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웅 Max Wang 王德方
게시판 > 알수 없음
2019-11-21 12:40:23, 읽음: 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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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치홍

 

1989년, 아카데미에서 프라모델 가이드북 제1권이 발매되고 난 뒤에서야 저는 1987년과 1988년에 걸쳐 제1회, 제2회 아카데미 프라모델 콘테스트가 개최된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금이야 인터넷을 통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가 정보를 공유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제가 사는 이곳 지방에서 접할 수 있었던 모형에 대한 정보라고 해봤자 86아시안게임에 즈음해서 수입되기 시작한 타미야 카탈로그와 벨린던웨이 1,2권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아카데미 가이드북 1권에는 제1,2회 아카콘 수상작과 함께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델러들의 작품을 실고 있었는데, 아카콘 수상작들과 세계 유명 모델러들의 작품들은 그 수준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세계적 우수작품들은 대부분 벨린던을 비롯한 유럽 모덜러들이나 몇몇 일본 모덜러들의 작품이었는데, 가이드북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 fw-190이 등장하는 디오라마의 제작자는 특이하게도 迷彩會(대만)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일본은 각종 세계 최고의 모형 회사들이 즐비한 세계 최고 수준의 모형선진국이었지만, 대만은 우리나라보다도 작고 변변한 모형회사 하나 없는 모형 후진국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그들의 디오라마는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예상한 대로 이 미채회가 사람의 이름이 아니고 대만의 모형 동호회라는 사실을 주변의 화교 친구로부터 전해 듣고, 도대체 이런 실력자들은 누구인가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막연한 동경은 시작되었습니다만 미채회에 대한 소식이나 정보를 거의 접할 수 없는 국내 모형환경에서 그들에 대한 생각은 마음 한 구석 깊은 곳에 묻어두게 되었습니다.

제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일본 모델러 다케무라상의 초대로 시즈오카 하비쇼에 처음 참가한 해가 2001년이었습니다. 그것이 저의 첫 일본 방문이었고, 그 첫날 저녁에 다케무라상으로부터 3명의 대만 모델러들을 소개 받았는데 그들은 놀랍게도 미채회 회원들이었습니다.

 

 

다케무라상과 미채회 회원들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서로 왕래하는 오랜 친구들이었고 미채회는 몇년 전부터 시즈오카 하비쇼에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만난 그 날 저녁, 우리는 맥주를 마시면서 십년 된 친구같이 의기투합하였습니다.

지난날 동경의 대상이었던 미채회 회원들을 만나서 놀랐고 그들이 저와 비슷한 연배라는 사실에 좀 더 놀랐습니다. 우리는 그 다음해도 그 다음다음해도 시즈오카에서 만나서 같이 맥주를 마셨습니다. 미채회 회원 중에도 특히 Chang과 Wang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면서 그 후로도 시즈오카에 갈 때 마다 같은 자리를 지키는 하비쇼의 붙박이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 후로도 일년에 한번, 이년에 한번 시즈오카나 대만의 하비쇼에서 만날 때면, 각자 같이 어울리는 그룹이 다르고 어울리더라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으므로 가벼운 인사와 안부를 나누고 모형계 소식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지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Wang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2019년 올해 봄에 하비페어에 참가 차 Wang이 서울에 왔었는데 저의 아버지가 그 며칠 전 돌아가셔서 Wang을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Wang이 한국에 오면, Wang이 타이페이에서 사주었던 맛있는 것보다 더 맛있는 저녁을 사주고 싶었는데 이제 그러지 못해서 눈물이 납니다.

Wang은 내가 모형이라는 세상을 통해 만난 가장 좋아하는 친구라는 것을 말해주지 못해서 눈물이 납니다. Wang은 제가 30년 전부터 마음속으로 동경해왔던 영웅이었다는 말을 못해서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Wang의 장례식과 그 이후의 모형행사 소식에서 수많은 친구들이 그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페이스북을 통해 접하면서 그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친구였고 영웅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늦었지만 얼마 전 Chang을 만나러 타이페이를 다녀왔습니다. 이제 저에게는 Chang이 Wang이고 Wang이 Chang입니다. 단짝을 잃고 슬퍼하는 Chang을 만나 같이 울고 싶었습니다. 지난 한달 동안 힘들었던 저의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자 Chang을 만나 Wang에게 하지 못했던 저의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Wang에 대한 시시콜콜한 온갖 에피소드까지 듣고 나니 슬픔이 많이 덮여지는 것 같습니다.

 

 

Wang은 영어에 일본어까지 유창해서 세계 각국의 모델러들이 모이는 시즈오카 하비쇼와 같은 장소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습니다. Wang은 대만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본 모델러들이 일본인으로 착각할 만큼 일본어 실력은 대단했는데, 그 일본어 실력의 배경도 여자친구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는 Diopark라는 자신의 성향과 취향이 잘 드러나는 모형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상업성과는 다소 거리가 먼 마이너 아이템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이 회사 또한 그의 취미의 일부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모형 회사를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Wang은 자연스럽게 일본, 중국, 홍콩, 대만, 유럽 등의 많은 모형회사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생 군소 모형회사들이 설계능력과 금형기술, 판매망을 다 갖춘 경우는 드문데, Wang은 자신의 경험과 인맥을 통해 모형회사들의 협업을 도우는 일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듯 자신의 이익보다는 친구들과 행복한 모형생활을 위해 살아온 마음씨 좋은 Wang이었기에 많은 친구들이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1986년에 8명으로 시작한 미채회는 지금까지 3명의 회원들이 돌아가시고 이제 5명이 남았는데 요즘은 서로 너무 바빠서 예전 같이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Wang의 우정을 기리기 위해 여러 모형행사에서 추모 이벤트가 계획되고 있고, 2020 Hobbyfair/MMC에서도 Max Wang award가 special award에 추가될 것 같습니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작품과 우정은 우리와 오래도록 함께 할 겁니다.


운영자 주) 돌아가신 맥스 왕은 11회 Hobby Fair에 Dio Park 부스로 참가하셨고 특유의 친화력으로 국경에 얽매이지 않고 모델러간의 친목과 이해에 큰 역활을 하신 분입니다. 저 또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분과 나눈 이야기들이 아직도 어제 일같이 생생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친구를 잃은 안치홍님과 그의 지인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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