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 취미를 가진 분들은 고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죠. 박물관에 있는 실물 군사장비들은 매우 좋은 참고자료입니다. 관리가 잘 된다면 더더욱 좋지요.
아쉽게도 한국은 아직 근현대 군사 문화재를 관리할 인적 자원과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걸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인적 자원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문화재 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나 해당 분야를 자문하는 전문가들은 대개 '고건축' '고미술' '민속학' 전공자들입니다. 이분들은 해당 분야에서는 우수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근현대 군사 문화재에 대해서는 평가할 능력이 없습니다. 탱크가 문화재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는 분도 아주 가끔 있습니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은 대부분 군에서 배출됩니다. 대한민국 공군 본부와 공군 박물관의 노력으로 많은 군사 장비들이 문화재 등록이 된 사실을 여기 계시는 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육군 박물관도 군사문화재 수집과 보존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요. 최근 몇년간 전쟁기념관에 군사 문화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학예사들이 채용되면서 상황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몇년 전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전차와 장갑차들의 도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 도색을 바꾼게 대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나마 군사문화재 관리를 잘 하는 전쟁기념관 조차 예산 부족 때문에 야외전시물의 페인트 칠을 새로 하는 정도의 관리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대형 박물관 처럼 관리를 하려면 기계 공학을 전공한 인력이 필요하고 전담할 조직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포트 베닝에 유명한 국립 기갑-기병 박물관이 있고 독일은 코블렌츠에 국방기술연구박물관이 있습니다. 전담할 부대를 따로 두고 상당한 규모의 연구-관리 인력을 배치하고 있지요. 반면 한국의 육군 박물관은 전차 등의 기계류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인력이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게 군사 복식류 입니다. 복식류는 전통적으로 민속학 분야에서 관련 인력들이 축적되어서 전문성이 우수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서울쪽의 사정이고 지역의 박물관으로 내려가면 사정이 더 열악합니다. 지자체들이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의 호국 문화재 발굴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서울 보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