서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어릴 때 레고 같은 블록만 만들다가 그런 높은 완성도의 모형을 보고 나니 프라모델이 너무나도 매력 있다고 느꼈었죠.
tooces_inline_ad
주력 장르는 어떤 것입니까?
> 제 장르는 AFV입니다. AFV중에서도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사용한 기갑 장비들을 주로 만들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카데미의 4호 전차를 처음 만들어봤을때 전차가 가진 매력적인 요소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항상 AFV만을 고집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장르에 대한 관심은 있나요?
> 비 밀리터리 분야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밀리터리 분야에서도 전차를 제외한 분야를 만들어보긴 했지만 역시 전차만큼 관심이 있진 않습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모델러 또는 계기가 있는지요?
> 제게 영향을 주신 분들은 정말 많지만, 가장 큰 영향을 준 두 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한분은 아담 와일더입니다.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인터넷에서 아담 와일더의 작품을 처음 봤습니다. .판터 F형이었죠. 그 판터는 단색 위장이었음에도 단조롭지 않고 입체감 있으면서 꽤 사실감 넘치는 웨더링으로 완성된 명작이었습니다. 아담 와일더의 작품을 보며 언젠가 나도 저런 작품을 만들겠다고 결심하며 열심히 모형 생활을 해왔습니다.
페이스북을 시작하고 아담 와일더와 직접 대화를 나눌 소중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여러 가지 조언도 들었고 아담 와일더는 제게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덕분에 제 모형 생활이 더욱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분은 유철호 작가님입니다. 고등학생 때 페이스북 활동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분입니다. 독특한 색감을 가진 멋진 작례를 보고 꼭 한번 뵙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그분이 저와 같은 동네에 살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동네 대형마트에서 여러 번 마주쳤는데, .유철호 작가님은 저와 만나실 때마다 모형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고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유철호 작가님을 뵈었던 이후로 저는 모형 생활에 가장 큰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다른 많은 분을 뵙고 이런저런 좋은 기회를 얻었던 것도 유철호 작가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동대문에서 열렸던 하비페어에서 모듈레이션 기법을 처음 접했습니다. 화려한 색감과 웨더링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요, 아마 김진영 님의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가장 선호하는 모형 제조사는? 모형 제작 시 선호하는 기법 또는 재료가 있다면?
> 저는 개인적으로 아카데미와 타미야 키트를 선호합니다. 물론 드래곤 키트도 정말 좋아하고 많이 가지고 있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손대기 정말 힘듭니다.
덕분에 주로 작업하는 것이 아카데미 키트 또는 타미야 키트인데 디테일이 부족한 부분은 애칭 등의 디테일업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애칭 작업을 할 때는 가능하면 납땜을 해서 고정하고 있습니다. 순간접착제로 접착하는 것보다 더 견고하게 조립할 수 있어서 선호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애칭으로 구하기 힘들거나 없는 것들은 동판을 가공해서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전 기본 밑칠로 락카 도료를 선호합니다. 그 위에 에나멜로 워싱을 합니다. 선호하는 기법이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법은 필터링입니다. 필터링 기법은 모형의 전체적인 색감과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법입니다. 필터링을 거침으로 모형에 따뜻한 느낌이나 차가운 느낌을 줄 수 있고 채도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필터링에 유화나 에나멜 도료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클리어 도료들을 이용한 필터링을 가장 선호하는 편입니다.
밀리터리 모델러들은 고증에 매우 민감한 경우가 있는데요, 본인도 고증파라고 생각하세요?
> 전 고증을 잘 따지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차량의 경우, 도색이나 마킹은 고증에 맞추지만 가능한 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또한, 외형적인 디테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색칠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모형 작업 환경을 설명해 주십시오.
> 저는 작업실이 따로 없습니다. 방 한 쪽에 작은 칸막이 책상이 있는데 거기 위에 레인지 후드를 얹어 놓은 모양새입니다. 작업공간이 좁아 불편할 때도 많지만 모형 생활을 하는데 부족한 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만 뻗으면 재료들이 전부 닿아서 작업할 때의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넓은 책상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오프라인 커뮤니티나 단체가 있습니까?
> 제가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는 네이버 카페인 초보의 프라모델과 MMZone, 제 개인 블로그, 페이스북입니다. 오프라인에서는 활동이 없다시피 합니다. 가끔 인천 지역에 살고 계시는 분들과 작은 소모임을 갖고는 합니다.
모형과 관련된 수상 경력이 있나요? 또는 관련된 이력을 가졌는지요?
> 수상경력은 얼마 전 페낭에서 있었던 말레이시아 하비쇼에서 AFV부문 은상을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수상경력은 아니지만, 해외 포럼에 소개된 적도 있었고 자료는 남아 있지 않지만, 영국의 SMMI 잡지에도 몇 번 작품을 실은 적이 있습니다.
모형 실력을 더욱 향상하고 싶은 모델러에게 하고자 하는 말씀이 있다면?
> 저는 모형 실력을 향상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욕심입니다.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르지만, 적당한 욕심은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작품에 만족을 해버리면 더 성장해 갈 기회를 잃는 것입니다. 자신의 모형에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욕심이 있다면 자신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각각의 모델러분들마다 모형에 드러나는 스타일이 전부 다릅니다.
이런 다른 모델러분들의 스타일에서 여러 가지 배울 점이 많습니다. 다른 분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여러 가지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런 것들을 수용하고 변화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있어 모형은 어떤 의미인가요? 모형과 관련된 앞으로의 목표는?
> 모형은 제게 정말 소중한 존재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모형 때문이었습니다. 인연을 이어준 것도 모형이었죠. 정말 좋아할 수 있는 취미 덕분에 많은 덕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모형을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정으로 모형을 도중에 그만두거나 흥미를 잃어 손을 떼시는 분들이 은근 많으셨습니다. 제게 소중한 취미가 흥미를 잃고 버려지게 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또 이 모형으로 해외 곳곳에 있는 멋진 분들과의 교류도 지속해서 하고 싶습니다.
해외 전시회를 자주 참가하고 많은 해외 모델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저를 더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아마도 근래 대화를 나눈 모델러중에 가장 젊은분인것 같다. 순한 얼굴이지만 모형을 이야기할 때 반짝이는 눈을 보며 그가 이루고 싶어하는 꿈을 꼭 이룰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