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세가와 보이저 1/48는 스케일 모형을 제작할 때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을 통찰하는 계기가 된 프로젝트였습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존재했었던 사물을 어느 정도까지 재현해야 하는가, 지금 현재, 또는 어느 시기로 재현해야 하는가, 이미 사라졌거나 다가갈 수 없는 대상, 또는 신뢰할 수 있고 디테일이 충실한 출처를 찾아낼 수 없을 때 어디까지 임의로 구현해야 하는가. 건담같은 픽션이 아니라 실제로 있지만, 특히나 인간이 만들어낸 물체 중 지구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보이저 우주선이라 마치 화두와 같이 끊임없이 자문하게 되는 괴로운 질문이었습니다.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내릴 수 없었습니다만, 깊숙히 고민한 덕분에 이전보다 모형을 선뜻 쉽게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여기서 선문답은 접고 보이저 제작기로 들어가겠습니다. 스케일 모형이라면 먼저 신뢰할만한 레퍼런스부터 찾아야 겠죠?
https://nasa3d.arc.nasa.gov/models#V
하세가와 보이저 1/48 키트는 2013년에 출시되었는데, 이는 2012년 나사에서 위 사이트를 통해 3D 모형을 공개한 덕분입니다. 즉, 하세가와는 보이저 모형을 만들 때 워싱턴 D.C. 소재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이나 캘리포니아의 JPL 빌딩에 방문해서 실물 레플리카를 실측한게 아니라, 저 3D 모형을 주물럭거려서 금형을 짜낸 겁니다.
근데 여기서 안타까운 점은 나사는 원래부터 자료발표시 꼼꼼한 조직이 아니라는 거네요. 2012년 이전에 공개한 보이저 모형을 보면 거의 예실습 수준으로 조물락거린 대충 만든 모형이었습니다. 2012년 공개한 모형 또한 실물과 똑같은 수준인지 아닌지 책임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하세가와는 금형의 생산성을 위해 추가로 개악을 하여 일부분은 실물 보이저와 다르게 만들어 버립니다.
https://voyager.jpl.nasa.gov/mission/spacecraft/interactive.php
제가 하세가와 보이저의 고증 오류를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나사에서 2018년 새로 공개한 보이저 인터렉티브 3D 모델링 웹페이지를 통해서입니다. 아마도 현존 최고로 도움이 될만한 사이트인데, 3D 로 빙빙 돌려가면서 색상 정보까지 볼 수 있고, 가까이 다가가면 보이저호 외부에 감싸둔 Thermal Jacket 이 벗겨지면서 속알맹이까지 나옵니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인 &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있는 보이저 레플리카를 따라 만들고 싶다면 이 사이트와 같이 제작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주의하실 점이 또 있는데, NASA 란 조직은 거짓말은 안하는데 모든 진실을 딱 좋게 정리해서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음모론을 뜻하는게 아니라, 어리버리한 신입사원이 일처리하는 꼴 같다는 뜻입니다. 특히 나사가 외부로 출판하는 문서가 그러한데, 모든 걸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내놓는 경우가 많아서 디테일의 일부분을 빼먹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나름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2018년 보이저 3D 모형 웹사이트 또한 그런데, 이녀석도 빼먹은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도 2012년 공개 3D 모델 =2013년 하세가와 모형에는 멀쩡히 있는 걸요. NASA 는 이런 꼼꼼함이 부족한 조직이므로, 우주덕으로서 우주선 모형을 만들 땐 나사의 공개 문서를 전적으로 믿지 말고 항상 크로스 체크하라는 것이 해외의 우주모형 전문 커뮤니티의 노련한 모델러가 한 말이었습니다.
요약하면 2018년 나사 홈페이지 3D 인터렉티브 모델링을 레퍼런스로 쓰되, 하세가와 키트와 일부 차이나는 부분 = 오류도 있으므로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최고의 레퍼런스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가야 있습니다만 지금 시점에 미국까지 가긴 힘들죠.
아참, 전용 디테일업 포토에칭 옵션으로 Eduard 가 있는데 무조건 사야 합니다 30cm 짜리 마그네틱암은 하세가와 키트의 플라스틱으로는 낭창거려서 못써먹거든요. 포토에칭 금속으로 만들면 아주 단단하고 속이 비어서 보기 좋습니다. 오래되어서 아마 황동에 녹이 생겼을텐데, 녹 제거 방법은 쉬우니 검색해보시면 됩니다.
Eduard 도 고증따지면 하세가와 키트와 똑같이 엉망진창이긴 합니다. 유명 키트 제작사나 Eduard 같은 디테일킷 제작사들도 자료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하세가와 설명서 첫페이지부터 끝까지 2018년 NASA 3D 모델과 충돌되니 각오하셔야 합니다. 근데 이건 하세가와가 맞는 것 같습니다. 전 잘라내긴 했는데 확신하진 못하겠네요.

은색 방열판 위치도 하세가와와 2018년 버전이 이렇게 다른데, 엄밀히 따지면 실물 사진 기준으로 하세가와가 맞습니다만, 보이저 1호와 2호마다 방열판 위치와 스펙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근데 모양은 하세가와가 틀립니다. 전 3D 프린터로 출력해서 디테일업해줬죠.

이것도 레플리카와 실제 보이저 1, 2호와 다를 수 있습니다. 보이저 1호 따라잡아서 확인하고픈 심정입니다.
실제 보이저는 써멀 자켓 (검은색 보온천)으로 칭칭 감겨있습니다. 하세가와는 군데군데 써멀 자켓이 적용된 사례도 있고 안된 사례도 있어서 수정이 필요합니다. 가급적 만드실 때 일률적으로 다 벗기든지, 아니면 다 입히든지 통일된 외관으로 하시는게 컨셉상 좋으실 듯 합니다. 전 만들다가 중간에 깨달아서 절반은 입히고 절반은 벗겨진 어정쩡한 보이저입니다. :-(
외투 입히는 건 그냥 퍼티 입히고 검게 칠하시면 될 듯 합니다.

이거 설명서 오류니까 거꾸로 하세요. ΛΙ 가 아니라 ΙΛ 로 보이게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저 하얀색 막대 무진장 잘 부러지니 절대 힘주지 마시고요.

요기 조립 설명서 헷갈리니까 이렇게...

아래쪽은 3D 웹페이지 보면 아시겠지만 각도가 비틀려 있습니다. 또한 렌즈도 구현 생략되어 있는데 저도 귀찮아서 생략했네요.

위쪽도 2012년 3D 모델을 기반으로 한 하세가와 킷과 2018 NASA 모델은 완전 다릅니다. 그나마 나름 수정한게 저겁니다.

이건 하세가와 킷 그대로 조립한 건데... 가장 엉터리인 부분입니다. 전 다 뜯어고쳤습니다. 어떻게 고쳤는지는 완성작 사진을 보셔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사진 제한 때문에 못 올리네요.

설명서 오류 : 에듀어드 31번 부품 장착 위치를 사진으로 바꾸세요.


까다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쉬운 트러스입니다. 저는 시행착오로 충분히 비틀지 못했는데, 아래와 같이 조립하셔야 합니다.
1. 도색 완료하기 (금속 프라이머 - 저는 목공용 디왁스드 셀락을 씁니다, 락카 - 금색 등, 유광 락카 바니쉬)
2. 접어서 삼각형 트러스 구조 만들기 (2 개의 부품)
3. 두 부품을 각각 60도 비틀고 순접으로 몇군데 발라서 살짝 고정시키기.
4. 60도로 비튼 두 트러스를 연결하고 순접으로 수평하게 고정시키기. 전체적으로 모양이 일직선 최종모양으로 잘 나오게 다듬는다. (이때 연결부위가 쉽게 끊어지지 않도록 1칸씩 당겨서 겹치는 걸 추천)
5. 납땜으로 트러스 연결부위를 따라 보기좋게 납땜해준다.
6. 땜질한 곳이 두드러진 곳은 사포로 문질러 보기좋게 해주고 은색 납땜은 위의 금색 락카를 붓질해서 덮어준다.
삼각형 트러스 구조는 한번 조립하면 무진장 튼튼하기 때문에 조금도 비틀어지지 않고 힘을 더주면 그냥 부서집니다. 제가 그렇게 처음에 두 부품을 연결하고 튼튼하게 납땜까지 한 후, 120도 비틀다가 구불구불 휘어졌죠. 이미 납땜해버려서 분해도 못하고요. 그러니 반드시 60도 비튼 다음에 트러스 조립해야 하는 겁니다. 두 부품을 별도로 조립하는 이유는 가운데가 무진장 약해서 쉽게 꺾입니다. 그러니 Eduard 설명서 믿지 말고 그냥 한칸 먹더라도 튼튼하게 조립하세요.

이 부분의 조립이 헷갈리는데, 구조적으로 연약하므로 저렇게 드릴로 구멍을 내고 황동선으로 보강해주는 편이 좋습니다. Eduard 부품이 메탈이라서 더 무거운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Eduard 안사고 못버티는 이유'

2019년 재판하면서 위와 같은 오류는 수정한 거 하나도 없고, 스탠드~보이저 연결하는 철사가 요상해져서 제대로 꼽히질 않습니다. 하는 수 없이 폴리 퍼티로 전부 메꿔주고 구멍내서 지금과 같은 모양이 되었습니다.
철사는 피아노선 1.40mm 를 썼습니다.
한달간 완성을 미룬 이유를 안 적었네요. 스탠드 네 귀퉁이에 자석을 심은 게 보일 겁니다. 아크릴 패널에 데칼로 보이저호 패널과 간단한 설명을 적으려고 했는데, 설명문 속에 지금은 일반화된 NASA 의 미션 휘장을 넣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달 전 보이저호를 쏘아올린 JPL 에 1977년 당시 보이저호 미션 휘장이 뭔지 문의했는데 답변이 없네요. 이거 벌려놓느라 다른 키트 손대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일단 보이저는 마무리 지었고, 기회가 닿으면 자석으로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우주덕들의 많은 참여 기대하겠습니다. +_+